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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남자친구를 그만 의심하고 싶다는 그녀 외 1편

by 무한 2014. 5. 23.

남자친구를 그만 의심하고 싶다는 그녀 외 1편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온 이후, 근처의 몇몇 상점들이 폐업하는 것을 보았다. 수제화 판매점, 옷가게, 꽃가게 등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나갔다. 우리 동네에서 며칠 살아 본 사람이라면 그 가게들이 망해서 나갈 거라는 걸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긴 최근에 조성된 단지로, 가구 구성원이 대개 '큰 애가 유치원에 다니는 가정'이다. 때문에 자신이나 집을 꾸미는 것보다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이나 먹거리, 유아용품, 건강식품 등이 잘 팔린다.

 

며칠 전엔, 옷가게가 망해서 나간 자리에 또 옷가게가 들어왔다. 그 자리엔 첫 옷가게가 진작 망해서 나가고 그 이후에 휴대폰 판매점이 잠시 들어왔다가 나갔는데, 그걸 모르는지 새로운 사람이 옷가게를 또 열었다. 내가 만약 그 옷가게 주인과 아는 사이라면, 보세옷을 열심히 코디해서 걸어놓고 있어봐야 파리만 날리니까, '집에서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옷' 위주로 상품들을 바꿔보라는 얘기를 해줄 것 같다. 저 위 단지 쪽에 가보면 막 입을 수 있는 등산복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 그렇게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아빠나 엄마가 주말에 편하게 입고 동네 돌아다닐 수 있는 옷 정도를 팔아 보라고 말할 것 같다. 그런데 만약 그 옷가게 주인이

 

"이거 제가 대출 받아서 개업한 거예요.

장사가 안 되어서 속상하긴 하지만, 물품들을 바꿀 수는 없어요.

이런 보세옷들을 팔아도 장사가 잘 되는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코디해서 걸어 놓은 옷 보면 정말 예쁜데…. 사람들은 왜…."

 

라고 말하면, 난 뭐라고 대답해 줘야 할까?

 

 

1. 남자친구를 그만 의심하고 싶다는 그녀.

 

내게는 S양의 요청이, 위에서 말한 '옷가게 주인의 가상 질문'처럼 들린다. S양은 자신이 남자친구를 의심하지만 않으면 이 관계가 더 없이 행복한 연애가 될 거라 말하는데, 난 S양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의 행동들이 그가 '의심될만한 행동들'을 하기 때문에 제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S양은 '의심'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건 '의심'이 아니다. 그저 심증만으로 넘겨짚고 있는 거라면 의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러 물증이 있는 상황에서도 애써 '아닐 거야.'라며 쳐다보지 않고 있는 건 말 그대로 '눈 감아 주는 것'아닌가. 그의 과거를 모두 접어두고 S양과 사귀기 시작한 이후의 일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이해심으로 넘겨줄 수 있는 선은 이미 넘어선 상태다.

 

- 연애 시작 이후 남친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됨.(S양이 세컨드)

- 남친 폰에서 다양한 채팅어플 발견, 여자들과의 대화 발견.

- 남친 구구여친에게 연락이 옴. 남친 바람기에 대한 구구여친의 말에 S양은 부정하지 못함.

 

신기한 건, S양이 채팅어플과 관련된 사건 외에는 남친에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S양은 대충 눈치만 줄 뿐, 사건을 두 사람 앞에 꺼내놓고 명확하게 이야기 하지 못한다. 저런 큼직한 사건들 외에 작은 사건에 대해서도 그렇다.

 

- 잔다고 한 남친이 몰래 나가서 친구랑 술 마시고 놀다 들어옴.

- 역시 잔다고 인사까지 한 이후, 늦은 새벽까지 남친의 SNS프로필 등이 바뀜.

 

저런 사건들에 대해 S양은

 

"잠잔다고 한 이후에 SNS프로필 등을 바꾸는 건

사실 의심할 만한 행동이 아닌데도 저는…."

 

이라고 말하는데, 아니다. 나 역시 그의 행동들이 의심스럽다. 그에겐 이미 양다리의 이력이 있고, 폰을 봤을 때 채팅어플로 다른 여자들과 대화하고 있었으며, 최근 들어 두 번이나 S양에게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는가.  S양은 그가 잔다고 하곤 몰래 나가서 친구들과 술 마시고 놀다 들어온 것에 대해

 

"남친이 술자리에서 헌팅을 하거나 여자들과 합석할 수도 있는 거고…."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난 '그가 진짜 친구랑 나간 것이 맞는가?'에 대한 부분까지도 의심스럽다. S양이 이상한 게 아니다. 그의 그간 행동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런 의심까지 하게 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가 의심되는 부분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없지만,

제가 너무 괴롭습니다. 의심을 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첫째로는 물증이 나왔을 때 S양 혼자 삭히며 넘어갈 게 아니라 둘 앞에 그것을 끄집어내 이야기해야 하고, 둘째는 남자친구가 S양을 속이거나 다른 여자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이 반복되면 그땐 두 사람에 헤어지는 거라고 둘 모두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걸 바로잡지 않고 증거가 뻔히 보이는데도 단순히 의심만 하지 않는 건, 이가 점점 썩어가고 있는데 진통제만 먹으며 버티는 것과 같다. 치료되지 않는 한 진통제를 달고 살아도 이 통증은 계속해서 찾아올 거란 얘기다.

