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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그녀의 남친들이 전부 무성의하고 무기력해진 이유는?

by 무한 2016. 8. 18.

분명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몇 번이나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상대가 날 사랑하긴 할 거야.’

‘날 좋아한다고, 보고 싶다고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겠지.’

‘그래,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한 번 더 이해하자.’

 

하며 끌고 가면, 결국 막장을 보게 될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다. 이런 연애 더는 못 하겠다며 이별을 말했으면 그 결정을 지켜가야지, 며칠 지나 외롭고 허전하며 지금 잡으면 상대가 받아줄 거란 생각에 붙잡으면, 재회는 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의 ‘이별사유’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구멍 난 양말 뒤집어 신는다고 구멍이 없어지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또, 초반 6개월 풍덩 빠졌다가 나머지 18개월 속만 까맣게 태우는 이런 패턴의 연애를 반복하면, 스물다섯에 만난 남자와 막장까지 갔다 스물일곱에 이별, 스물일곱에 만난 남자와 막장까지 갔다가 스물아홉에 이별, 스물아홉에 만난 남자와 만났다 서른하나에 이별…, 하며 정말 다급한 상황까지 몰리게 될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습관화 된 ‘을의 자리 찾아가기’와 ‘사정하고 매달리며 만나기’로 인해, 다음 연애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속앓이만 하다 끝날 수 있고 말이다.

 

이런 저주의 악순환을 여기서 끊어내기 위해, K양의 연애를 함께 살펴보자.

 

 

1. ‘좋았던 모습’을 회상하며 혼자 버티면, 계속 힘들 수밖에 없다.

 

내 지인 중 하나가 미국에서 무슨 시험을 봤는데, 책값 아낀다고 수년 전에 출판된 문제집 사서 봤다가 낙방할 뻔 한 적 있다. 수년의 시간 동안 문제의 경향과 범위가 크게 바뀌었는데, 지인은 그 이전의 문제들만 풀며 공부했기 때문이다.

 

시험을 볼 때 되도록 최신 기출문제를 찾아봐야 경향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연애에서도

 

- 가장 최근 상대가 보인 모습

 

을 기준으로 상대라는 사람을 파악해야 한다. K양의 말을 보자.

 

“남친이 절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말들을 한 적 있어요. 제게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준 적도 있고요.”

 

그게 언제인가? 그건 대부분 남친이 연애 극초반인 2014년 여름쯤에 했던 말일 것이며, 그 중엔 다툼 후 K양이 상대의 옆구리를 찔러가며 받은 말들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유효기간이 완전히 지났을 수 있는, 그 시절의 이야기들만을 떠올리며 그걸 원동력으로 삼아 버티고 있으면 곤란하다. 바로 어제인, 2016년 8월 17일 어느 콘서트의 VIP석 티켓도, 하루 지난 오늘은 종잇조각일 뿐 아닌가. ‘오늘 이 시간’ 상대가 보이고 있는 모습에 8할의 의미를 두고 생각해야지, 옛날 일들을 꺼내 겨우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티고 있으면 계속 힘들 수밖에 없다.

 

상대가 최근에 한 말을 보자.

 

“(연애에 대한)힘듦이 좋음을 넘어선 것 같다.”

“시험이 먼저지 연애가 먼저냐. 그리고 넌 집착하는 것 같다.”

“혼자 있고 싶다. 내버려둬라. 연락하지 마라.”

 

이 정도면 상대는 K양을 손도 아닌, 발로 밀어내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상대는 K양과 만나는 시간마저 아까운 듯 다른 핑계를 대 만남까지 회피하는 상황인데, 이 와중에 K양은 혼자 1~2년 전 상대의 모습을 떠올리며 계속 버텨 왔다. 이렇게 남의 이야기처럼 써놓고 다시 보니, K양이 생각해도 길 없는 곳으로 계속 걸어들어왔던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2. 꼭 막장까지 가야만 끝인 줄 알면, 인생이 고달파진다.

 

남에게 날 좀 아끼고 소중히 생각해 달라고 애원만 하지 말고, 스스로 먼저 좀 자신을 보살피자.

 

K양 – 월요일에 뭐해?

남친 – 친구 만나.

K양 – 화요일엔?

남친 – 친구 만나.

K양 – 수요일엔?

남친 - 친구 만나.

K양 – 수요일에 나 만나기로 한 날 아니야? 잊었어?

남친 – 아, 만나자 만나자.

K양 – 진짜 너무 한다. 내가 그동안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는데….

남친 – 만나면 되는 거지 뭘 그렇게 화를 내? 진짜 넌 이해심도 없고….

 

저 따위 취급을 받으며 왜 거기서 그러고 있는가? 뭐 하자고 하자고 졸라 마지못해 상대가 선심 한 번 쓰듯 만나주는 관계를, 대체 왜, 뭐하러 지속하고 있는가?

 

저렇게 바퀴도 없는 관계를 혼자 힘들게 끌고 온, K양이 하는 말은 더욱 충격적이다.

