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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두 달 넘는 연애를 하지 못하는 여자, 문제는?

by 무한 2013. 1. 21.
두 달 넘는 연애를 하지 못하는 여자, 문제는?
친구와 약속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약속은 '만나면 만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것'인 가벼운 약속이다. 그런 마음은 어떻게든 태도로 드러난다. 친구가 약속시간을 좀 변경하려 들면 "야 그냥 다음에 보자."라고 대꾸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만남을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면 절대 다음에 보자는 얘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성을 '연애 상대로 나쁘지 않다'정도의 마음으로 만날 때 역시,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태도로 드러난다. L양의 사연 중

"오빠는 절 자주 보고 싶어 했는데,
제가 피곤한 날엔 다음에 보자고 하고 (집 근처로 온 상대를)그냥 보낸 적도 있어요."



라는 부분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L양은 상대가 좀 서운해 하긴 했지만 피곤해서 못 나온다는 걸 이해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 L양이 상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집 근처까지 찾아갔는데, 상대가 피곤하니 다음에 보자며 전화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피곤하면 그럴 수 있지, 라며 유쾌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 '얼굴이라도 잠깐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까?

"전 처음부터 빠지기보단, 사귀면서 점점 애정이 생기는 편이라서요."


빠지는 건 둘째 치더라도, 연애는 만나고 싶은 사람과 해야 하는 거다. L양이 했던 건 '연애'라기 보다는 '고용'에 가깝다. 심심하고 외로울 때 불러서 데이트 할 사람을 고용한 거다. 그럼 이어서 그 고용인들이 왜 떠나갔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8 : 2 의 데이트비용


식사가 8 : 2 라는 거고, 아마 자동차 기름 값까지 더하면 9 : 1은 될 것 같다. L양은 데이트 비용이 부담되었으면 진작 말 하지 왜 헤어지기 직전에 저걸 핑계로 드냐고 말하는데, 그건 사실 남자에게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L양이 알아서 처신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L양처럼 행동하는 동성친구가 있다고 해보자.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는 것이 당연한 듯 차를 타고, 함께 밥을 먹고 계산하는 것 역시 L양이 하는 게 당연한 듯 가만히 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줬더니 고마워만 할 뿐 돌아오는 건 없다. L양이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것에 힘겨워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 친구는

"진작 얘기하지 그랬어?
비용 때문에 부담스러웠다면 당연히 내가 맞췄을 텐데."



라고 대답한다. 저 말을 듣는 L양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오빠가 거의 모든 비용을 지불했고,
만날 때마다 차를 가지고 나왔으니 돈이 많이 나갔겠구나 싶더라고요.
전 미안한 마음에 다음 날 오빠한테 연락도 자주 하고, 저녁에 참치도 쐈어요."



상대가 바라는 것은 참치 같은 게 아니라, 계산 시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밥 세 번 먹으면 상대가 두 번 계산하고, L양이 한 번 계산하자는 말이 아니다. 뻔뻔해 보일 정도로 당연한 듯 앉아 있지 말아달라는 거다.

"오빠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언제부턴가 지갑을 아예 안 갖고 나오더라고.
근데 제가 의도적으로 그런 게 아니거든요. 전 카드만 따로 빼서 써요.
주머니에 넣고 있었던 건데, 오빠가 오해한 것 같아요."



카드를 두고 나왔든 들고 나왔든, 상대가 계산할 땐 뒤만 쫄래쫄래 쫓아가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주머니 속에 있었다는 그 카드를 꺼내서 긁은 적 없으니, 상대는 당연히 '얜 빈손으로 나왔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좋아하지 않은 음식도 오빠가 먹자고 하면 싫은 내색 안 하고 맞춰서 먹어줬거든요."


허허, 좋아하든 음식이든 싫어하는 음식이든 계산은 다 오빠가 한 게 문제라니까?


2. 사귀면서 점점 애정이 생기는?
 

앞서 L양이 말한

"전 처음부터 빠지기보단, 사귀면서 점점 애정이 생기는 편이라서요."


라는 부분을 좀 살펴보자. 난 사연을 읽으며 '사귀면서 점점 애정이 생기는' 부분을 못 찾았다. 대신 '사귀면서 점점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부분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회사에서 기분 안 좋은 일 있었다고 말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더라고요."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오빠를 만난 건데,
약속 취소랑 자기랑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오빠가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삼일 간 전화는 한 통도 안 하고 카톡만 드문드문 보내더라고요."



남자는 지친다. 가고 싶다는 곳 데려다 주고, 회사 태워다 주고, 데이트 하는 날 데리러 가고, 또 집에 데려다 주고, 비용도 다 부담하는데다가 친구들 모임에 같이 가자고 하면 따라가고…. 앞으로 입히고 재우고 씻기까지 하면 완벽한 보호자 노릇을 할 수 있다. 위의 저 이야기들에 대해 나는 L양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 L양은 상대의 회사업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물은 적 있는가?
- L양은 상대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두고 데이트 하는 것에 대해 감사한 적 있는가?
- L양은 손이 없거나 무료통화를 다 써서 먼저 전화를 못 하는가?



