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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헤어진 지 일주일, 남친과 아직 연락이 되는데 잡고 싶어요

by 무한 2017. 8. 7.

사연의 주인공인 O양은 내게

 

“헤어졌지만 아직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상대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연락을 해야 현명하게 연락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고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솔직히 난 상대가 아직 O양의 연락을 받아주고 있는 것엔

 

-서로의 부모님들이 얽혀 있는 관계라서.

-단호히 거절하거나 밀어내는 걸 못 하는 타입이라서.

 

라는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애틋함과 아련함보다는, 아무래도 미안함과 의무감이 더 커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을 하는지, 처음엔 좋았던 둘의 관계가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 상황에서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것들엔 뭐가 있는지 오늘 함께 알아보자.

 

 

1.말을 안 하는, 거절 못 하는 남자.

 

개인적으로 ‘말을 안 하는, 거절 못 하는 남자’에 대해선 ‘친구로도 지내기 어려운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내 지인 중에도 전부 다 괜찮은 척 하며 받아주다가 어느 순간 정색하며 ‘그간 서운했던 점 및 내가 느꼈던 불편함’ 들에 대해 털어 놓는 친구가 있는데, 거기엔 조율의 여지가 없으며 운 좋게 잘 풀더라도 거기서부터 다시 상대 혼자 축적해가는 서운함과 섭섭함을 막을 방법이 없다.

 

친구 모임에 참석했을 때 서로들 먹고자 하는 메뉴가 달라 갈등이 발생하면, 내 경우 “이 근처 족발집은 협소하니 감자탕 먹으러 가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를 해 교통정리를 하는 편이다. 물론 그럴 때 누군가가 다른 의견을 내거나 족발을 고집한다면 그 의견을 따르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개 다들 내 의견에 따라주는 편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저 친구는, 그런 순간마다 분명 동의해서 같이 가고 맛나게 잘 먹은 후 헤어졌지만, 훗날

 

-너는 너 먹고 싶은 걸 주장하는 것 같다.

-그때, 족발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감자탕 집에서 좌식 테이블 말고 입식 테이블에 앉는 게 나았을 거다.

 

라는 이야기로 날 당황스럽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난 그를 좀 더 신경 쓰며 몇 차례 더 확인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앞에서

 

“난 다 괜찮아. 애들이 많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

 

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속으로는 또 혼자 서운함과 섭섭함을 축적하곤 했다.

 

난 O양의 남친이 저런 내 친구와 좀 비슷한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모님께서 만나보라고 하시기에 O양과 만났던 거고, O양이 사귀자고 하니 사귄 것이며, 연애하며 O양이 하고 싶다는 걸 해주려 했다. 하지만 이후 자신의 부모님이 ‘빠른 결혼’을 주장하며 압박하시고, 또 O양 역시 상대에게 바라는 것들을 더더더더 얘기하다 보니, 더는 못 버티고 손을 놓기로 한 것 같다. 그러면서 ‘그간 내가 말 안 했던 얘기들과 참아온 것들’을 이별통보와 함께 쏟아낸 것이고 말이다.

 

이 부분에서 상대는 여자친구였던 O양 뿐만이 아닌 자신의 부모님과도 갈등을 겪었던 것 같은데, 당장의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 그 순간엔 무조건 승낙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생각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려 맹목적으로 동의만 하다 보면, 훗날 ‘내가 남을 위해 남의 뜻대로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건 필연적인 일일 수 있다.

 

성향이 이런 까닭에 그때그때 말하는 게 어렵더라도,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터놓고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는 반 년 넘게 O양과 연애를 하며 차곡차곡 혼자 쌓아두기만 하다 결론까지 다 내린 후 ‘이별통보’를 하고 말았다.

 

 

2.그런 그의 성향은 이별 후에도 발휘되고….

 

두 사람이 이별한 지금도, 상대는 O양이 연락하면 매몰차거나 단호하게 밀어내진 못하고 일단 다 받아주는 중이다. 그래서 O양은

 

‘다시 내게 매력을 좀 더 느끼게만 할 수 있다면 분명 재회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 중인데, 앞서 말했듯 난 O양의 생각과는 달리, 이걸 그의 그런 성향 덕분에 이어지는 관계로 보고 있다. 때문에 ‘조금만 더 어떻게 좀 해본다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O양에게,

 

“당장은 상대와 이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연락도 받아주고, 또 O양이 뭔가를 요청하면 그것도 들어주기에 재회의 그린라이트인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가 거절을 못하고 밀어내지 않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만약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는 또 헤어지고 난 이후 지금까지 자신이 참으며 축적했던 것들을 꺼내며, 완전한 인연의 단절을 통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연애할 때 그랬듯 그는 말 안 하고 참으며 혼자 축적하고 있는 거지, O양의 생각처럼 재회를 마음에 둔 채 천천히 다시 알아가 보는 건 아닐 확률이 높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지금처럼

 

-안 잡을 테니 이것이것은 좀 해달라.

