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7살 연상의 중국어 과외쌤, 그와 저는 썸일까요? 외 1편

by 무한 2017. 1. 6.

그러니까 우리 이제 이런 사연을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니,

 

“상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절 좀 특별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분이 저에 대해 무슨 얘기를 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라며 심증만 키워가는 것은 그만하자. 단둘이 만나 아직 밥 한 번도 먹은 적 없다면, 상대를 관찰하며 계속 어떤 의혹만 만들 게 아니라, 둘의 관계를 그냥 ‘아직 같이 밥 한 번도 먹은 적 없는 사이’로 받아들인 채 거기서 더 어떻게 가까워질지를 생각하는 게 현명한 거다.

 

첫 사연의 주인공인 S양 역시, 홀로 심증을 만들고 그걸 검증하려 하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자 내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자신의 심증이 맞는 건지, 만약 틀리다면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새로 심증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물었는데, 이렇게 점점 ‘심증 장인’이 되어가고 있는 S양의 이야기부터 살펴보자. 출발.

 

 

1. 7살 연상의 중국어 과외쌤, 그와 저는 썸일까요?

 

S양은 아무래도 이게 ‘교육’ 중에 이루어진 일들이다 보니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서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난 이걸 ‘개인 PT를 받는 중에 일어난 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본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단순히 ‘교육’의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기보다는 돈을 내고 ‘교육 서비스’를 제공 받는 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또, 고교시절 S양이 과외를 받은 적 있는지는 사연에 적혀있지 않아 모르겠는데, 여하튼 고등학생일 때 받는 과외와 성인이 되어 ‘교양과 취미’의 목적으로 받는 과외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전자는 대부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확실하게 형성되지만, 후자는 아무래도 ‘뭔가를 잘 알거나 잘 하는 사람과 아직 잘 못 하는 사람’정도의 느낌이 강하다. 같은 성인끼리, 좀 더 잘 하는 사람에게 돈 내고 배우는 것에 가깝다는 얘기다.

 

때문에 지금까지 S양이 홀로 심증을 확보해온 부분들은, 사실 ‘성인이 되어 받는 과외’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교육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할 때면 인간적인 고민에 대해 털어 놓는 것이라든가, 아니면 생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 그리고 같은 모임에서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그냥 친구들과 놀러온 것처럼 맥주 마시며 노래 부르고 노는 것 등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현재 ‘중국어’와 관련해서는 S양이 상대의 지도를 받고 있지만, 그게 아닌 S양이 잘 하는 걸 상대가 배우려 한다면, 그땐 S양이 그의 선생님이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S양은 이걸, ‘같이 수학여행 온 선생님이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내게 관심을 표현하기도 한 것’으로 여기고 만 것 같다. 정확히 따지자면 그건 ‘선생님과 같이 온 수학여행’이 아니라 ‘중국어 가르쳐주는 오빠랑 다 같이 놀러 온 것’에 가까운데 말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상대를 ‘선생님’으로 여기며, ‘선생님이 학생에게 이러이러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 의미부여만 하진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S양이 상대에 대해

 

- 못생긴 편임.

- 패션 센스는 없음.

- 집돌이 스타일인 듯.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상대에 대한 매력’은 별로 느낀 적 없다는 점이다. 다만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 상대가 이러이러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에 마음이 끌려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가’를 알아내려 하는 중인데, 그 정도의 호기심으로 이 관계에 흥미를 보이는 거라면 난 S양에게

 

- 왜 그와 사귀어야 하는지?

- 정말 그와 사귀고 싶은 건지?

 

등을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당장은 그냥 S양이 가장 빈번하게 만나고 또 가장 가깝게 지내는 이성이 상대인 까닭에 그런 연유로 관심이 생길 순 있겠지만, S양이 신청서에 작성한 이야기들을 보면 S양이 정말 상대를 좋아하거나 상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꼭 한 번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혹 이게 전부 내가 오해한 것이며 S양은 정말 상대를 좋아하는 중이라면, S양이 말한 ‘술 한 잔 같이 하기’ 등의 계획은 오늘 즉시 시행해도 된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단, 그런 자리가 마련된다면 거기서 대화를 하며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야지, 지금처럼 ‘손 살짝 닿게 한 뒤 상대가 피하는지 안 피하는지 보기’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2. 심남이와 데이트를 했는데, 방청객 알바 다녀온 느낌이었어요.

 

J양이 그에 대해 홀로 호감을 품고 있을 때 궁금해 했던 지점을 보자.

 

“(회사에서 볼 때 이 사람은 참 괜찮은데)이런 사람이 왜 아직까지 결혼도 안 하고 싱글로 살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J양이 회사 밖에서 그와 처음으로 단둘이 만난 뒤 한 얘기도 보자.

 

“아무래도 방청객 알바를 다녀온 느낌이었습니다. 좀 많이 이상했습니다.”

 

회사에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며 남들의 농담에 꽃미소를 지을 때의 그는 분명 멀쩡해보이며 갖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사적으로 만나보니 약간의 조증에 시달리며 자동차 얘기 같은 것만 혼자 떠들고, 같이 걸을 땐 경보대회라도 준비하는 듯 혼자 씩씩하게 앞장서 걷지 않았는가.

 

이런 부분을 종합해서 말하자면, 그는

 

- 만나면 만날수록, 알면 알수록 깨는 남자.

 

에 속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그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J양이 그로 하여금 영화 같이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었을 때, 그가 어떤 말로 데이트 신청을 했는지를 봐도 답이 나온다.

 

“생각 있으면 같이 가시든가요.”

 

참 멋없고, 투박하고, 로맨틱한 분위기 같은 건 개나 줘버린 듯한 데이트 신청이다. 이것 외에 축지법을 배웠는지 혼자 날듯이 걷는 부분이라든가, 첫 데이트의 식사를 콩나물 국밥으로 선택한 부분, 그리고 같이 영화 보면서 J양이 조는지 안 조는지를 알아보려는 듯 힐끗 쳐다본 부분을 보면, 그에겐 그간 여자사람과의 인연이-아는 동생들에게 물주가 되는 역할을 하는 걸 제외하곤- 별로 없었다는 것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나도 내가 그에게 “그러는 거 아닙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하나하나 가르쳐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기에 J양에겐 별 도움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그냥 커피 한 잔 가져다주면서 마시라고 하면 되는 걸

 

“커피 생각 있어요? 있으면 가는 길에 사다주고.”

 

라며 물어보고 마는 사람이기에, 참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데이트를 마치고 나서도

 

“바래다드릴까요?”

 

라고 묻던데, 정말 참 진짜….

 

새하얀 도화지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이 상황에선 J양이 그에게 리드를 맡긴 채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J양이 앞장서야 하니,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 들더라도 ‘J양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또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길 바란다.

 

 

오늘은 경기 기준 시정거리 19.6Km, 미세먼지 12㎍/㎥을 기록하고 있는, 일 년에 얼마 되지 않는 ‘풍경 보기 좋은 불금’이다. 높은 곳 어디라도 오르면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이니, 마음껏 야외활동이나 데이트를 즐기시길 바란다.

 

난 기회가 된다면 일산 호수공원이나 백석동 주변 건물 옥상에 올라 일몰과 야경 사진을 좀 찍어보고 싶은데, 대분의 건물 옥상 문이 다 잠겨 있어서 몇 년째 바람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 모 건물의 옥상이 개방되어 있다는 정보를 며칠 전 보게 되었는데, 오늘 거기를 한 번 가봐야겠다. 안 되면 정발산 정상에서라도…. 여하튼 다들, 행복한 금요일 보내시길!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공감과 추천,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