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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집을 산다고 해도 결혼을 거부당하는 여자, 왜?

by 무한 2012. 5. 3.
집을 산다고 해도 결혼을 거부하는 남자, 이유는?
문제를 하나 풀어 보자. 그대와 A양은 친구인데, A양이 이런 얘기를 했다.

"넌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어.
난 너에게 아쉬울 것도 없고, 만나서 밥을 먹어도 다 내가 계산해.
너하고 친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 있어? 없잖아.
그런데도 난 너하고 친구로 지내고 있어.
이런 친구를 네가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나한테 집중 하라고. 앞으로 좀 더 충실하게 대해."



저 얘기를 듣고 그대는, 앞으로 A양의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할까? 아니면 이건 또 무슨 종류의 인간인가를 생각하며 절교를 다짐할까?

A양은 저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한 것을 두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연애가 이미 끝장났다는 건 초등학생들이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매뉴얼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A양의 이번 연애를 위한 것이 아니다. 연애와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일반인과 좀 다른 A양 자신을 위한 것이다. 지금처럼 같이 살 애완견 고르듯 연애와 남자를 대하면, 십 년이 지나도 "제가 집을 산다는 데도 왜 결혼을 거부하죠?"라는 사연만 보내게 될 그녀를 위해, 출발해 보자.


1. 쉽게 통제 가능한 남자 찾는 모습.


칭찬과 관련된 다큐를 본 적 있다. 그 다큐에서는 칭찬의 역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다음 목표'도 '칭찬 받기 쉬운 일'로 고른다는 내용이었다. 다큐의 내용 중 오늘 매뉴얼과 과장 관련이 깊은 실험은 '책 읽고 칭찬스티커 받기'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한 권을 읽으면 칭찬스티커 한 장을 주는 실험이었다. 아이들이 책을 고를 책장에는 유치원 수준의 책 150권과 초등학교 수준의 책 150권이 있었다.

실험이 시작되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얇고 쉬운 책'을 골랐다. 어떤 아이는 1분도 채 안 되어 책을 다 읽었다며 선생님께 뛰어가 칭찬스티커를 받았다. 많은 아이들이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실험이 끝났을 때 아이들이 읽은 책은 192권 이었는데, 그 중 170권은 유치원 수준의 책이었다. 그 모습에 대한 교육 심리학자 알피콘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만약에 제가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상을 받게 된다면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칭찬이나 상을 받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쉬운 책을 고를 겁니다.
그래야 빨리 읽고 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보다 깊이 없이 책을 읽을 겁니다.
이해가 아니라, 빨리 끝내는 것이 목적이 되기 때문이죠.

- 알피콘, EBS <학교란 무엇인가-6부 칭찬의 역효과> 중에서.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 쉬운 책을 고르는 아이들의 모습과 A양이 쉽게 통제 가능한 남자를 찾는 모습은 매우 닮아 있다. A양은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는 남자-자신과 조건이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에게는 까닭 없이 반발감을 갖는다. 만나서 얘기해 본 적도 없으면서 성격이 이상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반면 쉽게 통제가 가능할 거라 생각되는 남자-자신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남자-에겐 맹목적으로 좋은 점수를 준다. 자존심 상할 일 없을 것이고,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쉽게 해결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오빠는 제가 오빠랑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 적 있어요."


그런 남자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연애나 결혼을 하겠다는 걸 말릴 생각은 없다. 누군가의 애완동물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를 만나면 A양이 원하는 연애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게 A양의 함정이라는 걸 눈치 챌 것이다. "집은 내가 살 테니까, 얼른 결혼하자."라는 함정 말이다.


2. A양의 임무 리스트와 계획표


A양은 상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난 사귄지 적어도 두 달은 지나야 키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둘은 사귄지 두 달이 지나서야 키스를 했다. 그리고 이제 네 달이 더 지나 A양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난 사귄지 일 년쯤 되면 결혼을 하고 싶어."


상대는 당황했다. A양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대에게 A양은 다시 말한다. 

"난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어. 
뭐가 문제야? 집? 집은 내가 마련할 수 있어. 
나처럼 안 따지고 안 바라는 여자가 또 있을까?
오빠 나이에 차도 없으면 여자 만나기 힘든 거 알잖아.
난 오빠가 차 없어도 좋아. 그런 거 따지지 않아.
물론, 우리가 사귀다가 헤어질 수도 있어. 실망할 수도 있지. 
언제 결혼하자고 확정을 하자는 건 아니야. 
계획을 세우자는 거지. 우리가 1년이 지나도 잘 만나고 있다면,
그땐 언제쯤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만약 상대가 저 결혼에 응하면 A양은 또 어떤 임무를 부여할 것인가? 난 애를 셋 낳고 싶어? 나는 아이들을 유학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저건 '계획'이 아니라 '계약'이다. 게다가 상대로 하여금 사인을 받아 낼 목적으로 한 말들이 죄다 짜증나는 소리들뿐이다.

