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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너무 잘 맞춰줘서 부담스럽다고 차인 남자 외 1편

by 무한 2014. 4. 30.

너무 잘 맞춰줘서 부담스럽다고 차인 남자 외 1편

뒷담화를 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공쥬님(여자친구)은 식당에 가게 될 경우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음식을 시키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분식을 먹으러 가서도 우리는 떡볶이, 순대, 튀김 정도만 먹으면 되는데 공쥬님은 김밥과 어묵도 맛있겠다며 더 시키려고 합니다. 그럼 전 "일단 먹고 난 뒤에 더 먹을 수 있으면 그때 추가로 주문하자."라며 공쥬님을 말립니다. 그러지 않고 그냥 모두 시킬 경우, 열 번 중 아홉 번 정도는 먹다가 다 못 먹고 마는 일이 벌어지기에 저는 '공쥬님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모두 시키는 것'보다 '제가 생각하기에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해 말리곤 합니다.

 

사연을 주신 J씨는, 저런 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실 것 같습니다. J씨는 아마

 

"그렇게 되면 상대가 실망하지 않나요?

상대를 위해서라면, 상대가 원하는 걸 어떻게든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차피 음식을 남기면 싸가면 되니, 저라면 일단 다 주문해 줄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실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게 음식에 한정된 이야기라면 그래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게 만약 여행과 관련된 일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예컨대 여자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그녀가 아침 먹고 우도에 갔다가 중문 단지 돌아보고 나와 협재해수욕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자고 합니다. 말로 듣기에는 그럴듯한 계획 같지만 저 계획대로 움직인다면 차타고 달리기만 해도 3시간이 걸리고 맙니다. 우도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 그리고 중문단지를 둘러보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점심은 서귀포나 중문단지에서 먹는 게 맞습니다.

 

그러지 않고 오로지 그녀가 원하는 그녀의 계획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면, J씨는 여자친구에게 "우리 좀 더 빨리 이동해야 한다."라고 재촉하거나, "협재까지는 두 시간 더 가야하니 지금 배고파도 참아야 한다."라는 얘기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J씨의 태도에 여자친구가 화를 내면, J씨는

 

"난 네가 하자는 대로 한 거고, 네 계획대로 움직이고자 이러는 거 아니냐.

무조건 네 의견을 수용해 나는 따르는 것뿐인데 왜 나에게 화를 내냐?"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사실은 저때도 J씨가 그냥 어쩔 줄 몰라 하며 "아, 미안해. 너 많이 배고프면 여기서 밥 먹자."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1. 너무 잘 맞춰줘서 부담스럽다고 차인 남자.

 

전 J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J씨는 대체 연애를 왜 하는 건가요?"

 

라고 말입니다. 과거에 J씨와 사귀었던 여자친구 중에도 저것과 비슷한 질문을 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왜 J씨가 자신과 사귀는지 모르겠다면서 말입니다. J씨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나쁘냐, 좋으냐'로만 따지면 '좋은 사람'에 속합니다. 양보와 희생, 이해와 헌신을 늘 제공하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는 게 없는 사람 같아서, 마치 '헌신 로봇'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J씨는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도 없는 사람 같습니다. 만약 여자친구가 J씨에게 뭔갈 묻는다면, J씨는

 

"뭐 하고 싶냐고? 네가 하고 싶은 거."

"뭐 먹고 싶냐고? 네가 먹고 싶은 거."

"뭐 좋아 하냐고? 네가 좋아하는 거."

 

라고 대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J씨가 아예 넋 놓고 수동적으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를 기쁘게 하기 위한, 상대가 기뻐할 것 같은'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꽃 보내고, 선물 사주고, 차를 빌려 먼 곳까지 나갔다 오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능동적인 모습은 J씨가 '그러고 싶을 때'만 잠깐 반짝였다 없어지고 맙니다. 그러고 싶지 않을 땐 J씨도 이 역할극을 접어두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의 생활을 합니다. 때문에 전 이 부분을 보며

 

'이건, 남자친구가 아니라 후원자의 모습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J씨의 여자친구도 J씨의 이 극단적인 두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이 나에게 정말 잘 맞춰주고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폭발할까봐 두렵다.'

