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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결혼까지 구체화하던 중 여친과 헤어졌는데, 잡아야 할까요?

by 무한 2016. 8. 19.

전 솔직히 황형과 여친의 관계에 대해선, 이미 끝난 거고 끝내는 게 맞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만 말하자면 참 간단한 일이 될 수 있는데, 그것보단 오히려 앞으로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하더라도 과연 그 때는 상대와 마음을 터놓고 만날 수 있을지가 더 염려됩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번 연애에서처럼 군다면, 계속해서 결국 마지막에 엎질러질 테니 말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황형의 문제(1)

 

상대가 한 얘기를 기억 못 하는 건, 일반적으론 그만큼 마음이 없다는 증거로 여겨집니다. 그게 설령 유전적인 것 때문에 그런 거라 하더라도, 그럼 어디에 적어서라도 기억해야 하는 거지

 

“나 원래 잘 까먹어. 유전이라서 우리 집안사람들도 다 잘 까먹어.”

 

라는 말로 끝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화를 하고 난 뒤 상대가 나중에 다시 말하면 황형은 처음 듣는 사람처럼 행동하는데, 그런 황형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황형 – 일요일인데 거기 간다고? ㅠㅠ

상대 - 내가 며칠 전에 일요일날 거기 가야 한다고 했잖아.

황형 – 아 맞다. 기억나네.

황형 – 근데 화내지 않고도 설명해 줄 수 있는 거잖아.

상대 – 나 저거 화나는 거 참고 말해준 거야.

황형 – 난 화난 것처럼 들리던데. 설명이면 ‘ㅋㅋ’나 ‘ㅎㅎ’를 붙여줘.

 

이 정도면 뭐, 상대보고 “넌 왜 보살이 되어 다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쌀 생각은 안 하는 거야?”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황형의 잘못은 황형이 원래 그런 거니까 이해 받아야 하는 거고, 상대가 화를 내는 건 화 안 내도 되는데 화 낸 거니까 잘못한 겁니까?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황형이 기억을 잘 못하는 건 백 번 양보해 유전적인 것의 문제라고 해도, 여친 몸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무슨 수술이라고 했는지 기억도 잘 하지 못하고 그것에 대해 찾아보지도 않은 건,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잘못인 겁니다. 황형은 이걸 두고 따지는 여친에게

 

“내가 철저히 관심을 잘 못 갖는 것 같아. 나도 그게 너무 싫은데, 그렇게 되더라고.”

 

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러면 상대는 미치는 겁니다. 황형은 상대가 출근을 못할 정도로 앓아 누워있을 때에도 찾아가질 않았는데, 이게 그저 ‘철저히 관심을 못 갖는’것 때문에 벌어진 문제입니까? 이건 기본적인 예의도 없고 의무도 지키지 않으며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것의 문제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겁니다. 저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얼른 저자세를 취해 사과를 해 위기만 넘기면 뭐합니까. 달라지는 것 전혀 없이, 다음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뿐인데. 이것만으로도 이별사유는 충분하니, ‘상대의 이해심 없음’을 탓할 게 아니라 ‘황형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탓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 황형의 문제(2)

 

아래에서 소개할 대화문의 맨 아래 문장이 상단 대화의 연장인지 아니면 하단 대화의 시작인지를 알 수 없어 좀 애매하긴 한데,

 

황형 – 그건 통화해서 상담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었어.

상대 – 통화해 봤다며?

상대 – 그리고 팜플렛에도 적혀있는 거였어 그건.

황형 – 그건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상대 – 미안할 거 없어.

황형 – 근데 자기도 충분히 시간 많지 않았어?

 

만약 저 대화에서 마지막 문장이 상단 대화의 연장이라면, 황형은 정말 엄청난 잘못을 한 겁니다. 혹 뭔갈 알아보는 것에 대해 바빠 죽겠는데 여친이 계속 알아보라고 말한 거라면, 바로 그 순간에 말했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이러이러하니 대신 좀 전화해서 알아봐 줄 수 있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는 하지 않고, 그냥 습관처럼 “어, 알아볼게.”라고 말해 떠맡은 뒤 혼자 짜증 난 마음을 삭힐 뿐이라든가, “통화해 봤는데 그냥 뭐 그런 것 같아.”라고 거짓말로 넘겨선 절대 안 되는 겁니다.

