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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노멀로그 연말 결산!

by 무한 2012. 1. 2.
2011 노멀로그 연말 결산!

죽지 않았다. 대한민국 하루 평균 사망자가 700명가량 된다고 하는데, 난 살아서 2012년을 맞이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삶이 가끔은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몇 년 전 세상을 뜬 J씨와 달리 난 여전히 메신저에 로그인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새로 나올 스마트폰으로 번호이동도 할 수 있다. 아, 이건, 축복이다. 

스마트폰이 뭔지도 모를 J씨. 안타깝다. 
옆에 계셨다면, 내복이라도 하나 사 드렸을 텐데.

그건 그렇고 난 참 나쁜 녀석이다. 빵을 혼자 다 먹었다. 엄마는 아직 맛도 못 봤는데. 이렇게 나쁜 녀석이 하는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역시 축복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나쁜 녀석이 무슨 짓을 했는지 살짝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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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노멀로그 최다 댓글 포스트 소개 대신, 내 얘기

연애 매뉴얼을 발행하다보니, "댁은 연애 잘 하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잘' 보다는 '열심히' 하고 있다. 연애란 오래달리기와 같은데, 그 누가 시종일관 웃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곳곳에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지뢰가 가득한 곳에서의 오래달리기인데 말이다.

바로 어제, 공쥬님(여자친구)과 임진각으로 제야행사를 보러 갈 때도 그랬다. 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진 넋을 놓고 있다가, 불이 떨어지면 그 때서야 다급히 일을 처리하는 스릴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그날도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임진각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은 10시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임진각에 도착해서도, 우리는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주차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쉽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에 서 있던 몇몇 차들은 신경질 적으로 악셀을 밟아가며 차를 돌렸다. 계속 기다리다간 2012년을 '주차대기' 상태로 맞이할 것 같아서 그런듯했다. 우리 옆에 서 있던 차의 아저씨도 창문을 열어 줄을 확인 했는데, 조수석에 앉은 아줌마가 계속 아저씨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아저씨는 화가 났는지 급하게 핸들을 꺾은 뒤 굉음을 내며 돌아가 버렸다.

공쥬님도 '주차대기'를 하다 2012년을 맞이하게 될지 몰라 불안했는지, 딱딱한 목소리로 몇 가지 불평을 했다. 나에게 책임을 묻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나도 남자인 까닭에 '문제해결 프로세서'가 작동했고, '그럼 이게 다 나 때문이란 얘긴가? 내가 임진각에 오자고 해서 그렇다는 얘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상해

"그냥 다시 일산으로 가자."

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에 찾아온 내 '문제해결 프로세서'에 대해 털어 놓고, 내가 내린 오답을 바로잡아 주길 부탁했다. 공쥬님은 몇 가지 치료(응?)를 해 주었고, 덕분에 내 마음은 다시 잔잔해졌다.

행사장엔 몇 분을 남기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행사장에서도 문제는 있었다. 매년 하던 '불꽃놀이'를 올해는 하지 않은 것이다. 그거 하나 보려고 간 건데, 불꽃놀이를 하지 않는다니! 종을 몇 번 치더니 행사 관계자들이 모두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당해 했다. 공쥬님의 표정에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시 내 '문제해결 프로세서'가 작동했다. 얼른 다시 이 '실책'을 만회할 만한 일을 해야 한다고 내 마음 속의 '남성'이 소리쳤다. 이 일에 대해 공쥬님이 불평을 하기 전에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신 난 이 '위기'에 대해 공쥬님과 공유하기로 했다. 그러곤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대신,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쓰다 보니 솔로부대원들에게 염장을 지르는 것 같아, 이쯤에서 줄이기로 한다. 말하고 싶은 건, 지뢰 걱정 없이 웃으며 달리는 게 아니라, 지뢰를 함께 피해가며 어려움을 벗어날 때마다 안도감에 잠깐씩 웃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벗어난 지뢰가 있는 곳을, 매뉴얼을 통해 '위험지역'이라 알린다. 그대가 밟지 않기를 기원하며 말이다. 
 

2011 노멀로그 최다 댓글 애독자 Best 10

1. 소영 님
2. 아자~ 님
3. 피안 님
4. 엄마미소 님
5. 저그 님
6. NABI 님
7. Sonagi™ 님
8. Quicksand 님
9. 희망이 님
10. nihs 님

종종 "무한님, 댓글 다 읽긴 하시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자기 블로그에 달린 댓글을 다 읽지 않는 블로거도 있을까? 너무 열심히 읽어서 탈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다. 답글을 달지 않는 건, '댓글 3등'까지만 답글을 단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 원칙을 벗어나면 누군 답글 달아주고 누군 안 달아준다며 불평하는 분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소영님
안녕하세요, 수학선생님. 그림은 꾸준히 그리고 계신가요? 전 가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지독한 회의감이 들 때가 있어요. 병아리를 키우려다가, 부리로 땅을 쪼아야 하는 생과, 잘 커봐야 닭인 생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노크를 해 주시는 점, 감사합니다. 소영님이 연애를 시작해 뵙기 힘들어지는 날까지, 잘 지내보자구요. ^^

@아자~님
복근 있는 여성으로 거듭날 아자~님. 작년에 댓글 8위 하셨는데, 올해는 2위 하셨어요. 저야 감사하지만, 이거 흐뭇해만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작년에 댓글 순위권에 계시던 분 중엔 올해 아이까지 낳으신 분이 있는데! 아자~님도 올해에는 순위권에서 탈출하시고, 청첩장 보내주시길! 

