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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두 달 연락하지 말기로 한 커플, 그렇게 된 진짜 이유는?

by 무한 2018. 1. 24.

어떤 일들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명확하게 그 문제와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나’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런 내가 하는 행동들을 ‘특별하지 않은 남’이 했다고 가정해 보면, 그게 그저 우습거나 무례하거나 창피한 행동일 수 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P양의 남친이라고 해보자. 자신의 친구들을 함께 만나고 싶어 하는 P양을 따라 난 그 자리에 나갔다. 그런데 거기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다가, 빨리 집에나 가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굴었을 뿐이다. 그것에 대해 P양이 섭섭하다는 식으로 나오자, 난

 

“내가 거기서 걔들 비위 맞춰줘야 함? 나랑 친하지도 않고 모르는 사람들이라 편하지도 않은데, 왜 내가 관심도 없는 것들을 묻고 대화해야 함? 연애는 너랑 나랑 하는 거지 걔들이랑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걔들이랑 친해져야 함?”

 

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 저 얘기를 듣는 P양의 마음이 차게 식으며, 앞으로 다른 부분에서도 내가 고집을 부려 조율이 안 될 수 있다는 예감이 들지 않을까?

 

 

 

저런 얘기를 한 내 내면에

 

-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가, 헤어지면 그들과도 끝일까봐 두려움.

-그들과의 관계에서 실수를 해 불편한 사이가 될까봐 친해지기 두려움.

-난 낯가림이 심하며 많이 친해져야 비로소 내 모습을 드러내는 타임임.

 

등 어떤 이유가 있든 간에, 저렇게 한 번 날 세워가며 싸우고 나면 반드시 그 피로가 둘의 관계에 남는다. 갈등이 점점 더 심해져 이별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에야 ‘내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를 연인에게 말한다 해서, 그 피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P양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바로 이 지점이다. P양은 상대와의 조율이 가능하거나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는 ‘중간’이 없다. 때문에 일단 감정에 기대 저지르곤 이후 정신을 차리고 수습하려 한다. ‘일단 발포 후, 수습’의 느낌이랄까. 움직이는 물체가 보이면 일단 총을 쏘곤, 그 이후에 “난 그게 사람인 줄 몰랐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시간을 갖자는 얘기를 꺼낼 때의 상황도 그렇다. P양은

 

A.남친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짜증이 남.

B.연락 안 닿아 계속 신경 쓰게 되는 것에 빡침.

C.신경 쓰는 게 싫으니 두 달 정도 연락하지 말자고 통보함.

 

의 순서로 상대에게 통보를 하고 말았다. 보통의 경우 이럴 땐 ‘연락 안 될 때 난 너무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는 걸 상대에게 이야기 하거나, 연락두절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상대와 규칙을 정하기 마련인데, P양은 그 ‘중간’이 없이 그냥 혼자 폭발해선 결론만 툭 던지고 마는 것이다.

 

 

또, P양은

 

“전 화가 나면 말을 거칠게 하는 타입입니다.”

 

라고 했는데, 앞서 말한 문제에 이 ‘거친 말’까지 더해져 P양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P양에게 어떤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P양과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숫자욕을 하며 절교선언을 한다면, P양 역시 그 친구와 오래갈 순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좋을 땐 좋아도, 그렇지 않을 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그 친구가 부담스러울 것이며, 계속 더 친해져 봐야 언제 또 손바닥 뒤집듯 관계를 엎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모습들에 더해, P양에겐

 

-남친 자존심 밟아버리는 말하기.

 

라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P양은 남친에게

 

-그 나이에 그 돈도 못 모았냐.

-나이 먹고 왜 그렇게 구냐.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도 하는데, 세상 그 어떤 남자든 자기 여자친구에게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까이에 둔 사람이 남도 안 할 안티활동을 하며 등 뒤에서 칼을 꽂아대니, 더는 가까이 두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말이다.

 

 

난 P양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저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그렇게 악당은 아닌데, 왜 내가 악당인 것처럼 말하지?’

‘왜 내 잘못만 얘기하지? 남친 잘못은 왜 얘기 안 하지?’

‘난 오히려 너무 여려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 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인가?’

 

하는 생각으로 자기변호나 자기방어를 먼저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난 P양이 ‘착한 편/나쁜 편’에서의 ‘나쁜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P양이 착한 편이든 나쁜 편이든 저런 모습들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으며, 그 상처는 흉터로 남아 평생 상대를 괴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줬으면 한다.

 

난 앞으로 P양이 ‘연애한다’고 생각하는 대신, 지금 이 상대든 아니면 다른 상대든 그에 대한 애정을 갖고 관계를 돌보며, P양이 받는 애정과 관심에 고마움도 느끼는 관계를 꾸려나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연애’라고 하면 그게 그냥 같이 먹고 놀고 마시기 편한 사람과 즐기는 거라 착각하기 쉬운데, 애정과 관심과 감사가 없다면 그건 길어봐야 고작 6개월짜리인 놀이에 불과할 것이니 말이다. 그런 놀이를 마친 후

 

“상대가 아직 절 좋아할까요? 다시 사귈 생각이 있을까요?”

 

라는 텅 빈 질문을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이제 P양도 알게 되었을 테니, 남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짚어본 문제들에 대해 오답노트를 적어보길 바란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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