 

저 문장이 다음 대화인 ‘여친의 단점 지적’에 대한 거라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간 불만이라고는 전혀 내색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가장 예민하고 날이 선 대화를 하던 도중

 

- 너만 불만 있냐. 나도 불만 있다. 난 사실 너의 이러이러한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 해답을 찾는 대화가 아니라 멱살잡이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황형은, 사과를 할 때 꼭 토를 달아 그 사과를 의미 없게 만듭니다.

 

“물론 이건 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 민망하고 미안하게 생각해. 근데 너도….”

 

황형이 사과하는 부분에서 ‘근데’가 몇 번 들어가나 한 번 세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말이라는 게,

 

“그건(그 부분은) 내가 잘못한 부분이라 미안해.”

 

라고 말하면, 상대에겐 아무래도 ‘일부만 인정’하는 걸로 보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황형이 열 가지 중 몇 가지만 인정을 하고 나머지는 ‘너에게도 잘못 있다’라는 걸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말입니다.

 

황형은 아마 제게 “저땐 기분이 나빠서 하는 말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라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평소엔 맹목적으로 상대에게 웃는 얼굴만 보여주려 하시다가 갈등이 찾아오는 순간이면 송곳니를 드러내고 마는 것, 그게 상대로 하여금 황형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는 걸 기억해 두셨으면 합니다.

 

 

3. 황형의 문제(3)

 

이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자 위의 문제들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이유기도 한데, 황형은 상대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만 만들려고 할 뿐 진심으로 집중하진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맹목적 긍정’만 보여주려 하고 의무적으로 묻고 답하기만 하는 까닭에, 대화를 하나 꾸며보자면 아래와 같은 대화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황형 – 밥 맛있게 먹었어?

상대 – 응. 짬뽕 먹었어 근데 너무 맵다 ㅋ 자기는?

황형 – 나도 잘 먹고 들어왔지. 오후시간도 홧팅!

상대 – 응응.

(몇 시간 후)

황형 – 저녁 뭐 먹을까? 오랜만에 중식 먹을까?

상대 – 나 아까 점심에 짬뽕 먹었잖아.

황형 – 아 맞다. ㅎㅎ

 

어쩌다 한 번 저런다거나, 아니면 진짜 오늘만 잠시 깜빡 했던 거라면 당연히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황형은 자주 그러지 않습니까? 일요일날 무슨 일 때문에 상대가 어디 간다고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며칠 뒤에 “일요일 날 쉬잖아. 안 쉬어? 왜?”라고 물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게, 상대와 대화하는 딱 그 순간에 황형이 눈치를 보며 상대 기분이나 잠깐 맞춰주려고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저도 그다지 가깝지 않지만 그래도 리액션 해줘가며 지내는 누군가가 ‘8월 23일에 일본 간다’고 하면, 그 대화에선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지만, 뒤돌아서면 상대가 며칟날 일본에 간다고 한 건지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웃는 얼굴로 긍정의 리액션을 해주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알맹이는 다 놓치고 만 겁니다.

 

저런 평소 대화뿐만 아니라, 다툼의 순간에도 황형은 늘 일단 물러서고 양보한 뒤 뒤에서만 불만을 품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 갈등의 순간이 싫어 미안하다 사과하며 넘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하다 보니 제 마음에는 쌓이는 것들이 많고, 점점 정이 떨어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더듬더듬, 옹알이처럼이라도 황형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순간에는 우유부단하거나 머뭇거리는 모습만 보이다 상대에게 일단 다 맞추기로 한 후, 돌아서서 ‘이게 아닌데’해선 곤란합니다. 그래놓곤 여친에 대한 정 떨어졌다고 다른 사람이랑 썸 타는 건 용서받기 어려운 행동이고 말입니다.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맺고 끊는 것도 못하고, 그러면서 도피하거나 핑계 댈 생각만 하다간 총체적 난국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4. 여친의 문제.

