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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첫 연애가 끝난 후 갈피를 못 잡는 남자, 해결책은?

by 무한 2013. 5. 23.
첫 연애가 끝난 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남자, 해결책은?
스마트 폰의 구입이 스마트한 생활을 책임져 주는 게 아닌 것처럼, 연애 역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서 그대의 삶이 행복해 지는 건 아니다. 많은 기능을 가진 최신 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쓰지 않으면 그냥 99만 원짜리 카톡머신 아닌가. 존중과 교감과 배려가 없다면, 연인은 그저 데이트 메이트, 스킨십 파트너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의 외로운 부분을 애무할 뿐인 그런 관계 말이다.

사연의 주인공인 P군에겐 연애에 대한 환상을 먼저 좀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연애의 기반에는 우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 우정은 동성친구들과 나누는 우정과 모습이 같다. 때문에 꽤 오랜 기간을 '아웃사이더'로 지내왔다면 우정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P군은 첫 연애에서 상대를 '연인'이 아닌 '애완견'처럼 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부터 풀어가 보자.


1.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벗어나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삶을 바라보는 건 자유다. 친구들과 간 MT에서 술 마시며 노는 그들을 '포유동물'로 바라보든, 아니면 마주 앉은 이성의 속눈썹에서 인내를 보든 마음대로 상상하고 생각해도 좋다. 도서관에서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는 사람들을, 책이라는 잎사귀 갉아먹는 애벌레 바라보듯 바라봐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지내고 있다면, 즉각 그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과 교감하지 못한 채 고립되거나, 대인관계에서 함몰될 수 있다. 최소한 '너'라는 2인칭 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점의 변화를 줘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연애를 하며'여자친구'까지도 '그들'로 분류해 거리감을 느낄 위험이 있다.

저게 딱 P군의 문제다. 연애를 하다 여자친구가 P군에게 한 말을 보자.

"오빠는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랑 달라?"


여자친구가 뭉뚱그려서 표현했는데, 저 말이 바로 "오빤 왜 1인칭으로만 살아?"라는 말과 같다. 친구 커플과 놀이동산에 갔는데, 거기서 혼자 겉돌며 여자친구에게 짜증만 내니, 여자친구는 학을 뗀 거다. 여자친구는 친구 커플이 부러워 할 정도의 데이트를 기대했는데, P군은 혼자 성큼성큼 가 버리거나 화난 얼굴로 "쟤들이랑 왜 같이 오자고 했냐." 따위의 말만 하니, 여자친구가

"정말 쪽팔리더라. 진짜 오빠한테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쯤에서 얼른 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했어야 하는데, 당황스럽게도 P군은 헤어지자고 말했다. P군이 밝힌 이별통보에 대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저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제가 얘를 잡고 있으면
얘가 행복하게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사는 사람들의 특징인 '도피의 문제'를 P군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거 지금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이 든다고 알아서 다 해결되는 거 아니다. 최정례옹(82세, 무직)께서는 지금까지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삶을 살고 계신데, 얼마 전엔 나가시던 노인정 사람들과 절교를 하셨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게 그분의 좌우명이다.

갈등이 생기면 인연을 끊어 도피하는 습관, 고치길 권한다. 계속 그러다간 세상사람 전부와 절교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건 마치 영어 원서 읽다가 모르는 단어 나오면 책을 던져 버리는 것과 같다. 다른 책을 집어 들어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또 던지고, 다시 다른 책을 펴고…. 그런 반복만을 하다간 '모르는 단어'를 영영 모른 채 살 수 있다. 발가벗겨져도 좋으니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로 관계에 임하자. 그렇게 한 번 버티고 나면, 대나무 마디 하나 자라듯 자라있을 테니 말이다.


2.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기.
 

P군의 또 다른 문제는, 타인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 내게 분노의 메일을 보낸 어느 남자 분과 닮아있다. 그분과 내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그분 - 사연 보냅니다. 글재주가 없어 카톡대화만 보냅니다. 
나 - 양식에 맞춰서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분 - 전 절박해서 사연 보낸 건데,
        고작 한다는 얘기가 양식에 맞춰서 보내라는 건가요?

나 - 양식에 맞춰 보내주셔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답니다. 
그분 - 궁금하신 점 있으면 지금 물어보세요. 그럼 제가 답 해 드리죠. 
나 - 양식에 맞춰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분 - 그냥 짧게라도 대답해 주세요. 포기할지 말지 그것만 말해주세요. 
나 - 포기하세요. 
그분 - 잘 알지도 못하면서 포기하라고 성의 없이 말하네?
나 - 어금니 잘 있죠? 아직 씹을 수 있을 때 주의하세요.



저 분이나 P군은 '내 기분'이 가장 우선이기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가 어렵다. 연애 중일 때 여자친구가 P군에게 한 말을 보자.

"나,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면 안 돼?"


P군은 연애 내내 상대를 '내 방식대로', 혹은 '내가 바라는 대로' 개조시키려고 했다. 그 개조작업에 견디다 못한 여자친구가 저 말로 구조신호를 보냈는데, 자기 할 말만 하는 P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때문에 결국 관계의 종말이 찾아온 것이다.

