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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다혈질 그녀 외 2편

by 무한 2013. 9. 13.
[금사모] 다혈질 그녀 외 2편
9월 4일자 매뉴얼에서 소개한 적 있는 '사위와 장모'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그들을 이틀 전에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엔 장인어른까지 함께 나와 있었다.

사위 - 은진이 한테 물어보세요. 그 회장이라는 애랑 만나는지 안 만나는지.
장인 - 그게 무슨 소리야?
사위 - 회장이라는 애랑 둘이 연락하는 거 제가 알거든요.
장인 - 은진이가 그럴 애야?
사위 - 물어보시라고요.
장모 - 집에서 애만 보고 있는 애한테 그게 무슨 소리야.  
사위 - 제가 진짜 찾아가서 죽여 버리려고 했거든요. 확인해 보시라고요.
장인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은진이가 남자가 있다는 거야? 은진이가 그럴 애야?
사위 - 직접 물어 보시라니까요. 걔랑 만나는지 아닌지.
장인 - 너 물어봐서 아니면 어쩔 거야.
사위 - 맞으면 어쩌실 건데요?
장인 - 말 같은 소리를 해. 너 진짜…. 
사위 - 물어 보시라고요. 그 새끼랑 무슨 사인지.
장인 - 은진이 나오라고 해.
장모 - (전화해서 딸에게 내려오라고 함.)
장인 - 물어 보고 아니면, 너 그 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사위 - 맞으면 어떻게 책임지실 건데요?
장인 - 우리 은진이가 정말 그랬으면, 내가 개새끼야.
사위 - 개새끼겠네요 그럼.

이후 '은진이'라는 여자가 나왔고,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여자가 종교모임 회장과 카톡을 몇 번 주고받았는데, 남자가 그걸 두고 오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도 남자가 '분명 뭔가가 더 있다'며 계속 우기자, 여자네 가족들은 그냥 집에 들어가 버렸다.



속으로는 사건이 잘 해결돼 아내와의 재회하길 바라고 있으면서, 순간의 분노 때문에 장인어른에게 "개새끼겠네요 그럼."이라고 말하는 남자의 뒷이야기는 안 봐도 뻔하다. 멀리서 보면 저런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이렇게 잘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당사자가 되어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면 종종 정신줄을 놓게 된다. 그렇게 질러 놓으면 방법이 없다.


1. 다혈질 그녀.


서두의 이야기를 보면 알겠지만, 분노조절을 못해 질러버리고 나면 상대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편'이라도 헤어질 수 있다.

사연을 보낸 H양에겐 단념하길 권해주고 싶다. H양이 남자친구 직장에 전화해 엉망을 만든 까닭에 남자친구가 직장 사람들에게 사과하러 다니고, 남자친구에겐 싸우자마자 빌려간 돈 달라고 수백 통의 전화를 했다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초토화가 된 거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남자친구랑 통화를 했거든요.
남자친구는 제가 한 일을 생각하면
자기한테 연락조차 하지 못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보고 싶어지면 온다면서 그때까진 연락하지 말라더군요.
지금은 제가 문자를 보내도 남자친구가 씹습니다.
확실하게 말이라도 해주면 저도 미련 갖지 않을 텐데,
그렇게 말만 던져두고 대답을 하지 않으니 갈팡질팡 하게 됩니다."



대답을 기다릴 것 없이, 그 관계는 끝났다고 보는 게 맞다. 남자친구가 H양에게 받고 싶은 건 사랑이 아니라 보상일 것이며, 하고 싶은 건 결혼이 아니라 복수일 것이다.

H양이 한 건, 상대와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각오로 치는 '깽판'이다. 하아, 이거 너무 엉망인 얘기라 더는 손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여자친구에게서 악마를 본 남자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고만 적어두겠다. H양은 남자친구에게서 받은 돈을 다시 남자친구에게 보냈다고 했는데, 그 돈은 다시 돌려받고 이 관계를 정리하길 권한다. 수백 통의 전화로 빚 독촉 한 일이, 돈 다시 준다고 없던 일 되는 거 아니다. 그리고 다음 번 연애에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연인과 돈거래는 하지 말길 바란다.


2. 왜…, 왜 그러세요. 무섭게.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애들도 아니고 남녀 간의 거시기한 일들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아닌 건 맞는데, M양은 너무 적극적이다. 정말 너무.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가 M양 소개팅 남인데, M양도 나를 어느 정도 마음에 들어 한 까닭에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말 놓고 대화하다 갑자기 내가

"오늘 예쁜 속옷 입고 나와. 너 집에 안 들여보낼 거야."
"오빠랑 1박 2일 여행갈까? 잘 때는 손만 잡을 게."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통념상 난 남자인 까닭에 저런 이야기를 하면 '꾸러기'정도로 분류되고 말겠지만, 여자인 M양이 저런 얘기를 한다면 '이상한 여자'로 보일 수 있다.

M양은 자신을 털털하며 농담도 잘 하는 타입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털털한 수준이 아니라 위험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오빠 나랑 (자체검열)?"


라는 M양의 카톡대화를 읽고 솔직히 난 경악했다. 충격과 공포다. 무섭다. 상대도 보통 이상의 드립을 치는 남잔데, M양은 상대를 가뿐히 제쳐 버린다. M양은 애프터에서도 자신이 먼저 상대에게 스킨십을 시도했다. 죄다 수위가 높은 얘기들뿐이라 이걸 더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M양은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생각에

"오빠, 우리 1박 2일 여행 다녀올까?"


같은 얘기를 한다. 아무리 봐도 뭔가 좀 이상하다. 대개의 여자들은 남자의 사냥꾼 본능을 깨우려 거리를 두고 도망가는 법인데, M양은 반대로 남자에게 달려든다. 사냥꾼을 겁먹게 만드는 사냥감이랄까.

