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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먼 곳에 사는 소개팅남, 왜 저에 대한 관심이 줄어가죠?

by 무한 2017. 3. 15.

S양의 사연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두 사람의 물리적인 거리였다. 지도에 찍어서 계산해보니 둘은 300Km정도 떨어진 곳에 살던데, 이 정도면 100%의 컨디션으로 만나기 어려울뿐더러, 만나서 얼굴 보며 대화하면 해결될 수 있는 일도 통화만 문자만으로 의사소통하다 오해가 쌓일 수 있다.

 

 

물론 300Km가 아니라 3,000km 떨어진 곳에 사는 두 사람이라도 서로 불타올라 연애까지 이어지고, 나아가 연애를 지속하다 결혼까지 하게 될 수도 있긴 하다. 그러려면 거리차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교감이 있거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많이 일치해야 하는데, S양과 상대 사이엔 그런 게 없었다. S양은 신청서에

 

“어차피 제가 연락을 하루 종일 하거나 자주 만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장거리가 낫겠다고 생각하며 소개 받았어요.”

 

라고 적었는데, 바로 그 ‘장거리 연애 커플’이 되기까지의 감정이 못 만들어진 거라 생각하면 되겠다. 서로에게 엄청난 호감이 있어도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는 장거리라는 조건을, S양이 너무 얕잡아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S양이 연애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기에 그럴 수도 있고 말이다.

 

 

또 위에서 말했듯 S양은 ‘연락을 하루 종일 하는 걸 안 좋아한다’고 했는데, 난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어 가는 상황에서도 연락을 빈번하게 하지 않으면, 대체 서로에 대해 어떻게 알아갈 수 있는 건가 하는 의문도 좀 든다. 둘의 대화를 하나 보자.

 

상대 – 낼까지 풀로 쉬는 거죠?

S양 – 아뇨ㅎ 할 게 있어서 풀로는 못 쉬어요.

S양 – 아, 이게 오빠가 말한 그 음식이에요?

S양 - (사진)

상대 – 와우. 제가 말한 건 치즈가 들어가 있는 거긴 한데

상대 – 비주얼은 똑같네요.

(30분 후)

S양 – 체인점인가? 느끼한 거 좋아해요?

 

카톡 메시지를, 잠시 짬날 때 메일 보내듯 보내놓을 수도 있긴 하지만, 난 실시간 대화 중 갑자기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최소한 뭔가를 하느라(밥을 먹거나 씻고 올 거라는 등의 말로) 잠시 연락이 안 된다는 걸 알려주길 권하고 싶다. 그래야 실시간 대화를 하다가 한쪽이 갑자기 사라져버렸을 때 다른 쪽이 기다리는 일을 막을 수 있고, 둘 다 ‘나중에 답장 오겠지 뭐’하며 자기 할 말만 하고 방치해두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원래 메일 주고받듯 메시지를 보내는 편이라 실시간 대화가 어려운 거라면, 전화통화라도 좀 늘려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S양과 상대는 이미 세 번 정도 만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일 주고받듯 카톡으로 연락하기’만 했다는 게 난 사실 좀 놀랍다. 마음이 있으면 당연히 목소리도 듣고 싶을 거고, 또 그렇게 통화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 채 서로의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 없이 왜 겨우 뜨문뜨문 메시지만 주고받았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곧 연애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가졌지만 실질적인 대화를 별로 하지 않았기에, S양은 상대와 ‘만날 약속’을 했다가 취소된 걸 모르곤 약속장소에 나가기도 했다. 같이 가기로 했던 A라는 장소에만 안 가는 줄 알았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거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보기엔 그냥 둘 중 하나가 “우리 오늘 6시에 만나기로 한 거 맞죠?” 라든가, 상대가 아프다고 했을 때 S양이 “그럼 우리 다음에 보는 거죠? 푹 쉬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만 했어도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얼마나 대화를 안 했으면 한 사람은 약속이 취소된 걸로 생각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약속장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저 일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상대가 몸이 안 좋다고 할 땐 ‘만날 약속’에만 너무 집중할 게 아니라 상대의 건강에 좀 더 관심을 두는 게 좋다. 연애를 하고 싶어서 상대가 필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좋아서 연애를 하고 싶어져야 맞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상대가 아파서 못 만난다’는 것 때문에 확 짜증만 내거나, 약속 취소된 거 모르고 약속장소까지 갔다고 해서 상대에게 “하…. 아니에요. 쉬세요.”라고 해버리면 상대는 정이 뚝 떨어질 수 있다. 상대로서는 매번 네 시간 거리를 올라가서는 밥 사고 커피 사고 다 했는데, 이번 주 한 번 못 본다고 해서 S양이 한숨 쉬고 짜증낼 경우, ‘얘는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 말이다.

 

상대와 얼른 연애를 시작해서 상대가 내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기 보다는, 상대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지금도 이미 관계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며 집중해 보길 바란다. 소개팅을 해서 지금까지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라고 해서 곧 연애가 시작되는 건 아니다. 뜨문뜨문 리액션 해주다보면 상대가 고백을 해와 행복한 연애가 시작되는 게 아니니, S양도 바짝 다가서서는 좀 더 능동적으로 호감을 표현하고 상대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으면 한다. 두 사람 다 한가한 저녁시간에 전화를 걸면 표현과 다가감이 좀 더 쉬워질 것이다. 조만간 커플이 되었다는 메일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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