 

“저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다면 저랑 왜 만난 걸까요? 애정 없이 만난 거라면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다른 여자는 왜 안 만났을까요? 저에 대한 애정은 있었다는 증거 아닐까요?”

 

상대가 바람을 피운다든가, 폭력을 쓰거나 욕은 하지 않았으니 애정은 분명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느껴져서가 아니라, 싫어하거나 미워하진 않는 것 같으니 좋아하는 것 아니겠냐며 거기서 버티고 있지 말자. ‘다른 여자를 안 만나는 걸 보니 나를 아직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라는 걸 희망으로 삼으며 근근이 하루하루 버티는 거라면, 그건 너무 슬픈 연애 아닐까.

 

K양 말고도, 완전히 끝났으며 재회의 가능성은 0.1%도 없다는 걸 전부 확인해야만 그제야 그 관계를 내려놓겠다는 생각을 하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그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투지를 난 높이 사지만, 오래전에 이미 다 끝났는데 혼자만 그걸 모른 채 거기서 그러고 있는 건, 참 미련한 짓이라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3. 뭐하냐고 계속 물어봐야하며, 신뢰마저 없는 건 연애가 아니다.

 

짝사랑 하는 것도 아니고 이쪽이 구여친인 것도 아닌데,

 

“뭐해?”

“자?”

“어디야?”

 

라고 계속 물어야만 하는 관계라면 내려놓는 게 좋다. 아, 이렇게만 적어두면 ‘당연히 물을 수 있는 질문들’과 헷갈릴 수 있는데, 저건 반나절, 하루, 심지어 며칠 동안 이쪽이 묻지 않으면 상대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는 상황을 말하는 거라 밝혀두도록 하겠다.

 

상대가 자기 할 거 다 하고, 만날 사람 다 만난 뒤에야 시간을 내겠다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K양이 어느 회사에 입사하려 하는데, 그 회사에서는 면접을 계속 미루고 대답도 잘 하지 않으며

 

“면접 이번 주 금요일 취소하고 다음 주 화요일로 변경합니다.”

“좀 기다리세요. 왜 자꾸 보채세요? 일정 잡히면 다시 연락 주겠다는데.”

“오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하세요. 담당자는 어차피 자리에 없을 테니까.”

 

따위의 이야기만 할 뿐이라면, 억지로 입사한다 하더라도 어떤 대우를 받게 될 지는 빤히 보이는 일 아닌가. 이런 와중에도 ‘탈락이라는 말이 없으니까 아직 가능성이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지원자가 있다면, K양도 단념하길 권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 만약 내게 지금 큰 일이 생겼다면, 상대는 당장 달려와 줄까?

 

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의 확신을 할 수 있어야, 그게 연애인 거다. 어떤 여성대원의 경우, 이런 믿음은 전혀 없이, 병원 같이 가주기로 한 남친에게

 

“다른 사람들은 다 병원 혼자 가. 네가 이상한 거야. 같이 가달라니까 가준다고 했지만 난 일이 생겼잖아. 그럼 혼자 다녀올 수 있는 거 아냐? 사람들한테 물어봐. 네가 이상한지 내가 이상한지. 삐칠 일을 갖고 삐쳐야 풀어주든가 말든가 하지.”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9개월을 더 만나다, 결국 만신창이가 된 채 헤어지고 말았다.

 

이런 작은 애정도 찾아볼 수 없는 관계를 왜 지속하는가? 연인이니까? 자꾸 싸우게 되니 대화하기 싫다고 하고, 만나면 돈 나가니 만나기도 싫다고 하며, 다른 할 일 많은데 왜 자꾸 귀찮게 연락 가지고 난리냐고 하는 사람과 뭐하러 만나는가? 역시나, 연인이니까? 그저 두 사람이 연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계속 이 관계를 유지해나가려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남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연인이니까’라는 이유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대원들 생각에, 난 눈에서 땀이 난다.

 

 

내가 이 더운 날 이렇게 “아닌 건, 아닌 겁니다.”라고 열심히 설명해도, 결국 마음 한 편에 남은 희망을 놓진 못하고

 

“그래도 안 좋은 점 말고 좋은 점도 있는데, 그건….”

 

이라며 열심히 상대 변호까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난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 내 말이 맞는 것 같다면서도, 역시나 미련 때문에

 

“그럼 이거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상대가 절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없다는 말씀인가요?”

 

라며 어떻게든 희망의 조각을 찾아보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래버리면 난,

 

‘아…. 이건 팔자라서 못 고치는 건가? 정말 이렇게 앞으로 꼬고, 뒤로 꼬고, 돌려 꼬고, 다시 꼬는 팔자가 따로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를 하게 된다. 세 시간 넘게 설득을 해도 결국은 도돌이표 때문에 처음으로 돌아와 버리고 마는, 이런 상황을 난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담배가 떨어져서 담배를 사러 가야하니, 오늘 배웅글은 생략하도록 하자. 하룻밤만 더 자면 불금이다.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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