 

정작 가장 중요한, 둘 사이의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못 하고 카톡으로 하트뿅뿅, 뽀뽀쪽쪽만 하고 있진 말자.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열심히 역할극 하고 만나서 데이트 하며 돌아다녀봐야, 헤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애써 '모르는 척'이라는 진통제 맞아가며 이런 관계 1년 더 유지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리고 하나 더. S양은

 

"지금 남친과 헤어지면, 이만큼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성격, 가치관까지 잘 맞는 사람이 또 있을까도 싶어요.

지금 남친과는 성격과 성향도 정말 잘 맞거든요."

 

라고 말하는데, 난 그 부분에 대해 그가 S양에게 공주대접을 해주니 S양이 '잘 맞는다'고 착각한 거라 생각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S양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증거들을 그에게 내밀면 이별하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공주대접과 이 연애 모두 끝장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해 더욱 혼자만 알고 넘기려 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와 좀 더 가까운 자리에서 연애하고 싶다면 고민을 털어 놓고 둘이 답을 구하길 바란다. 상대에 대해 전혀 다른 두 가지 마음을 품고 있으면, 그와 마음 대 마음으로 만날 수 없으니 말이다. 말 꺼내면 헤어질까 두려워 모르는 척만 하다간 그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러워 보이게 될 테니, 오늘 당장 S양이 괴롭다 말하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 그가 S양에게 했던 말들이 진심이라면, 분명 내치지 않고 함께 답을 구하려 머리를 맞댈 것이다.

 

 

2. 연상의 직장동료를 좋아하는 Y군.

 

심각합니다. 농담이 아니에요. 정말 심각합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어떻게 가냐며 저는 그냥 집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라는 부분을 읽으며 저는 장수하늘소가 생각났습니다. 장수하늘소는 다른 하늘소들과 달리 보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알기론 2006년 이후 한반도에서 목격된 사례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보기가 힘든 녀석이라 진작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말입니다.

 

Y군은 보통의 남자들과 참 많이 다른 편입니다. 보통의 남자들은 어떻게든 심녀와 잠깐이라도 대화를 더 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Y군은 심녀가 (Y군 출장 시 선물 사오라는 장난에 이어 사왔냐고)말을 걸어도

 

"아뇨. 안 사왔어요."

 

라는 대답을 할 뿐입니다. 제가 더욱 충격을 받았던 건, Y군과 심녀의 대화입니다.

 

Y군 - 혹시 토요일에 선약 있어요?

심녀 - 네~ 친구랑 연극 보러 가기로 했어요.

Y군 - 아... 무슨 연극이요?

심녀 - <고지식한 남자>요.

심녀 - 근데 토요일에 왜요?

Y군 - 아, 제가 선물 안 사와서 회라도 살까 했었는데...

심녀 - 그거 퇴근길에 먹어도 되는 거잖아요~

Y군 - 안 바쁘실 때 언제 같이 가요~

심녀 - 네엡~

 

퇴근길에 먹어도 되는 거라고 심녀가 저렇게 친절한 힌트까지 주고 있는데, Y군은 토요일에 그녀가 선약이 있다는 것에 낙심해 대충 대화를 마무리 합니다.

 

Y군은 실망과 포기가 남들보다 곱절로 빠릅니다. 저 상황에선 일요일에 어떠냐고 물을 수 있는 거였고, 아니면 오늘 퇴근길에 참치 어떠냐고 물을 수도 있는 거였습니다. 제가 봤을 땐 저건 Y군이 말만 꺼내면 무조건 성사되는 만남이었습니다. 이전에 그녀가 먼저 술 한 잔 하자고 한 적도 있고, 또 '선물'이라는 장난도 그녀가 먼저 걸었던 걸로 봐서는, 정말 120%의 가능성이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군은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 같은 이 기회를 발로 차버렸습니다. 콘서트와 관련된 대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Y군 - 그때 말했던 그 콘서트 아직 보러 갈 생각 있어요?

심녀 - 네! 당연하죠!

Y군 - 만약 그 콘서트 티켓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심녀 - 있어요? 저 주세요~

Y군 - 친구한테 두 장 받았어요.

심녀 - 같이 볼 사람 없으면 저한테 얘기해요~

Y군 - 네.