"넌 무능하지만, 난 그 무능함을 탓하지 않아.
그런 여자가 또 있을 것 같아? 그러니 이 계약서에 사인해."



이 말과 뭐가 다른가? 멀쩡한 정신을 가진 남자라면 헤어지자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 A양이 질색을 하는 남자, 그러니까 A양 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가 같은 말을 했다고 해보자. "넌 조건이 별로 좋지 않아. 돈도 학벌도 미모도 별로지. 하지만 난 그걸 탓하지 않아. 그런 남자가 또 있을까? 그러니 결혼하자." 난 A양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대의 목을 조를 것 같은데, A양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3. 인내와 사랑에 대한 착각.


A양은 큰 오해를 하고 있다. 내게 보낸 사연에서,

"무한님은 아마,
선본다고 더 좋은 사람이 나올 것 같냐,
그냥 이 사람 잘 붙잡아서 결혼해라, 라고 하시겠죠?"



라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난 A양이 만신창이가 된 이 연애를 그만두고 선을 보길 적극 권한다. A양 스스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머리로는 저도 이 오빠와 헤어지고 선을 보는 게 맞다는 거 알아요."라는 말은 A양이 한 거다.

이 연애가, 둘 다 너무 사랑하지만 어떤 차이 때문에 둘이 힘겹게 극복하는 과정이라면 난 응원을 하겠다. 그런데 A양의 연애는 그런 게 아니다. 아무도 포기하라고 말한 적 없는-심지어 상대도 그러라고 하지 않는- 이상한 포기를 A양 스스로 하며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난 널 위해 채식까지 하고 있는데, 넌 왜 날 위해 아무 것도 안 해?"


라고 말하는 모습이랄까. 아무도 채식하라고 얘기한 적 없는데 말이다. 그러곤 나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저도 채식을 그만 두고 고기를 먹는 게 낫다는 거 알아요.
그를 위해 애써 채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걸 말예요.
하지만 무한님은 아마 좀 더 버티라고 하시겠죠. 채식을 포기하지 말라고."



난감하고, 당황스럽다. 이건 그냥 비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 아닌가.

"오빠는 여자들이 좋아할 타입은 아니에요. 외모도 좀 별로고,
옷도 잘 못 입어요. 똑같은 옷을 입을 때도 많고요.
차도 없고, 모아 놓은 돈도 없어요. 집도 어려운 것 같고요.
결혼 얘길 계속 하니까, 작은 집이라도 하나 마련하고 결혼하고 싶다는데,
오빠 월급으론 택도 없어요. 십 년은 걸릴 걸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훨씬 괜찮은 남자 만날 수 있다는 거, 저도 알아요."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참아가며 그와 사귀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사람은 다 별로고,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런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내'라고 말한다.

사랑하니까 참는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참으니까 사랑이란 얘기는 처음 들어 보는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뭐 그런 거 패러디인가? 술집에서 술 먹고 다른 테이블 손님에게 시비 걸다 맞으면서 "아! 맞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뭐 이렇게 외치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는가? 맞아서 아픈 청춘과 A양의 사랑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다음번에 누굴 만나더라도 그 사람 역시 나만큼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 공주 놀이에 하인 역할 할 사람 구함. 숙식가능.


따위의 광고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다치거나 차일까 두려워 '나와 동등하거나 나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와 만나는 걸 피하지 말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나보다 별로인 남자 데려다 공주놀이 하기'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A양은 '연애스킬'이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거라 생각하는데, 이건 '연애스킬'과 전혀 관련 없다. 남자와 연애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100점짜리, 칭찬 받을 수 있는 연애를 하려고 하니 쉬운 남자를 고르게 되고, 그런 남자들 중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남자가 있으면 또 언제든 가차 없이 잘라내지 않는가.

노멀로그를 믿고 시작해 보자. 상대에게 내가 50점 밖에 안 되는 연애도 괜찮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고, 가다가 길을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 거다.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며 사람 고르다간 포기해야 할 부분만 늘어난다. 비바람 무서워하지 말고 견뎌내 올 가을엔 풍성한 열매를 좀 맺어보자.



▲ "썸녀가 아는 형과 사귀려고 하는데, 막을 방법은?" 형과 사귀는 중이라고 하세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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