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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운명 같은 사랑이었는데, 그와 딱 한 번의 싸움으로 헤어졌네요.

by 무한 2018. 4. 11.

딱 한 번 싸운 게,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대원들이 서로 긴 시간 연락을 안 하거나 전화로 목소리 높여가며 언쟁을 해야만 싸운 거라 생각하는데, 그것 외에

 

-기분이 상했다는 걸 목소리와 침묵으로 표현하곤 전화 끊기.

-더 듣고 싶지도 않다는 듯 “그냥 하던 거 해.”라고 말해 버리기.

-“그럴 필요 없어. 됐어. 오지 마.”라는 말로 밀어내기.

 

등의 사건들도 싸운 걸로 쳐야 한다. 상대가 미안하다며 사과하거나, 와서 기분을 풀어줘야만 다시 본래의 연애 궤도로 올라설 수 있는 순간들이 모두 싸움이란 얘기다.

 

저 방식대로 다시 카운팅을 하면, A양이 상대와 싸운 건 이별 직전 서너 번 정도가 된다. 앞의 세 번은 모두 상대가 사과를 하거나 A양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넘어갔지만, 마지막 사건에선 A양이 상대에 대한 판결문을 낭독하며 이별통보 까지를 해버린 까닭에 그도 더는 잡지 않았다. 요 사연을 보낸 A양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들,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상대의 연애관에 다 맞추면, 갈등이 없을까?

 

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에 대해 나쁘게만 말하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진짜 운이 없어 지뢰만 골라 밟듯 ‘만나도 어떻게 그런 사람들만….’이란 생각이 들 정도의 연애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1%라면 나머지 99%는

 

-이전 연인이 폭탄이어서 혼자 터진 게 아니라, 이쪽이 상대를 ‘터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터진 것.

 

이기 때문이다. 당장 A양의 경우만 보더라도, A양은 처음에 상대의 말만 듣곤

 

-남친이 전에 만났던 여자들이, 너무 집착하고 보채거나 철이 없어서 그런 것.

 

이라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그녀들이 집착하고 보챘던 건 철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연애를 해도 연인을 ‘가까운 사람 중 하나’로만 두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 아니었는가. ‘연인과의 데이트’와 ‘친구와의 만남’은 동등한 건데 뭐가 서운하다는 건지 이해 못하는 그런.

 

때문에 연애 초기 맹목적으로 ‘서로가 싫어하는 것은 터치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거나, 연애 중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이전 연애의 이별사유가 된 지점’이란 이야기를 한 까닭에 참기만 하다간, 조율할 기회를 다 놓치거나 훗날 폭발하는 것으로만 감정을 표출하게 될 수 있다.

 

A양과 상대의 이별을 필연으로 만든 것이, 바로 저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이건 연애에 집중하지 않으며 ‘연애도 그냥 여러 대인 관계 중 하나’로만 여긴 남친의 잘못이 더 크니 A양이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해가 안 가거나 분명 불만이 쌓이는 것에 대해 아무 얘기도 안 하고 혼자 참다가, 결국 이별통보를 하지 않고서는 못 견딜 정도의 수위까지 도달하고 마는 건, ‘잘못된 인내, 갈등을 키우는 배려’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 뒀으면 한다.

 

 

2. 돕지는 않고, 시험에 들게 하는 연애.

 

A양은 신청서에

 

“그때 그 친구(남친)도 집에 있긴 했는데, 그 친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싶어서 끝까지 내버려뒀어요.”

 

라고 적었는데, A양이 충분히 상대에게 말을 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을, 그렇게 말 안 하곤 ‘어떻게 하나 보겠다’하고 있을 경우 둘의 사이엔 금이 갈 수 있다.

 

그렇게 상대를 시험에 들게 해 통과하면 ‘원래 뭐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니까’하면서도 살짝 뿌듯해 하는 것 정도지만,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A양은 “됐어. 끊어.”하며 날을 세울 수 있고, 상대는 미안해 하면서도 ‘말이라도 해주지….’하며 원망할 수 있으며, A양은 또 거기에 화가 나서 “너한테는 앞으로 아무 기대도 안 할 게. 그게 낫겠다.”하며 상대 자존심을 짓밟을 수 있다. 거기에 발끈한 상대가 “알았다. 끊자.”하면 서로를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그게 상대의 한계라 생각할 수 있고 말이다.