 

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적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J씨는 -위험할 정도로는 아니지만-폭발했습니다. J씨의 저런 양보와 희생, 이해와 헌신은 사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라는 순애보에서 나온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약장수나 조직폭력배들이

 

"자, 이제 얻어먹을 만큼 얻어먹었으면 충성을 해야지."

 

라고 이야기 하듯, J씨는 상대에게 '내가 생각하는 여자친구의 역할'을 실행하길 요구했습니다. SNS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인맥에 참견하기 시작했고, 폰 바탕화면을 자신의 사진으로 바꾸라는 요구를 했으며, J씨가 바라는 대로 그녀에게 움직여주길 요구했습니다. 역시 J씨가 완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 요구에 여자친구가 반대하면 바로 접긴 했습니다만, 그 모습을 보며 여자친구는

 

"오빤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척 넘기긴 하는데,

그러면서 나만 나쁜 사람 만드는 것 같다."

 

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연애가 길어졌다면 J씨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J씨가 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잘 맞춰주고, 그녀가 싫다고 하면 요구를 바로 거둬들이지만, 과연 나중까지도 그럴지 의문이 듭니다. 저런 갈등이 있던 중에 이미 한 번 J씨의 본 모습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언젠간 그 모습이 드러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J씨는 그녀에 대해 제게 "얘가 그냥 빨리 좋아하고 빨리 질리는 스타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녀를 저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으면서 그녀에겐 '널 사랑해서 헌신하는 남자'로만 보이고자 했다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뭐랄까요. 그녀 앞에서는 "난 널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어. 널 위해 쓰는 돈도 전혀 아깝지 않고."라고 이야기 하지만, 제게는 "얘가 돈을 너무 안 씁니다. 당장 더치 하자고 할 수도 없고, 돈 좀 내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내 진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연기하며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건, 연애가 아니라 역할극입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그저 따라 흔들리기만 하는 그 갈대의 모습에서 먼저 벗어나시길 권합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요즘 무슨 고민을 하는지도 공유할 수 없는 여자친구와 사귀며 꽃이나 선물 보내 사랑한다는 말을 리액션으로 받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연애입니다. 이별 후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요청을 할 때에도 J씨는 상대의 허락을 구하려 눈치만 보고 있지 않습니까?

 

J씨 - 같이 저녁 한 번 먹을까?

J씨 - 그때 네가 맛있다고 했던 거 같이 먹으면 어떨까 해서.

(답장 없음. 잠시 후)

J씨 - 부담스러우면 담에 보고~

(답장 없음. 잠시 후)

J씨 - 어떻게 할까?

 

이쯤 되면 '호구 오빠'로 어장에 넣어놓기 딱 좋은 상황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상대가 "밥은 먹어줄 수 있어요. 단, 난 오빠가 다시 사귀자거나 그런 얘기하면 바로 연락 끊고 차단 할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하면, J씨는 "응. 알았어. 절대 안 그럴 테니까 걱정 마. 불편하거나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게."라는 대답을 한 뒤 열심히 봉사를 할 테니 말입니다. 그러고 나선 아마 저에게 "무한님. 그린라이트인 것 같습니다. 만날 약속을 잡았어요."라는 이야기를 하실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J씨의 구여친에게선 현재 이런 상황을 즐기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전 J씨가 거기서 봉사활동 하다가 결국 버려지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J씨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1g도 없는 사람에게 헌신하며, 상대가 앞으로 구르라면 앞으로 뒤로 구르라면 뒤로 구르는 짓은 하지 마시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2. 연인모드 여행가자는 남자.

 

가슴이 먹먹하고 손발이 떨려옵니다. 노멀로그를 3년 구독하신 분이 이런 꾸러기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의 농담이 심해서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이전의 여자들도 모두 그렇게 당했을 것입니다. L양이 들었다는 그 소문이 모두 사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L양 후배가 그에 대해 이야기 한 것 역시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L양은 그에게 직접 물었을 때 그가 부정하니 그걸 믿고 싶겠지만, L양에게 하는 것만 봐도 그가 꾸러기임을 120% 알 수 있습니다. 그 소문이 뭘지 궁금해 할 독자 분들이 계실 테니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모임의 여자에게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가 발뺌한 적이 있다.

-모임 안에서 두 명의 여자와 동시에 썸을 탄 적이 있다.

