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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예비 시댁과의 갈등, 결혼하면 이혼할 것 같은데 파혼할까요?

by 무한 2018. 3. 4.

아니, 이런 건 결혼 얘기가 막 나올 시점에서 ‘결혼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될 때 내게 사연을 보내야지, 상견례 마치고, 이것저것 예약하고 구입하고, 식장 계약까지 다 끝마친 뒤에야 내게 보내면 난 참 곤란해진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훗날 후회가 될 땐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게 맞는 거란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내가 어떤 쪽을 권하든 ‘그 말을 따르지 말아야 했어’하는 생각으로 날 원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매뉴얼에 ‘시댁’ 얘기만 나오면

 

“누구편 드는지 볼 거야. 잘 얘기해라. 내가 생각한 그 답이 아니면 묻어버릴 거니까.”

 

라며 삽 들고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어차피 곧 헤어질 것 같으면 그냥 두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J양의 경우 이번에도 파혼하면 네 번째 파혼을 하게 되는 거니 용기를 내 발행하게 되었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예비 시댁과의 갈등, 결혼하면 이혼할 것 같은데 파혼할까요?

 

 

1. 아닌 것 같다 생각하면서도, 왜 말은 안 하고 따라가는가?

 

연애 중 상대를 겪어보며 ‘얘는 좀 많이 이상하다’ 싶으면 조율을 먼저 해보고, 조율이 불가능하다 싶을 땐 상대가 어느 부분에서 다정하든 세심하든 ‘평생 같이 할 수 있겠나’를 반드시 따져보곤 결정해야 한다. 가끔

 

“그래도 뭐, 아주 나쁜 건 아니니 제가 애 키우듯 키우며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 믿음은 훗날

 

“나는 널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데 넌 왜 날 개조만 하려 들어?”

 

라는 반응으로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연애 때 안 되던 건 결혼해서도 안 바뀌더라, 라는 게 이미 결혼한 선배대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고 말이다.

 

현재 J양은 결혼 얘기 나오기 전에도 상대와의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확신도 없었다는 식의 얘기를 하며 ‘남친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여기까지 진행됐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그렇게 때 늦은 고백을 하며 합리화에만 열을 올리는 건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지금 J양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결혼 진행을 뒤집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겉으로는 그냥 따라가고 있으며, 상대는 J양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꿈에도 모르잖는가. 그래서 난 일단 J양이 남친, 그리고 남친과의 결혼, 그리고 ‘내가 왜 무엇 때문에 파혼까지를 생각하는지’를 정리한 후 남친과 이야기도 해보고 선택과 책임을 져보길 권하고 싶다.

 

 

2. 남의 부모는 남의 부모이며, 가정 분위기는 집집마다 다르다.

 

이건 내가 J양의 이전 파혼 이야기들까지를 다 종합해본 뒤 하는 얘긴데, 아무리 가까워져도 남은 남이며 남의 부모가 내 부모 같을 순 없는 거다. 팔이 안으로 굽지 바깥으로 굽는 일은 없잖은가.또, 상대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도 상대 부모님 중 한 분이 푼수기 가득하신 분일 수 있으며, 결혼과 관련해선 부모님들께서 주로 ‘돈 얘기, 집 얘기’를 하셔야 하는 까닭에 사소한 부분에서도 큰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상대 부모님께서 뒤로 한 얘기를 내 부모님께 전했다간 어르신들 싸움이 될 수 있으며, 불편하거나 불쾌하셨던 지점을 필터링 없이 말씀하실 경우 그 얘기를 듣는 상대는 ‘내 부모님을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다.

 

게다가 부모님들께서도 인생을 꽤 사시긴 했지만 자녀들 결혼을 매년 시켜보신 것도 아니기에, 거기에서 오는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으며, 내 자식에게 좀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다 일을 그르치시거나 상대 집안과 자존심 경쟁 같은 걸 하시다가 어느 부분에서 내상을 입으신 후 증오를 키워가실 수도 있다. 그러면서 상대를 불러 대신 보복하시거나, 가족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으시며 증오를 주입하려 하실 수도 있고 말이다.