상대는 M양의 그런 모습을 보곤 '얘 엄청 쉬운 애구나. 그간 얼마나 많은 남자에게 이랬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물론 M양이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거 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해서 아직 같이 영화 한 번도 안 봤는데 혼자 상대를 '정회원' 분류해 놓고 "날 다 가져."라는 식으로 들이대면, 잠깐 만나고 말 생각이 아닌 이상 남자는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앞으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가

"오빠 순진한 남자 아닌데? 알고 보면 M양이 나 무서워 할 거야. ㅎㅎㅎ"


라는 얘기를 하면, 적당히 "아 무서워~"정도로만 받아주길 권한다. "내가 더 무서울걸?"하면서 M양이 이어서 드립을 해 버리면 상대가 긴장한다. 게다가 M양은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만났을 때 스킨십을 시도하는데, 그게 손잡는 것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서 위험하다. 스킨십 역시 사귄 이후에 하길 권한다.


3. 길게 봅시다. 내년 봄쯤으로.


현재 상황에서 호감을 더 표현할 필요는 없다. 그걸 이미 상대도 잘 알고 있을 뿐더러, 상대는 스타의식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Y양이 자신에게 매달릴 거라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너희 학교 공연 갔을 때 나한테 연락한 여자애들 많았는데,
난 딱 너만 따로 만난 거다. 맘에 들었고 말도 잘 통해서 그랬다."



라는 얘기가 상대의 '스타의식'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 보면 된다. 카톡대화를 보면 딱히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은 없다. 스타와 팬의 관계로 Y양이 무조건적인 호응을 하고, 상대는 자신의 기호나 스케줄을 얘기하며 Y양의 리액션을 기다리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다. 현재 둘의 사이는 귀엽고 아기자기 하다. 남자가 우쭐하면 Y양이 "우와~"하는 식으로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Y양은 현재 이런 사이에서 연애로 발전하려면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만나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은지를 궁금해 하는데, 난 후자를 권하고 싶다.

가장 바람직한 대처는, 먼저 '스타와 팬'의 관계를 '친한 오빠와 동생'의 사이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처럼 상대에게 호응해 주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꾸 만나자고 하거나 사귀자는 말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오빠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락하고 지내는 게 되어야지, '오빠가 너무 멋있는 스타라서' 연락하고 지내는 게 되어선 안 된다.

둘이 만나서 한 얘기를 자세히 적지 않은 까닭에 어떤 뉘앙스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상대는

"네가 소개팅만 안 하면 우린 가능성이 있다."
"너랑 앞으로 영화도 보러 다니고 맛집도 다니고 그렇게 될 것 같다."



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저 말과 반대로 만남 이후에는 마치 어장관리 하듯 Y양의 연락에 대답을 하는 정도일 뿐 먼저 연락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Y양이 현재 갈팡질팡 하고 있는 건데.

길게 보자. 두 사람이 잘 되더라도 내년 봄쯤에나 사귀게 될 거라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오빠 얼굴 보여줘요.", "오빠 제가 톡 보내는 게 방해 돼요?" 따위의 얘기는 하지 않으며 가까워질 수 있다. 당장 연애하고 싶은 사람처럼 굴지 말고, 상대와 사귀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굴지도 말자. 상대는 당연히 Y양이 그런 상태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을 테니, 그 예상과 반대로 행동하자. 상대가 영화 얘기를 꺼내면 "우와, 저도 보고 싶어요. 오빠 우리 같이 봐요."라고 말하지 말고, "그거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도 친구가 같이 보자고 해서 주말에 보러 갈까 생각 중이에요." 정도로 대답하면 된다. 지금은 Y양이 상대를 너무 배부르게 만든 까닭에 뭘 더 내밀든 관심을 보이지 않을 테니, 음식을 내오는 일은 그만두고 먼저 상대를 배고프게 만들길 바란다.
 

이번 주엔 애독자 C양의 사연도 있었는데, C양에게는 소제목 3번에서 한 이야기를 자신과 썸남의 관계에 적용시켜 보길 권해주고 싶다. C양의 상대는 몽상가다. 몽상가와의 썸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하지만, 꿈에서 깨면 나비를 놓친 것 같은 기분만 남게 될 수 있기에 위험하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C양이 자신을 매력적인 남자로 보는지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을 로맨스 소설에서 걸어 나온 사람처럼 설명하는 것에도 소질이 있다.

짧고 명확하게 정리하자. 난 상대가 지금과 같은 호의와 친절을 C양에게 베푸는 게 세 달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적으로 단둘이 만난 이후 상대가 세 달이 넘도록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지를 지켜보길 권한다. 대부분의 몽상가는 지구력이 떨어지는 까닭에 세 달 이내에 상대에게 흥미를 잃고 다른 낯선 여자를 찾아 가니 말이다.

전에 이야기 한대로 법원이나 병원, 경찰서로 가야 하는 사연들은 다루지 않는다. 가명을 '커벨맘'이라고 써달라고 하며 사연을 주신 독자 분께는, 경찰서로 가시길 권해드린다. 차단해도 집 앞에서 잠복하고 직장으로 찾아오는 상대는 신고가 가능하다. 정떨어지게 하는 거야 가족 욕을 한 번만 해도 확실하게 떨어지겠지만, 그랬다간 신문 사회면에서 커벨맘님의 소식을 듣게 될 수 있으니 경찰서를 찾아 가시길 권한다.

자 그럼, 비 내리는 물금이지만 다들 즐겁게 보내시길!



"연애 처음인데, 스킨십 할 때 남자친구가 엉덩이를 만져요. 어쩌죠?" 같이 만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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