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영업직 남친에 대한 의심이 점점 커져 불안합니다.

by 무한 2016. 9. 21.

남친에 대한 의심을 가득 품은 채,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서 힘듭니다. 같이 있을 땐 좋지만, 떨어져 있으면 계속 불안하고 안 좋은 상상만 하게 돼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연은 참 어렵다. 내가 가서 남친 뒷조사를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님에도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하니 나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좋을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부분은 연인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남친이 안심시키고 믿음을 줘야 하는 것인데, 그 역할을 해야 하는 남친은 오히려 가리고 감추려고만 하고 있기에, 이걸 애먼 내가 떠맡아서는 자기들끼리 소고기 사먹으러 갈 때 난 라면 먹고 있다가 이럴 때나 도와야 한다.

 

그래도 오늘, 결혼을 앞두고 계신 한 독자 분께서 청첩장과 함께 선물도 보내주셨고, 또 라면도 한 박스 사놨으니, 불안에 떨고 있는 J양을 도와보자. 출발.

 

 

1. 영업직인 남친이 거래처 여자들과 친해요.

 

직업상의 특징 때문에 거래처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그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 업무 외의 주제로도 계속 연락하며 밤낮 구분 없이 수다를 떠는 거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거고, 그들과의 관계가 ‘아는 사이’인지 ‘썸타는 사이’인지 구분이 모호할 정도의 경계에 있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J양은

 

“남친이나 저나 연애 중이라는 걸 SNS에 티내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스타일이든 아니든 가볍게 만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반드시 연애 중임을 SNS에 표시하길 권한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SNS 프로필 사진으로 하는 것도 괜찮고, 얼굴이 나오는 게 좀 그렇다면 손잡고 있는 모습만 찍어서 올려도 괜찮다.

 

내 경우 직접 영업직의 사람들을 만날 일은 별로 없지만 꽤 많은 지인이 영업직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연애 중이거나 결혼한 영업사원들은 대개 자신의 여친이나 가족 사진들을 SNS에 올리곤 한다. 선물을 한다고 해도 역시 업무 시간에 만나러 왔다가 건네거나 깔끔하게 거래와 관련된 할인을 좀 더 해주는 정도지, 공사 구분 없이 접대하려 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똑같은 물건을 파는 영업직임에도, 위와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이건 대시를 하는 건지 영업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구는 사람도 있다. 영업을 핑계로 계속해서 밖에서 만나려 하는 사람도 있고, 영업과 관련 없이 누굴 소개해 주겠다거나 개인적인 선물을 해 호감을 얻으려는 사람도 있다. 늦음 밤 일 핑계로 연락을 해 수다를 떨려 하거나, 회사 돈으로 접대하는 겸 자신도 즐기려는 사람도 있고 말이다.

 

J양의 사연만 놓고 보자면, J양의 남친은 후자 쪽에 속하는 것 같다. 사적인 일로 거래처 여자들과 연락하고, 오빠동생으로 지내며, 그녀들과 통화하느라 J양과의 통화가 어려울 정도면 공사의 구분을 명확하게 짓지 않고 있는 거다. 뭐, 이것도 영업의 기술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이 와중에 연애 중임을 SNS에 표시하지도 않고, 커플링도 없고, 더불어 ‘하루 종일 폰 붙잡고 연락하는 스타일도 아니다’라며 연락도 잘 하지 않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난 영업하는 사람이 하루 종일 연락 안 될 때가 있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여하튼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걸 알리는 건 J양의 경우엔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으니, 스타일 운운하는 건 접어두고 일단 표시를 해나가길 권한다.

 

 

2. 몰래 보거나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하기 보단, 가까워지자.

 

그러니까 이게, 거짓말 한 사람의 100% 잘못이긴 하다. 야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곤 사실은 그 시간에 운동을 다니고 있었다는 건 신뢰를 깨버리는 행동이다. 이것 외에 J양이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관련된 사건 역시,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면 누구라도 계속 의심을 하게 될 수밖에 없으며, 남친이 한 말에 대해 ‘지금 한 말도 거짓말 아닐까?’하는 생각이 먼저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난 사연의 저 부분을 읽으며,

 

‘연인인데 어떻게 저런 부분들을 모를 수가 있지? 연락만 자주 했어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일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둘이 그냥 썸을 타는 것도 아니고 사귀는 사이인 건데, 지금 서로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 역시 이해가 잘 가질 않았다.

 

충격과 공포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대로라면 두 사람은 앞으로 6개월 이내로 헤어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봤을 때 둘의 관계는,

 

- J양은 남친에게 극도로 제한된 관심만을 보이며 자기 얘기하기 바쁨.

- 남친은 J양의 수다를 대충 들어주다 그만 미뤄두거나 재우려고 듦.