 

라는 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빌미로 모임 내 여성회원들에게 접근하는 듯 보입니다. 모임의 회장인 까닭에, 공적인 질문을 하는 척 말을 걸어 주의를 끕니다. 단체 카톡방에서 이야기해도 될 것을 개인카톡으로 옮겨온 후 사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의 태도가 변하는 걸 간략하게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 일요 모임에 오시나요? 장소는 어디어디 입니다.

ⓑ플필사진 완전 대박! 남김말 센스도 대박!

ⓒ여행? 나도 여행가고 싶은데, 같이 가도 되나?

ⓓ여행 같이 가면 연인모드로~ 다 벗어나서 힐링~

 

그러면서도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둡니다.

 

"난 모임의 회장이랑 회원과의 만남은 조심스럽다.

내가 회장만 아니었어도 우린 이미 같이 여행지에 가 있을 것이다."

"나는 좋아해도 좋아하는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타입이다."

"여자친구와는 얼마 전 헤어졌지만,

그걸 구구절절 모임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 없기에 말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를 L양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게, 저는 정말 슬픕니다. 그는 음지에서만 그렇게 적극적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그의 이런 카톡을 모임 사람들에게 공개했을 때 그의 표정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그간 모임의 많은 여성대원들에게 음지에서 이렇게 끈적하게 굴어 놓고, 양지에서는

 

"나의 친절을 그녀가 오해한 것 같다.

그냥 화이팅 해 주려고 농담 좀 한 건데, 그녀가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

"난 모임 밖에서는 따로 그녀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데 내가 무슨 여지를 남겼는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건 당시엔 진짜였다. 지금은 다시 화해해서 만나는 거다."

 

라며 너무나도 쉽게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금 저 문장들을 이용하면, L양을 '헛물켠 여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모임 내에서 그가 L양의 손등을 쓰다듬었던 것에 대해서도, 그는

 

"내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네가 오해한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저도 둘의 카톡대화를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이게 L양이 혼자 상상하며 김칫국을 마신 이야기 인 줄 알았습니다. 상대가 데이트 신청을 한 적도 없고, 따로 전화연락을 한 적도 없으며, 모임에서 늦게 끝났을 때 그 흔한 '역까지 배웅'도 해 준 적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양지에서 그렇게 철저히 거리를 유지한 것과 달리 단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카톡에서는 누가 봐도 오해 할 정도로 추파를 던졌으며, 연인모드 운운하며 작업을 걸고 있었습니다.

 

이미 L양의 후배가 먼저 그에게 한 번 당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그가 L양에게 하는 방식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지금 L양이 밖에서 본 후배와 그의 이전 관계를 두고 '그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하시는 것처럼, 그가 L양과 장난이나 치며 놀다 진지해 질 낌새가 보여 관계를 버릴 때, 그때도 다른 사람들은 똑같이 생각할 겁니다. 밖에서 보기엔 L양과 그의 관계도 회장의 친절을 오해해 김칫국 마신 L양이 그를 짝사랑 하다가 퇴짜 맞은 것처럼 보일 테니 말입니다.

 

현재 상황은 딱 그가 의도하고 있는 대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들이대다가 갑자기 잠잠해진 그를 보며 L양은 애태우고 있고, 그래서 그에게 전에 보자고 한 영화 언제 보냐고 물어도 좋을지, 기프티콘을 보내도 좋을지 등을 제게 묻고 있습니다. 그가 영화 보자고 한 건 떡밥입니다. 1시간 전에 대답했으면 영화 보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일찍 대답 안 해서 영화 못 보게 되었다는 것, 그 말에 L양이 그럼 언제 또 시간 되냐고 묻자 앞으로는 시간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 등. 그거, 그냥 L양을 가지고 노는 겁니다. 그런 장난에 넘어가 "무한님, 그에게 그때 못 본 영화 보자고 말해 봐도 될까요?"라고 묻지 마시고, 반했다는 것을 이용해 희롱하는 남자와는 연을 끊으시길 권합니다.

 

"무한님이 저라면 어떻게 그를 대하실 건가요?"