 

‘사랑’보다는 ‘결혼’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는 게 그녀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녀는 본인 돈으로는 수도권 원룸 전세 하나 얻기도 힘들면서, 아직 황형의 부모님을 뵙기도 전에 황형에게 ‘부모님께 얼마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봐라’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곧 죽어도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신은 정규직 전환도 기대만큼 되질 않고 있으니 결혼해서는 아이 키우고 싶다고 말했고 말입니다.

 

그럼 그럴 수 있는 사람과 만나는 게 맞습니다. 대출도 얼마 이상은 받는 거 싫다고 하고, 수도권 아파트 구입보다는 곧 죽어도 서울에서 전세 살 거라고 하며, 황형의 벌이가 빤한데 거기다 대고 미래가 불안하다고 하고 있으면, 금수저로 다시 태어나라는 얘기밖에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끼리니까 툭 터놓고 얘기하자면, 그녀는 눈만 높으며 현실감각이 좀 떨어집니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현 상황을 좀 봐가면서 추구해야 하는 거지, 남친을 ‘내 친구의 전문직인 남친’과 비교하며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해선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린 나이도 아닌데, 겁이 많아서인지 주변에서 들은 충고 같은 것에 완전히 세뇌되어선, 단 한 발짝도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으려는 태도만 보였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둘의 맨 마지막 대화에서

 

“난 오빠 정도의 사람이 오빠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날 좋아해줄 사람은 많다고 생각해. 오빠도 그렇겠지만.”

 

라는 이야기를 한 걸 보면, 그녀가 연애를 ‘결혼할 남자 고르는 쇼핑’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둘이 ‘서운함과 섭섭함, 불만 배틀’을 하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황형의 불만 폭격을 받고는 반격하느라 그런 거겠지만, 저 말의 뿌리엔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황형을 ‘단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남자 중 하나’로 보고 있었던 마음 말입니다.

 

 

두 사람 다 겉으로는 하트 날리고 애정표현 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간 보며 저울질 하고 있었으니, 결국 필연적으로 연애를 폐업하게 된 것입니다.

 

“제 말이나 행동에 대해 까먹는 건 여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락의 빈도 역시 여친이 더 많이 한 것 아니며, 따지면 오히려 여자친구가 더 적게 했을 겁니다. 매번 져주었던 제게, 여친도 나중에는 늘 고맙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것들로 해소되었던 것은 아닌지 결국 또 불만이 튀어나왔고 말입니다.”

 

연애보다는 거래에 가까웠던 겁니다. 상대를 나보다 더 생각하는 까닭에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 같은 건 전혀 없이, 받은 만큼 돌려주고 미리 베푼 것으로 나중의 잘못도 퉁치려는, 일종의 비즈니스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형과 여친은 둘 다 상대의 ‘온순함’을 최우선 조건으로 보는 모습을 보이던데, 그 ‘온순함’이라는 게

 

- 내가 잘못해도 크게 화내진 않음.

- 내가 얘기하면 잘 따르며 어느 정도 쥐고 살 수 있음.

- 내가 요구하는 걸 대부분 들어주며 알아서 헌신하고 양보함.

 

이라는 의미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결혼얘기까지 오간다는 건 ‘두 사람’이 반평생을 살기로 약속하는 것이지, 집안의 배경으로 들여 놓을 ‘가구’를 고르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두 사람 다 거래가 틀어진 후 ‘너 정도의 바이어는 많고, 너 보다 좋은 바이어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라면, 헤어지는 게 맞는 겁니다. 단,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마지막에 자기변호에 열을 올리느라 서로를 깎아내리기 바빴던 점에 대해서는, 황형이 그녀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셨으면 합니다. 황형은 ‘날 선 얘기는 상대가 더 많이 했는데 왜 내가 사과를 하나?’하실 수 있는데, 그래도 계절 여러 번 바뀌는 동안 사랑했던 사이고, 황형이 훨씬 오빠이니 넓은 마음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연애 중 같이 먹을 식사 메뉴, 갈 곳, 할 것 백 번 양보하고 상대에게 다 맞춰줬던 것보다, 지금의 사과 한 번이 더 가치 있을 것입니다. 황형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 거라 생각하며, 마음을 크게 쓰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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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 읽으며 담배 한 갑을 다 피워서 또 사러 가야해요.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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