@피안님
중요한 결정은 어떻게 내려졌나요? 아, 피안님 연애 시작하신 뒤로, 즐거운 날엔 'ㅋㅋ'를 많이 쓰시고 살짝 글루미 한 날엔 'ㅎㅎ'를 많이 쓰시네요. 뭐, 둘 다 섞어서 쓰시는 날이 더 많긴 하지만. 올해에는 피안님의 'ㅋㅋ'로 노멀로그가 가득차길 바라며! 1등석 표라는 걸 보여주세요!

@엄마미소님
저를 너무 잘 아셔서, 가끔 무서워요.(응?) 농담이고, 뭘 먹으면 엄마미소님처럼 친절해 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엄마미소님처럼 친절한 분은 DC 식물갤에서 말고는 보기 힘들 것 같아요. DC 식물갤은 폐인도 바른생활사나이로 바꾸는 곳이죠. 한 해 동안 노멀로그를 치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보내주신 생일선물,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저그님
폭풍처럼 나타나셔서, 폭풍과 같은 센스의 댓글을 다시는 저그님. 그 센스, 소설 한 두권 읽어서 생기는 센스가 아닌데, 맞죠?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센스가 있는데, 그 센스가 저그님에게서 느껴져요. 저도 소설을 많이 읽고 싶었는데, 중학생 때 세계문학전집 완독하려고 산 '세계문학전집 1권'이 '파우스트'였죠. 운명의 꼭두각시가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뭐. 올해에도 센스 있는 저그님의 댓글 기대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부담되시죠? 편히 놀러 오세요. ^^
 
@NABI님
NABI님 작년에 댓글 6위하셨는데, 올해도 6위! 블링블링한 날들 보내고 계신 거죠?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하시면 어떨까 싶어요.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심각해지지 않게! 진지한 대화가 좋기는 하지만, 너무 진지하기만 하면 글자가 빽빽하게 인쇄된 책 읽는 것처럼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어서 소래포구에서 '새우 데이트' 하시길!
 
@Sonagi™님
늘 친형처럼 챙겨주시는 소나기님. 감사합니다. 전 축가 불러드릴 준비를 오래 전에 끝내고, 소나기님이 불러주실 날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서 절 활용해(응?) 주세요! 형수님 만나고 싶어요!

@Quicksand님
언제 한 번 Quicksand님을 모시고 <모태솔로 탈출 간증집회>을 열어야 겠어요. 2011년에 모태솔로를 벗어나신 뒤 남자친구를 '애교쟁이'로 만드시고, 댓글 1등까지! 올해에는 좀 더 탄력 받으셔서 2세 소식과 로또 1등 당첨 소식까지 전해주시길. ^^

@희망이님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클로킹 모드로 돌입하시는 희망이님. 노멀로그에선 "잘보고갑니다~" 외에는 별 말씀을 남겨주시지 않는 원로독자! 12월 중순 이후로 뵐 수가 없는데, 연애에 빨간 신호등이 들어온 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80일 프로젝트도 화이팅!

@nihs님
nihs님, 도서관에선 커피 주려는 남자에게, 퇴근 할 때에는 연락처 달라는 남자에게 시달리신다더니, 깨 볶으시느라 소식이 없는 거라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좋은 사람과 맛난 음식 먹으며 보내는 한 해 되시길!


이 외에도 늘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께 배꼽인사를! 꾸벅.

노멀로그 2011 연말 결산 총평

바다를 닮지 못하면 끝장이다. 어제도 거기 있고, 오늘도 거기 있고, 내일도 거기 있을 바다와 닮지 못하면 나귀를 팔러 가는 부자(父子)가 되고 만다. 누군가 나귀를 왜 안 타고 끌고 가냐면 아버지가 타고, 또 누군가 애비만 타고 애를 걷게 한다고 하면 아이를 태우고, 그러다 누군가 둘 다 타면 되는 걸 멍청하게 하나만 탄다고 하면 둘 다 탔다가, 결국 나귀가 지쳐 죽고 만다.

블로그야 몇 번인고 끝장나도 상관없지만, 삶이 끝장나서는 안 된다. 노멀로그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은 파지수집가의 농담 정도로 보시고, 항해를 위한 인생의 키를 두 손으로 꽉 움켜잡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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