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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미팅에서 만난 그녀, 저는 잘하고 있는데 안 친해져요.

by 무한 2017. 11. 13.

카테고리명이 ‘천오백자연애상담’임에도 불구하고 늘 천오백 자의 두 배는 쓰는 것 같은데, 오늘은 진짜 짧고 굵게 포인트만 짚어가며 천오백 자로 맞춰보자.

 

미팅에서 만난 그녀, 저는 잘하고 있는데 안 친해져요.

 

 

일단 M씨는 전혀 ‘잘하고’ 있지 않다. M씨가 사용하는 방법은 맹목적 칭찬과 무조건적인 리액션인데, 그게 얼른 달달한 연애를 하고 싶어 마음이 급해진 이성에게까지는 통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닌 이성들에겐 그런 행동이 그냥 ‘뻐꾸기 날리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굵고 짧게 매뉴얼을 작성하기로 했으니 빙빙 돌리지 않고 질러가자면, M씨의 재치와 위트는 사실 좀 애매하다. ‘재미있는 멘트를 치기 위해 재미있게 말하려는 느낌'이라고 할까. ‘진짜 웃긴 오빠’라는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참돔이고 ‘능청스렁 오빠’라는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광어라면, M씨는 놀래미(표준어-노래미)의 느낌이다.

 

“놀래미가 뭘 의미하는 거죠?”

 

낚시꾼들 중 참돔 잡으러 가는 사람 있고 광어 잡으러 가는 사람은 있지만, 놀래미를 잡으러 가는 사람은 없다. 목적이 되는 ‘대상어’의 느낌이라기보다는 딴 거 잡으려다 걸게 되는 ‘손님 고기’의 느낌이랄까. 나름 드립도 치고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상대로 하여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아 뭐래 ㅋㅋ” 정도의 반응만을 얻는다고 보면 되겠다.

 

 

M씨의 포지션이 저렇게 잡히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가 웃을만한 드립을 쳐야 한다’는 것에 너무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에 전체적으로 ‘ㅋㅋㅋㅋ’가 계속 이어지며 화기애애한 대화가 되긴 하는데, 대화가 끝나고 나면 드립도 사람도 남질 않는다.

 

“미소씨는 예쁘고 동안이고 매력적이어서 감기도 안 떨어지나 봐요.”

“그거 제가 싫어하는 거긴 한데, 미소씨가 좋아하니 저도 좋아하려고요.”

“미소씨 얼른 나아서 온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기도)”

 

역시나 돌직구를 던지자면, ‘느껴지는 건 가벼움이요 남는 건 부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M씨는 그냥 저런 칭찬과 찬양을 늘어놓으며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랄까. M씨가 칭찬을 활용하기보다는 만용하는 까닭에 상대도 “무슨 말만 하면 매력적이래 ㅋㅋ”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을 정도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상대로서는

 

‘나라는 사람을 알려고 하며 다가오기보다는, 일단 누구에게나 립서비스를 앞세워 다가가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시작부터 120%의 호의를 보이며 칭찬일색으로만 다가오니, 이 사람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M씨는 초반에, 상대의 직업을 미팅에서 만난 다른 사람의 직업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는데,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역시나 그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들 수 있으며 ‘인터뷰식 대화와 만발하는 드립의 향연’으로 인해 ‘M씨라는 사람’보다는 ‘작업 거는 남자’의 느낌만 남게 될 수 있다. 더불어 M씨는 현재 자신이 잘하고 있으며 노력중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마음을 열지 않는다며 ‘미팅에서 만난 다른 남자들에게도 이러고 있는, 어장관리가 아닌지?’하는 의심을 하고 있는데,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오히려 미팅에서 만난 다른 여자의 직업으로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M씨가 ‘문어발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현재 M씨에게 필요한 건 무슨무슨 전략이 아니라, 그냥 M씨 본연의 모습으로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다. 칭찬과 드립을 앞세워 상대의 환심을 산 뒤 데이트 신청 몇 번 해서 만나다 보면 연인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내려놓자. 운이 좋으면 그렇게도 연애를 시작할 순 있겠지만, 연애를 위한 그런 연애는 한 달을 넘기기도 어렵다. 그건 상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만든 이미지만을 가진 채 ‘내가 바라는 연애’를 하려고 드는 건데, 어찌 오래 갈 수 있겠는가.

 

앞에선 맹목적으로 칭찬하고 립서비스 하며 상대를 위해 뭐든 다 해줄 것처럼 “갓! 갓! 갓미소씨~” 하지만, 뒤에서는 “여자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하지 말고, 그 앞과 뒤에서의 간극을 줄여나가며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걸 목표로 둬보자. 이쪽이 상대를 ‘나랑 연애할 수 있는 여러 여자 중 하나’로 보는 게 아닌 ‘세상에 하나뿐인 미소씨’로 여기며 다가갈 때, 상대도 이쪽을 그렇게 받아들일 거라는 걸 염두에 둔 채 다가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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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오백 자로 마무리,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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