그리고

"눈이 많이 와서 버스가 안 다녀. 난 그것도 모르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늦게 알고 전철타고 출근했어. 오빠는 출근 준비 중? 길 미끄러우니까 조심히!"



라는 L양의 톡을 보자. 남자는 본능적으로 '결론'에 집중한다. 때문에 답장은 "응, 이제 막 나왔어. 도착하면 톡 할게~"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느라 많이 추웠지?
에고, 버스 안 다니는 거 알았으면 내가 일찍 일어나서 태워다 줬을 텐데."



라고 말할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다. 그런데 L양은 자신이 어떻게 얘길 하든지 상대가 찰떡같이 알아듣곤 보듬어주길 바라니,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다. L양이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나왔으니 상대가 고마워서 눈물이라도 흘려주길 바랐는가? 아니면, 그 시간을 대신 차지한 것에 대해 친구에게 사과라도 해 주길 바란 건가? 그럼 그냥 친구 만나지 그랬냐고 말했으면 L양은 또 불 같이 화냈을 것 아닌가.

그걸 안 알아줬다고-대체 뭘 어떻게 알아줘야 하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틱틱 거리고, 다음 날 진지하게 서운했다고 말하는 여자. 정말 완전 피곤하다.(틱틱 거린 날도, 진지하게 서운했다고 말한 날도 커피 값, 밥 값 계산은 오빠가 했다.)


3. 결혼 생각 없다는 얘기


모든 연애가 결혼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지만, '이 사람과 결혼까진 생각해 보지 않았다''이 사람과 결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분명 다르다. '결혼 생각 없다'는 마음으로 연애 임하면, 딱 그 정도의 연애만 하게 되는 까닭이다.

앞에서 이미 아플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으니, 굳이 이 부분까지 사연에서 찾아다가 옮기진 않겠다. 그저 그런 마음으로 연애에 임했기 때문에 오가는 것이라고는 전화 끊으면 사라질 이야기가 절반, 질문이라고 주고받는 건 지극히 가벼운 잡담들이라고 적어두겠다.

조금 나쁘게 얘기하자면, 그저 술에 취해있는 두 사람 같다고 할까. 당장은 기분이 좋고 서로의 행운을 기원하며 잔도 부딪치겠지만, 술이 깨고 나면 숙취만 몰려올 뿐이다. 둘의 관심사가 비슷하기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며 긴 시간 대화를 할 순 있지만, 역시 그게 전부다.

닳고 닳은 이야기 중에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란 얘기가 있지 않은가. 그 말에 둘을 대입해 보면, 마주보기만 했을 뿐 함께 바라본 곳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한계가 정해진 듯한 분위기 속에서 데이트를 계속해 봐야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또 그 비용도 자신이 대부분 부담해야 하고, L양에게서 이쪽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긴커녕 '일상 보고'를 들어줘야 하는 일만 이어지니, 남자는 이 삽질 같은 연애를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자친구 생겼다고 미니홈피에 하트 이모티콘 넣고, 카톡 프로필과 사진 커플샷으로 바꾸고, 페이스북에 데이트 사진 올린다고 연애가 아니다. 알맹이가 없는데 그런 껍데기만 잔뜩 꾸며서 뭐하겠는가. 몇 주 만나다가 갈등이라도 생기면 사진 다 내리고 친구삭제하고….

L양이 이십대 초반이면 저런 연애를 해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곧 이십대도 바이바이 할 나이 아닌가. 그 즈음 L양이 만나는 남자들은 대부분 둘의 미래까지도 그려볼 것이다. 결혼 할 생각이 없다며 그저 현재의 연애를 즐기자는 태도를 보이면, 거기서 그냥 탈락이다.

"그 오빠는 저와 오래 연애할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L양이 오래 연애할 만한 여자란 걸 상대에게 보여준 적 없지 않은가. 삼십대 남자들은 귀신같이 안다. 이쪽이 자신을 심심이 어플 정도로 생각하는지 아닌지를 말이다. L양의 기쁨을 위해 그가 노력하고 봉사하는 게 연애는 아니잖은가.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는 법인데, L양은 더 많이 받기만 바랐다.

하나 더. L양은 '맞춰간다'는 걸 좀 특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상대가 좋아하니, 혹은 상대가 리드하니 맹목적으로 따르는 게 맞춰가는 게 아니다. 뭐 하자고 하면 내키지 않아도 하고, 뭐 먹자고 하면 싫어도 먹고, 그건 단순한 인내다. 얼마 전 한 독자 분께서 CF에 나온 말이라며 댓글로 적어주신 글을 소개해 주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두산 CF 중에서


잘 참고해 다음번엔 실수하지 말길 권한다. 자 그럼, 다들 힘찬 한 주!



▲ 난 만나면서 애정이 자라나고, 상대는 시종일관 애정이 꽉 차 있어야 하고. 이상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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