헤어진 후에도 P군은 여전히 '내 할 말'만 했다. 우울한 날엔 상대에게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다."라고 말했고, 그러다 기분이 좀 나아지면 "친구로 지내자."라고도 했다. 술이 좀 들어가면 "나 너 절대 포기 안 해."라는 말도 하고, 그 말에 상대가 대답을 안 하자 욕을 하기도 했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진상이 되고 만다. 싫다고 하는 사람에게 계속 들이대게 되고, 찾아오지 말라는 사람의 집까지 찾아가게 된다. P군은 여기다가 '풍부한 감수성'까지 겹쳐, '비련의 주인공 놀이'에 맛 들리고 말았다.

매일 소주 한 병씩 마시는 거나, 친구들 불러서 이별의 아픔에 대해 토로하는 거, 그거 그냥 자기위안일 뿐이다. 그 친구들도 좋은 조언을 하나씩 해줬을 텐데, P군은 여전히 귀를 막고 매일 밤 '내 할 말'만 여기저기 늘어놓지 않는가. 그 생활이 길어지니 이제 술 마시자고 해도 사람들이 피하고, 술 마시곤 또 그녀에게 전화를 거니 "한 번만 더 연락하면 신고할 거다."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 '비련의 주인공 놀이'를 지금 당장 끝내야 한다. 스스로를 모욕하며 희열을 느끼기 시작하면, 훗날 갈등이 생길 때마다 그 놀이를 하게 될 수 있다. 자기혐오는 스스로 하는 공치사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하니 더 깊이 빠지기 전에 얼른 벗어나길 권한다. 자기혐오가 더 진행되면, 타인이 한 말 중에 '상처가 되는 얘기'만 골라서 자해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제 축하는 그 아이에게 똥만도 못한…."


하아, 이미 수위가 꽤 높아진 것 같아 걱정이다.


3. P군의 질문에 대한 답변.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P군은 그녀와 헤어졌다는 사실 보다, 그녀와 헤어진 후 시궁창이 되어버린 현실에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그녀와 사귀기 이전에도 P군은 외로움에 몸부림을 쳤는데, 그땐 그녀와 함께 하고 있는 모임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헤어진 지금은 주변에 함께 술 한 잔 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남아있지 않다. 몇 명 있기는 해지만, 그들 역시 P군의 '이별의 아픔 토로'에 질려 P군을 피하게 되었다.

P군이 보낸 사연에 "제가 정말 바보 같았습니다."라는 후회의 말은 많지만, 그녀에 대한 애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녀와의 관계는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는 게 가장 좋다. 운이 좋다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번엔 P군이 맹목적으로 그녀를 위한 연애를 하려고 하다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 죄책감 때문에, 그리고 외롭기 때문에 그녀를 잡으려는 생각은 그만 접길 권한다.

그녀를 완전히 잊고, 그저 좋은 추억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런 건 없다. 연애를 하며 벌인 P군의 헛발질은, P군 마음속 '연애 오답노트'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게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 오답노트가 있기에 다음 연애에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길게 지속되지 않는 대인관계에 대한 조언도 요청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청'을 권해주고 싶다. 현재 P군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은 '푼수 짓'을 해서 분위기를 띄운 뒤 '재미있는 사람'의 포지션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그 방식이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모임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평가를 받는 등 정점이 될 수 있지만, 길게 두고 오래 알아가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러니 '상대를 웃겨야 한다'거나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들이길 권한다.

그리고 대인관계는 '나이테'처럼 형성 된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P군이 원하는 '정말 진실한 관계'같은 건, 처음부터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관계는 둘의 추억과 신뢰와 우정이 한 겹씩 더해져 굵고 튼튼하게 만들어 지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더해갔다 하더라도 관계가 자라는 것에 소홀하거나, 관계를 방치해 두거나, 갈등이 생겼다고 중간에 잘라 버리면 무너져 버릴 위험은 늘 존재한다. 현재 P군은 한 줄 정도 생긴 우정의 나이테를 '든든하지 않다'며 베어내고 있으니, 새로운 사람만 계속 찾기 보다는 주변의 지인들을 먼저 돌보길 권한다.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P군은 다음에 누굴 만나면 상대를 배려하고 진짜 사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했는데, '마라톤 쉽게 뛰는 법'이 없는 것처럼, 연애 역시 '뭐 하나 배워서 연애 쉽게 하는 법' 같은 건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연애 역시, 높은음자리와 낮은음자리를 오가며 꾸준히 화음을 만드는 중이다. 그런 높낮이 없이 한 음으로 계속 되는 연애는,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음처럼 느껴지는 권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타인을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을 좀 하자. P군은 이 부분에 전혀 훈련이 안 되어 있다. 연애 중, 기다릴 땐 전화 안 하고 막 나가려고 하니까 전화했다고 상대에게 짜증을 내는 부분을 보자. 본능대로 사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짜증을 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짜증나는 상황이니 감정 그대로 질러버리는 것이다. 

상대가 일부러 P군을 골탕 먹이려고 그 순간을 골라 연락한 것일까? P군이 몇 분 전까진 기다렸지만 지금은 기다리지 않는다는 걸 눈치 채곤 딱 맞춰 연락한 것일까?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을 다정하게 대할 수 없다. 기분 좋을 때 상대에게 선물을 해 주는 건 다정하게 대하는 게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나아가 지인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다독여 준 적 있는지 생각해 보고, 앞으로는 그들에게 내 가족을 대하듯 마음 쓰는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천성이 무뚝뚝하더라도, 연습 하다보면 분명 된다.(마음을 다독이라는 거지 밥 사 먹이라거나 선물 하라는 얘기는 아니니, 그 부분은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하룻밤만 더 자면 후라이데이다. 목요일 무사히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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