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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해외에 사는 교포 남친, 장거리 연애와 이별. 뭐였을까요?

by 무한 2018. 3. 30.

P양은 내게

 

“제가 멍청이 호구라서 나쁜 남자에게 잘못 걸렸던 건지, 아니면 제 의심 때문에 끝내지 않아도 될 관계를 허무하게 끝낸 건지 궁금해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연을 다 읽고 난 내 대답은

 

“당신은, 엑스맨, 입니다.”

 

이다. 아 잠깐만, 엑스맨은 너무 오래전 프로그램이라 사람들이 뭔지 모르려나? 여하튼 이건 좀 당황스러우면서도 답답한 사연인데,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지 오늘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출발!

 

 

1. 교포는 다 그래?

 

참 당황스러운 부분은, P양이 상대에 대해 ‘교포라서 개방적이며 자유스러울 것’이라고 말 한 것과 달리, 이게 어찌된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보면, 누가 봐도 ‘P양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는 P양 바래다주곤 집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P양이 밥 먹고 가라고 함.

-밥값을 낸 상대에게 보답한다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여하튼 P양이 상대를 자신의 집으로 이끔.

-정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상대에게 샤워를 권함.

 

뭐 저 지점에서 갈등이 벌어진 게 아니니 어찌 되었든 다행이긴 한데, 샤워 후에 있었던 일에 대해 P양은

 

“저는 지금까지 원나잇은 물론, 남자친구가 아닌 사람이랑 키스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어찌하다 보니 이리된 게 처음이고요.”

 

라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순수성을 증명하려 하는 반면, 상대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자란 교포’라는 이유로 좀 너무 ‘원래 이럴 사람’으로 몰아간다.

 

상대가 그저 흑심을 품어서라거나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님은 이후 상대가 돌아간 후에 증명된다. 그는 꾸준히 P양에게 연락했으며 하루에도 몇 시간씩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고, P양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자 꽃다발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P양도 한 달 넘게 상대가 그러는 걸 보며 마음을 열었다고 하는데, 마음을 열어 연인이 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에 대한 편견과 의심은 지우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지점에서 찝찝하게 가져가던 편견과 의심은 이후 P양의 이기적인 해석과 맞물려 큰 문제를 일으키는데, 그것에 대해선 아래에서 살펴보자.

 

 

2. 나는 되지만, 너는 안 된다?

 

이건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P양은 상대와 ‘장거리 커플’로 연애를 하는 와중에 ‘남자사람친구’와 밥을 먹고, 포켓볼을 치고, 영화를 봤다. 이것에 대해 P양은

 

“다른 남자와 둘이 영화 보는 건 남자친구가 당연히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남친이 화났던 건 당연히 이해해요.”

“일종의 데이트를 본인은 못 하는 데 다른 남자랑 둘이 했으니,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속상하겠죠.”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감행했다. P양이 남친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같이 영화를 보는 친구를 보여줘 가며 안심시켰다고는 하지만,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하며 오해와 갈등과 질투를 부를 수 있는 지점을 만들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남친이 해외에서 동창회를 한 것에 대해선, P양이 질투에 불타오르지 않았는가. P양은 상대가 자신과 사귀기 전 그 동창회에 참석할 것을 약속한 거라서 취소시킬 수도 없다고 했고, 동창회 날엔 ‘동창회이긴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한다….’라는 생각과 함께 별의 별 상상을 다 했다고도 했다. 이렇듯 입장이 바뀌었을 땐 분 단위로 피가 마를 수 있는 일을, 자신이 그럴 때는 진짜 그냥 친구 만나는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버리고, 상대가 그럴때에는 ‘딴짓하는 거지. 딴짓이 분명해.’라는 판정을 내려버리는 것이 좀 많이 불공평해 보인다.

 

P양의 이러한 해석법은 이별 후에도 등장하는데, 그건

 

-난 헤어지고 나서 한 번 더 연락해 보고 싶은 걸 꾹 참는 중.

-상대에게선 연락 한 번 온 적 없음. 마음이 딱 그 정도였던 듯.

 

라고만 해석하는 부분이다. 이렇듯 자꾸 내가 하거나 안 하는 것에는 전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하지만 상대가 하거나 안 하는 것에는 전부 ‘이럴 수는 없는 거다 진짜.’ 하는 것으로만 해석하는 걸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계속 그러다간 누굴 만나든 상대가 나쁘고, 괘씸하고, 언젠가 뒤통수를 칠 것 같으니, 뒤통수 맞기 전에 그만두어야겠다며 이별부터 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3. 현명한 싸움, 또는 다툼에 대한 이야기.