 

상대가 어딘가로 날 데리러 와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언제 끝나니 어디로 몇 시까지 와주면 된다고 말하는 게 맞다. 그 얘기를 한참 전에 지나가는 말처럼 한 거라면, 며칠 전이나 당일에 그 약속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는 게 상대를 돕는 것이고 말이다. 그러지 않고

 

‘기억하나 못 하나 보겠어. 만약 기억 못한다면, 그만큼 마음 쓰지 않고 있다는 거지. 말로만 데리러 와주기로 하곤 행동으로 안 지키는 건 필요 없어.’

 

하며 팔짱 끼고 지켜만 보면, 곤란하다. 또, 그런 일이 일어나 약속을 잊었던 상대가 다급히 사과하며 지금 막 출발했다고 하면, 살짝 화를 냈다가도 못 이기는 척 기분을 푸는 게 연애를 이어갈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그래야 상대도 숨 쉴 구멍이 있으니 숨이라도 쉬어 가며 노력할 수 있는 거지, “됐어. 오지 마. 필요 없어.”라고만 반응하거나, 전화 꺼 놓거나, 찾아와도 할 말 없다며 가라고 하면, 그 지점에서 상대는 질식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3. 차갑고 독한 말들, ‘이별’을 인질로 한 협상

 

A양이 신청서에 적은 말들을 좀 더 보자. 

 

“하던 거 계속 하라고 하곤 제가 전화를 끊었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너도 충분히 노력할 만큼 했는데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하겠다, 했어요.”

 

상대의 잘못으로 인해 A양이 칼자루를 쥐게 되었을 때, A양이 하는 말과 행동은 꽤 많이 차갑고 독하다. A양은

 

“상대가 잘못을 한 거잖아요. 그럼 거기에 실망한 제가, 웃으면서 받아줬어야 하나요?”

 

라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A양이 실망한 ‘난 상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데 상대는 내게 그만큼의 애정을 보여주지 않아서’라는 진짜 이유와 달리, 화났을 때 A양이 하는 말과 행동엔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거나, 민망하게 만들거나, 상대 자존심을 짓밟아서라도 복수하겠다는 마음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약 내가 A양의 남친인데, 난 아침에 A양에게 내가 필요로 하는 문서양식 하나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A양의 업무가 길어져 파일을 보내주지 못했고, 저녁에 난 A양을 만나 “파일 안 보냈지?”라고 묻는다.(업무 중 A양에게 다시 부탁하며 환기를 시킬 순 있었지만, 보내나 안 보내나 보려고 일부러 묻진 않았다.) 당황한 A양이 파일이 회사에 있으니 내일 아침 일찍 보내주겠다가 했는데, 난

 

“됐어. 집에 가서 그냥 내가 만들 거야. 됐다고.”

“중요한 사람이 너에게 시킨 일이라도 네가 그렇게 무신경했을까?”

“그만큼 마음을 안 쓰니까 맨날 깜빡하겠지. 어차피 그것 밖에 없는 마음, 일부러 더 만들려 애쓰지 말고, 그냥 그만큼인 채로 살아.”

 

라고 말한다. 그러면 A양도, 얼마쯤은 미안하다며 사과하다가도 숨 쉴 틈 없이 조여오는 내 말과 행동에 화가 나지 않을까? 그래서 화를 냈는데, 거기에 대해 내가 또 “지금 잘못한 사람이 누군데 화를 내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라면, A양도 나랑은 더 못 만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끝으로 하나 더. A양은 내게

 

“(홧김에 헤어지자고 말하긴 했지만)그 친구가 이번에만 자존심을 굽혀준다면, 나에 대한 확신만 심어준다면,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기대하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A양은 확신을 얻을지 모르지만, 상대는 매번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거나 이별통보로 자신을 떠보려는 A양의 태도에 모든 정이 다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저는…, 저와의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이 너무 쉽게 저를 밀어내는 게, 그땐 너무 밉기도 했어요.”

 

A양 입장에서만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하면, 먼저 몇 번의 이별통보를 한 건 A양이고, 그러니 상대로서도 자신이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그게 너의 한계인 것 같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고는 관계를 끝장 낸 것과 같은데, 언제까지 거기서 사과하며 매번 붙잡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A양은 지금도

 

‘그만큼 그 친구가 날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수 있으니….’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너의 몫’만을 탓하며 속상해 하지 말고, ‘나의 몫’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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