 

이기 때문이다. 둘의 대화는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이슈가 되는 것만을 주고받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상보고와 데이트 일정 잡는 얘기만 하다 마무리되곤 한다. 연애 중이면서 하루에 한 번 카톡 몇 줄로 대화만 나누는 일도 있고 말이다.

 

썸을 타도 겨우 이 정도의 연락만 하진 않을 텐데, 사귀는 사이이면서 이러고 있다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한 거다. J양은 내게

 

“물증이 있으면 바로 헤어졌을 텐데, 심증만 있어요. 심증만으로 헤어지기엔 아직 오빠가 너무 좋고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안 헤어질 거면 두 사람 모두 이 관계에 집중을 해야 한다. 연인이 되었다고 저절로 가까워지며 관계가 돈독해지는 게 아니니, 자주 만나고, 자주 연락하고, 최소한 아침저녁으로는 서로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야근해요.”, “네.”, “나 먼저 자요.”, “네.” 하는 대화를 할 정도로만 발을 담그고 있다간, 이별이 시간문제가 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보다 한 발짝만 가까워져도, J양이 가지고 있는 의심의 절반은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 남친이 거짓말로 J양을 속이지 않는다면, 분명 ‘서로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지 않곤 지금처럼만 지내다 상대의 폰을 몰래 보거나 인증샷만 찍어 보내라고 하다간 그게 또 이별사유가 될 수 있으니, ‘확인’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의심할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에 더 신경 쓰길 권한다.

 

 

3. 불안한 부분에 대해 털어 놓고, 도움을 청하자.

 

명절에나 한 번 보는 먼 친척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연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데, 그걸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어렵다면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없는 그 관계에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고 말이다.

 

석연찮은 부분이 있으면, 그것도 그게 둘의 ‘신뢰’와 연관된 거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99% 이상의 심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자 – 그랬던 거 정말 아니야?

남자 – 진짜 아니야.

여자 – 알았어.

 

하고 넘어갈 게 아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을 땐,

 

“난 오빠가 말한 이러이러한 부분이 마음에 걸려. 오빠는 그게 아니라고 했지만, 기록을 보면 그게 맞는 거잖아. 지난 번 일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오빠가 아니라고 하면 난 그걸 믿겠지만, 자꾸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들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정도의 이야기를 꺼내 상대와 같이 해답을 구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도

 

- 그럼 앞으로 의심이 되지 않도록 내가 인증샷을 찍어서 보내겠다.

- 몇 시간씩 연락이 안 닿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겠다.

- 불안해하지 않도록, 그 자리에 참여해서도 최대한 자주 연락하겠다.

 

등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런 과정은 모두 생략한 채 ‘만약 거짓말임이 한 번 더 들통 나면 헤어지겠다’는 마음을 먹은 채, 상대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연애에 쏟는 마음을 줄이면, 그런 태도가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켜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러니

 

‘나중에 한 번 확인했을 때 제대로 걸리면, 그때 헤어져도 이상할 게 없도록 나도 마음을 줄이고 있어야지.’

 

하며 폰 보여 달라고 할 준비만 하지 말고, 남친에게 J양의 불안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 그럴 수 없는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건 시간낭비일 뿐이다.

 

 

연애에 마음을 별로 할애하지 않으면 헤어져도 별로 힘들거나 아프지 않다는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그만큼 탄탄한 관계도 형성할 수 없기에 누굴 만나든 발만 담그다 헤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연인 사이라면,

 

‘네가 그러겠다는 거지? 그래, 나도 뭐 엄청나게 아쉬운 건 아니니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마음을 먹어선 안 된다. 늘 얘기하지만 ‘되는 방향’으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찾아 노력해야지, 먹고 마시고 노는 것만 함께할 뿐 속으로는 ‘아니면 말고’의 마음을 품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랑 주고받는 연인이 되길 바란다면, 그건 그냥 잠꼬대 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말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그냥 적당하고 편한 연애’만을 하다가 나중에 인연이 나타나면 그때 제대로 된 연애를 할 거라 생각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건 서점가서 토익 문제집을 고르기만 하며 나중에 토익 점수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일단 펼쳐서 풀어야 뭐가 되도 되는 거지, 문제집 구경만 하거나 구입만 했는데 성적이 오를 일은 없는 것 아닌가. 자신의 연애와 연인을 구경만 하지 말고, 좀 더 바짝 다가앉길 바란다.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라면 끓여 옆집에서 준 열무김치와 먹어야 하는 까닭에 오늘 배웅글은 생략해야 할 것 같다. 라면에 계란 두 개 넣는 사치를 좀 부릴 예정이다. 다들 즐겁게 저녁식사 하시길!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추천과 공감,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