-헤어졌어도, 내 연락만은 좀 다정하게 받아달라.

 

등의 이야기를 하는 건 매우 좋지 않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변화와 재회를 원한다면 이별사유가 되었던 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야지, 말 안 하고 거절 못 하는 상대의 성향을 이용해 겉으로만 가까이 두어봐야 소용없는 것이고 말이다.

 

 

3.뭘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우선, 부모님의 주선으로 만났다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좀 안심시키자. 만남의 계기가 ‘부모님의 주선’일 뿐이지 그렇다고 둘의 연애가 전부 부모님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 아니며, 결혼 역시 두 사람이 연애하며 서로를 겪어가며 확신이 들 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단 얘기를 하자.

 

두 사람은 연애하며 저런 이야기를 별로 나누지 않았으며, 나아가 O양은 ‘내가 바라는 남친의 모습’을 상대에게 요구하기까지 했는데, 그래버리면 상대 입장에선

 

-부모님은 만남을 주선하신 뒤 결혼을 권하시고, 그렇게 만난 상대는 내게 ‘자신이 바라는 것들’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

 

이라 느끼게 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O양이 부모님의 소개로 어떤 남자를 만나 그의 구애로 사귀게 되었는데, 부모님께선 얼른 결혼하길 권하시고 상대는 O양에게 불만과 불평을 늘어놓는 상황이라면, O양도 그 관계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니 상대가 느끼고 있을 저 압박을 O양이 덜어줄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그저 ‘연락 자주 하다가 다시 만나자고 하기’라는 단순한 방법을 사용하진 말길 권한다. ‘내가 오빠 입장이었다고 생각했으면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오래 못 버텼을 것 같다’ 정도의 말과 함께 O양의 생각을 전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이 모든 걸 다 혼자 감당하고 책임질 필요는 없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연애를 하며 서로 대화하고 조율해야 한다는 게, 단순히 뭐 하고 놀 것인지와 뭐 먹을 것인지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잖은가. 난감한 상황에 처하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서로에게 털어 놓고 같이 답을 구해보려 하는 게 노력인 거지, 아무 말도 안 하며 그냥 혼자 속으로 삭히거나 혼자 처리하려고 하는 게 노력은 아닌 거라 생각한단 얘기를 해보자.

 

 

O양이 절실히 원하는 까닭에 이렇게 ‘최선의 방법’을 적어 놓긴 했는데, 사실 난 둘의 재회가 쉽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는 걸 상대 부모님께서 아시면 다시 ‘결혼압박’이 시작될 수 있고, 더불어 연애 중 O양이 상대에게 이기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 까닭에 상대는 이미 O양에게 꽤 많은 실망을 한 상황인 것 같다. O양은 그걸 ‘철없는 모습과 실수들’이라 표현하지만, 반성한다고 해서 전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닌 까닭에 이미 벌인 일들에 대해선 수습이 어려울 수도 있다.

 

또 반성도 반성이지만, O양 스스로도 ‘상대가 정말 어떻게든 잡아야 할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 맞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헤어진 지금 O양은 상대가 ‘잘해줬던 것들, 아껴줬던 순간들’만을 더욱 그리워하고 있을 텐데, 그게 대부분 상대의 ‘거절할 줄 모르고 이타적인 성향’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상대가 정해 놓은 허용선까지만 베풀어지고 그걸 넘어서는 순간 타협의 여지없이 남남이 되어버리는 거라면, 그걸 결코 좋은 모습이라 할 순 없을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참 청춘남녀가 만나면 알아서 자기들끼리 소고기 사먹으러 가고 그러다 결혼 얘기도 하고 할 텐데, 마음 급하신 부모님들이 빨리 좀 결과물을 만들어 내게 하려다 틀어지고 마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이거 ‘부모님들의 결혼 조급증’에 대한 매뉴얼도 한 번 발행해야 할 것 같은데…. 여하튼 이 무더운 여름 날, 너무 고민을 오래 끌어안고 있으면 땀띠 날 수 있으니 일주일 이상 고민해도 답 안 나오는 고민은 시원한 물로 샤워하며 그만 흘려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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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촬영용 폰을 못 사고 있는 걸 보면 결정장애가 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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