 

저라면, 우선 바쁠 경우 "이런 건 단체 톡으로 공지해 주세요."라며 잘라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남는다면 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해줬을 것 같습니다. "연인모드? 그럼 러브샷도 하는 건가?"하는 이야기만 할 뿐 실제로 여행은 안 가는 겁니다. 말로는 받아주되, 행동으로는 하나도 안 받아 주는 방법입니다. 그가 영화 얘기로 떡밥을 던져도 같이 못 봐서 너무 속상하다는 말만 할 뿐, 다음 날 안부인사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궁금해지는 건 상대가 될 테니 말입니다.

 

유도심문을 하며 노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대로부터 선을 넘는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장단을 맞춰주다가, 상대가 선을 넘으면 정색하며 따지는 겁니다. 그 말에 상대가 부정하며 빠져나가려 하면, "그럼 이거 모임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누가 맞는지 물어볼까?"라며 압박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음지에서 용감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양지이니, 이걸 모두 들고 양지로 나가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현실화 한 후 그에게 독박을 쓰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선 그가 요구하는 대로, 잠깐만. 근데 이걸 제가 다 말해버리면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 때까지 괴롭힐 수 있는 방법, 그 모임에서 매장을 시키는 방법 등이 있지만 이쪽에서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니, 귀중한 시간을 그런 곳에 낭비하지 마시고 뭐 밟았다 생각하며 툭툭 털고 그냥 가시길 권합니다. 청춘은 이월이 안 됩니다.

 

 

끝으로 오늘 소제목 3번 사연으로 다루려다 만 이야기를 적어둘까 한다. 호텔에 놀러 갔다가 만난 남자와의 이야기가 담긴 M양의 사연인데, 우선 난 그가 유부남이거나 커플부대원이 아닌 게 확실하냐고 묻고 싶다. 그는 M양과 연락을 시작한 이후 시간이 꽤 지나서야 M양에게 남자친구랑 잘 보내고 있냐는 식의 질문으로 떠봤는데, 거기에 대해 M양도 그냥 말을 돌려 버렸고, 상대 역시 자신의 상황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둘은 스킨십 진도의 거의 마지막까지 나갔고 말이다.

 

M양은 그가 돈을 꽤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 이후로 연락이 없는 거냐고 내게 물었는데, 그가 돈을 쓴 건 과시다. 나 이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지른 거지, 그저 M양이 예뻐서 돈을 쓴 게 아니다. 그 과시가 효과를 발휘해 M양도 넘어가지 않았는가. M양은 이걸 대학시절 학교 선배가 마음에 드는 여자후배 밥 사주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 부분을 공략하면 M양처럼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것만 노리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요즘은 이태원 쪽 사연이 많은데, 이태원 바나 클럽에 '외제차 타고 온 오빠'에게 자신이 원나잇 상대가 된 건 모르고 그 날 이후 왜 연락이 없는지 묻는 등의 사연들이 있다.

 

이렇게 M양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이후로는 좀 더 쉽게 상황을 풀어가려는 것일 수도 있다. 상황을 이렇게 한 번 만들어 상대를 덜컹 하도록 만들어 두면, 그 이후론 지출과 노력을 줄여도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특히 높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거나 오만한 사람들에겐 이게 잘 통하는데, 만나서는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한 뒤 이후 아무 필요도 없는 사람처럼 얼마간 관계를 방치해 둔다. 그러면 상대는 자존심이나 오만함의 질량만큼 왜 연락이 없는지 궁금해 하게 되고,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 두면 이후엔 이모티콘 하나만 찍어 보내도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처럼 달려드는 경우가 있다.(근데 왜 오늘 내가 못된 걸 자꾸 가르쳐주는 느낌이 들지?)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과시에 너무 쉽게 넘어 오는 M양을 보며 '모든 남자에게 이런 여자'라고 그가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가 그렇게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돌아간 이후에는 선톡 한 번 하지 않는 M양을 보며 인풋만 있고 아웃풋은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신청서를 좀 더 자세하게 적어서 보내주었다면 위의 예상 중 가능성이 희박한 걸 줄여 나갈 수 있었겠지만, M양의 신청서가 너무 요약되어 있어서 나도 최대한 많은 경우의 가능성을 모두 적어두었다는 걸 밝힌다. 아, 사회는 M양의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M양은 스스로를 '현실적이고 똑똑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학교에선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사회에선 그냥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나온 걸, 조금 늦었지만 축하한다.

 

 

"M양 순진하네요 남자가 돈 한 20 쓴 건가요? 그거 많은 거 아닌데ㅋ" 140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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