 

아 진짜 이게 뭐냐? 어익후, 너무 흥분해서 반말이 나와 버렸다. Y군은 그녀가 "그럼 저 데리고 가주세요."라고 해주길 바랐는데, 그녀가 "있어요? 저 주세요~"할 뿐이라 실망했다고 말했다. 역시 위에서처럼 또 저 말 하나 때문에 낙심해서는 대충 대화를 마무리 한 것이다. 그래놓곤 지금

 

"그녀는 제가 한 콘서트에 대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따위의 의미도, 필요도 없는 얘기 같은 것만 하고 있다. Y군, 이 아름답도록 답답한 사람아….

 

이건 Y군이 괴상한 포즈로 변화구만 안 던져도 바로 연애로 이어질 것 같은 관계다. 그러니 오늘부터 "만약 그 콘서트 티켓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같은 변화구는 그만 던지고, "저 표 생겼는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갈래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길 권한다. 그리고 그녀가 퇴근길에 동동주 땡긴다고 말하면 같이 먹자고 대답하길 바란다. 지금처럼 Y군이 동동주 별로 안 땡긴다고 "저는 별로 안 땡기네요."하고 있으면 정말 인간 천연기념물 될 수 있다. 그녀가 원하는 걸 같이 경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다가가자. 커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무슨 커피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되는 걸, "전 커피 안 좋아해요."라고 대답하진 말고 말이다.

 

 

끝으로, 3년 째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다는 K양의 사연에 답을 하며 마칠까 한다. 직장에 몰래 찾아와 화장실에 K양의 실체를 고발한다는 종이를 붙이고, 사장님에게 익명으로 K양을 험담하는 편지를 보내는 남자는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다.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그 사람 밖에 없다는 120%의 심증이 있다고 하셨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화장실엔 CCTV가 없어도 대략 그 종이가 붙기 전후로 돌려보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도발은 절대로 하지 말길 권한다. K양이 돌직구 던져서 정신 차릴 사람 같으면 진작 차렸을 것이다. 이미 K양은 그에게 모진 말을 해서 떼어내려고 한 차례 그를 비판하는 말을 했는데, 그게 그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뭐라고 말해도 K양이 침묵으로만 응대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을 모욕하는 문자만 보낸 채 다시 차단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를 약올리는 행동이 될 수 있단 얘기다.

 

난 그를 변호 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이야기를 놓고 보면 K양의 행동들이 그를 계속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엔 K양이 힘들 때 그에게 상담도 하고 K양이 먼저 식사약속을 잡기도 했지 않은가. 그러다 그의 본모습을 보게 되었으면 그때 명확하게 잘랐으면 좋았을 텐데, K양은 그저 어느 정도 받아주다가 서서히 연락을 줄이는 태도를 취했다. 현재 K양의 지인은 K양에게 "걔보고 걔가 한 짓인 거 알고 있다고 떠봐."라는 조언을 하는데, 그랬다간 농담이 아니라 내가 다음 번 K양의 소식을 뉴스에서 보게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점 하나도 그에게 찍어서 보내지 말길 권한다. 지금은 K양이 그에게 어떤 말을 하든, 그건 그 사람 스토킹을 부추길 뿐이니 말이다.

 

더불어 가능하다면 모든 SNS도 당분간 닫아두길 권해주고 싶다. 그가 보낸 문자들을 보니 K양의 과거를 비롯해 K양과 친한 사람들의 이름과 인적사항도 알고 있고, K양이 올리는 최신 글들을 토대로 K양의 현재 생활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불가능하도록 당분간 닫아두자. 그리고 K양의 직장까지 찾아와 그런 일을 벌이고 갈 사람이라면 또 어떤 짓을 저지를 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니, 그가 보낸 메시지들 모두 모아서 경찰과 상의하길 바란다. 오늘 아침에 TV를 보니 연애와 관련된 범죄가 우리나라에서 한 해 4만 건 정도 일어나고 평균 3일에 한 명 꼴로 목숨을 잃는다는데, 이거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알맞게 대응하도록 하자.

 

"너는 왜? 나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걸까?"

"K양은 고정관념과 약간의 생각만 바꾸면 행복해 질 수 있는 사람인데."

"왜? 본인 자신이 자신을 힘들게 만들까요? ㅎㅎ"

 

이거 전에 스토커가 자꾸 자취방에 찾아와 친구네 집으로 도망갔더니, 친구네 집 앞 가로등에 차 세워두고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연, 그 사연에 나오는 스토커랑 멘트가 거의 똑같다. 아, 근데 그 독자 분은 그 사연 이후로 왜 더는 연락이 없는 거지? 메일을 한 통 보내봐야겠다.

 

▲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금사모를 납량특집 같은 사연으로 마무리해서 죄송합니다. 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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