 

위와 같은 일은 어느 결혼에서든 일어나는 일이니, 그런 일이 한 번 일어났다고 해서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분노에 휩싸이며 판을 엎을 생각부터 하진 말았으면 한다. 뚜렷한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라면 몰라도, 눈빛이나 뉘앙스 작은 행동들에 대해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게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었다고 무조건 악당으로 정의하진 말았으면 한다.

 

 

3. 정신적으로 독립한 남자와, 둘이 결정해 결혼하자.

 

J양이 결혼의 문턱에서 파혼하는 과정을 보면

 

A.나보다 못한, 하지만 내게 잘 하는 남자와 연애.

B.결혼 진행 중 상대 가족들과의 마찰.

C.남친은 J양과 가족 사이에서 멘붕에 빠짐.

D.그런 남친에 대한 하소연을 J양 가족들이 듣고 역시 반대.

 

라는 패턴이 보인다. 특히 저 B부분에서

 

-‘그간 내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던 남친’이 ‘집에서는 엄마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남친’이라는 걸 알게 되곤, 남친 어머니와 약간의 기싸움을 하며 남친에게는 누구 편인지를 확실하게 하라고 하는 모습.

 

이 보이는데, 이래 버리면 필연적으로 다음 이야기는 파혼을 향할 수밖에 없다. J양은 자신의 사연의 설명하다

 

“그 전쟁에서 그 사람은 어머니에게 대항하다 처절하게 패배했지요.”

 

라는 이야기를 내게 하기도 했는데, 그건 J양이 제갈량이라 해도 절대 책략으로 남친을 이끌어 승리하게 할 수 없는 싸움이다. 서로의 가족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실하게 아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 J양은 ‘최소한 성인인 두 사람이 알아서 결정할 수 있도록 참견이나 간섭은 자제해 주셨으면’이란 속내를 내게 털어놓았는데, 난 자식들이 결혼하니 부모님 입장에선 손주 언제 보게 되냐는 얘기 할 수 있는 거고, 결혼 후 집안 행사 참석에 대한 얘기도 꺼내볼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그 정도와 빈도가 어떠냐에 따라 또 다를 수 있는 거긴 한데, 여하튼 부모님의 역할이 그냥 인사하러 가면 받아주시고, 웃으며 상견례 하러 나왔다 들어가시고, 결혼식과 집 구입에 대한 돈 보태주시고, 예식 날 혼주석에 앉아 주시는 것 정도에만 그쳐야 한다곤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J양은 내가 이 결혼에 찬성하는 까닭에 J양이 되짚어봐야 하는 부분을 이야기 한 거라 생각할 수 있는데, 난 이미 둘 모두 서로의 집안에 미운털이 박히게 되었으며 상대에 대한 감정이라고는 답답함과 짜증, 한심함만 남은 J양에게 결혼을 권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J양은

 

“시어머니는 아들보다 센 날 잡아보시겠다고 움직이시고, 중재 역할도 못 하고 방어막도 못 되어주는 철없는 남친을 키우자니 내 인생이 우울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앞서 말한 대로 ‘시어머니’와 관련된 부분에선 J양이 이겨도 그게 승리가 아닌 것임을, 또 ‘철없는 남친’과는 그가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그냥저냥 결혼해선 안 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하나 더. J양은

 

“그때 남친이 제게 ‘순간 말이 잘못 나온 거라고, 그러니 상처받지 말라고’하며 포근하게 말해줬다면, 저도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라고도 했는데, 언제나 그래줄 수 있는 남자는 J양의 환상 속에나 존재하는 남자임을 기억하자. 게다가 그 상황은 J양이 먼저 상대의 농담을 꼬투리 잡아 무마할 수 있는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여 시작된 것이 확실하니, ‘상대가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만 생각하지 말고 ‘나는 과연 잘했는가?’도 반드시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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