 

두고 보면 안 된다. 뭔가 잘못될 낌새가 보이면 두고 볼 게 아니라 얘기를 하든 부탁을 하든 해야지, 상대가 함정을 향해 가거나 그랬다간 분명 싸우게 될 것 같은 행동을 하려 하는데도 팔짱끼고 있다가, 일이 다 벌어지고 난 후에야

 

“어, 너, 내가 너 딱 이럴 줄 알았지.”

 

라며 상대에게 어금니 꽉 물라는 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라도 혹

 

-내가 먼저 연락해 물어보면 되는데, 연락 안 하곤 서운함 키워가기.

-바라는 게 있으면서, 말하자니 엎드려 절 받는 것 같아서 말 안 하기.

-의심스러운 지점이 있는데, 그걸 감추곤 다른 부분을 구실로 공격하기.

 

등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면, 이 매뉴얼을 떠올리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기’를 꼭 시행하길 권한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연인과 대화를 하며, 답을 정해 놓고는 그냥 무차별 폭격만 해서는 안 된다. P양은

 

“남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니, 그 사람이 아무리 설명을 하고 사과를 해도 귀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 버리니 남친은

 

“네 머릿속엔 이미 정해둔 답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해? 나는 지금 계속 설명을 하고 사과를 하는데 넌 듣지도 않잖아.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라며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그걸 두고도

 

‘지금 화낼 사람이 누군데? 잘못한 사람이 누군데? 적반하장이네….’

 

하고만 있으면 72시간을 싸워도 결코 답을 구하진 못할 것이다.

 

P양이 궁금해했던

 

“그런데 남친이 동창회 있던 날 저녁 연락두절 되었던 건, 제가 의심한 부분이 맞아서일까요?”

 

라는 것에 대해선, 난 아무래도 P양이 너무 부정적으로만 결론을 내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창회가 있던 날 그는 영상통화를 걸어 그 모임에 참석한 친구들을 하나하나 다 인사시켜줬고, 이후엔 술 마시다가 잤으며, 일어나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다시 복귀한 후 P양에게 연락했다.

 

P양은 ‘아무리 그 공항 와이파이가 유료라고 해도, 기다리고 있을 여친을 생각해서 연락해 줄 수 있는 것 아닌지’를 집요하게 묻고 있는데, 그 답은 당사자와 신만이 아는 것이겠지만, 난 그가 지금까지 보인 행동들과 동창회 날 P양이 불안해 할까봐 영상통화로 인사까지 시켜준 것, 그리고 그가 말하는 동선이 객관적으로 크게 이상하지 않다는 것과 포기하지 않고 설명하며 사과하려 했던 것까지를 고려했을 때,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너는 아웃’이란 판정을 내리는 건 너무 급한 레드카드 판정이 아니었나 싶다. 상대가 무슨 얘기를 하든 P양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헤어질 거라는 답을 구해 놓은 상태로 상대를 궁지로 몬 건데, 그렇게 벼랑 끝으로만 몰 경우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헤어지는 일밖에 없는 것 아닐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P양의 과실만으로 이 이별이 찾아온 건 아니다. 쌍방과실이지만, 이건 P양을 위한 매뉴얼인 까닭에 ‘P양이 교정할 수 있는 부분’을 위주로 적다 보니,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P양은 상대에게 다시 한번 연락해 보고 싶지만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한 번도 안 온 걸 보면, 마음이 딱 그 정도였던 듯’이란 생각에 그 연애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인 것 같은데, 이 매뉴얼을 읽고 상대에게 연락해 대화하고 사과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난 연락에 찬성한다.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은 P양도 마찬가지이니, 자꾸 그렇게 ‘상대가 안 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안 한 것’도 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연애 중 P양은 상대가 한 분기도 지나지 않아 한국까지 또 들어오기는 힘들 것 같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 것에 실망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P양이 상대를 보러 그 나라에 가는 것’은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되어 있던 것 아닌가. 이게 뭔가 좀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를….’이라는 이야기 같아서 하기 망설여지긴 하는데, 어쨌든 연인이 날 위해 무엇까지 해줄 수 있나만 생각하며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실망만 하지 말고, 연애는 함께 하는 것이란 생각을 기반에 둔 채 사귀었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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