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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헤어지자고 하면 알았다고 할 것 같은 남친, 어쩌죠? 외 1편

by 무한 2016. 6. 28.

글을 시작하기 전에, 21일에 발행한 매뉴얼에 대한 부연설명을 먼저 좀 적어둘까 한다. 그 매뉴얼에서 ‘남친이 집에 여자를 들인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들이 있었는데, 내가 그것에 대해 ‘전혀 잘못이라 할 수 없다’고 한 이유는, 그게

 

- 남친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회사 물품함 키를 회사에 두고 갔고, 그걸 다른 여직원이 남친의 집에 갖다 주는 과정에서 남친이 늘 얘기하던 ‘키우는 강아지’를 보러 잠시 올라왔던 것.

 

이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쨌든 이것도 ‘여자를 집에 들인 것’이라고 하면 나도 더는 할 말이 없지만, 난 저걸 두고 ‘여자를 집에 들였다’며 계속해서 갈구면 그는 숨이 막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정을 매뉴얼에서 밝혔으면 오해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매뉴얼 서두에서 말했듯 사연을 주신 분이 남친의 잘못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야기 하지 말길 요청해 주셨고, 그래서 난 그렇게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사연을 주신 분께서 다시 메일을 주셨고, 이걸 공개해도 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이렇게 밝히게 되었다.

 

그럼 이 얘기는 이쯤하고, 새로운 사연들을 또 살펴보자.

 

 

1. 헤어지자고 하면 알았다고 할 것 같은 남친, 어쩌죠?

 

Y양이 보낸 사연신청서를 보면 상대가 무관심하고, 무뚝뚝하고, 무정한 남친으로 그려져 있는데, 둘의 카톡대화를 보면 또 그게 아니다. 여느 커플과 다름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난 갸우뚱하게 되며, 오히려 Y양이 ‘기쁜 것처럼 연기하지만 사실은 속에 불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에 그 지점이 걱정된다.

 

Y양이 남친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는 까닭을, 난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 생각한다.

 

- 삼십대 중반인 그와 이십대 중반인 남자들을 비교하기 때문.

- 현실의 그가 아닌 Y양 이상 속 ‘올바른 남친’과 비교하기 때문.

- Y양이 그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생각 안 하며 반대의 경우만 생각하기 때문.

- 아직 서로 공유하지 않은 비밀도 많으면서 헌신을 바라고 있기 때문.

- 투박한 그를 두곤 ‘디테일’을 중점으로 평가하려 하기 때문.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Y양도 꼭 그가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며 그와의 결혼에 대해서도 더 친해지고 나서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가. 이런 와중에 상대에게만 ‘더욱 충성하고 헌신하며 나에게 확신을 주려 노력할 것’을 바라고 있으면 곤란하다.

 

또, Y양은 내가 말했던 ‘황무지를 비옥한 토지로 개척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데, 그게 가능하려면 관계의 기반에 신뢰와 애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지, 덜컥 연애를 시작한 후 상대를 내 입맛에 맞춰 개조하는 게 아니다. 후자가 되어버리면, 상대는

 

“난 한다고 하는데 넌 왜 계속 불만만을 이야기 하냐. 나만 평가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불편하고 답답하다.”

 

라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후자를 추구하는 대원들은

 

- 내가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고 하면 ‘끝나고 데리러 갈까’라고 물어야 함.

- 내가 늦을 것 같다고 하면 ‘끝나면 전화해’라고 다정하게 말해야 함.

- 내가 뭔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 그것에 대해 무조건 내 편이 되어야 함.

 

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저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대원들에게 난

 

“이쪽은 그러지 못하면서, 왜 상대만 그러기를 바라나요?”

 

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내 경우, 직장생활을 할 때 차를 가지고 출근했는데 회식이 잡히면, 공쥬님(여자친구)이 “끝나면 내가 데리러 가서 운전해 돌아올 테니 장소랑 시간 알려줘.”라는 이야기를 했다. 꼭 그래서 그랬다는 조건부는 아니지만, 서로 저런 ‘깜보’가 될 수 있었기에 누가 더 하네 못 하네 하는 이야기를 할 일이 없었다. 공쥬님에게 약속이 있으면 끝나고 내가 데리러 가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고 말이다.

 

절대 자랑 같은 걸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랑한다면 그래야 한다’는 것에 대한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지점’에 대해 말하고자 꺼낸 얘기다. 내가 친구들과 술 마실 땐 상대가 데리러 와야 하고, 상대가 친구들과 술 마실 땐 ‘친구가 나보다 중요한가. 나랑 안 놀고 술 마시네….’의 마음이 되어버린다면, ‘정말 사랑한다면 그래야 한다’는 말을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Y양은 신청서에

 

“그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제가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다정하게 챙겨주고,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주는 사람과 만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라고 적었는데, 이게 오로지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Y양의 그 말이 옳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상대라 하더라도 그가 그 연애에서 아무런 위안이나 즐거움도 찾을 수 없고, 오로지 개조되어야 하고 다 맞춰야 하며, 더불어 이해와 배려와 헌신만을 해야 한다면 결국은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나를 위해 울어주지 않는 상대를 위해, 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Y양의 현재 태도를 보면 남친에 대해 ‘그 사람이라는 것 자체로 좋아서’라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데, 이 부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런 애정 없이 ‘얼른 개조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가지니 갈 길은 멀기만 한 것처럼 보이고 남친의 모든 행동이 그저 불만스럽게 보이는 건 아니지를 말이다. 상대 자체로 좋은 점이 전혀 없는 거라면, 억지로 참고 이해하고 노력해가며 ‘개조가 완료될 그날’만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헤어지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2. 대인관계에 서툰데, 이 관계를 연애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내 친구 H군이 얼마 전 백두대간 종주를 혼자 다녀왔다. 사연의 주인공인 B군에게 내 친구 H군의 이야기를 하면

 

“와, 그분은 전혀 겁이 없고 체력이 대단한가 보네요.”

 

라고 할지 모르지만, H군의 이야기를 들으면 H군도 밤에 무서워 텐트 밖에 잘 안 나왔고, 당연히 종주가 힘들뿐더러 무엇보다 목이 말라 ‘어디서 물을 구하지?’하는 생각을 하며 산을 탔다고 한다. 남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타고나 아주 쉽게 한 게 아니라, H군 역시 무섭고 힘들었지만 그걸 극복해가며 한발 한발 내딛었던 것이다.

 

대인관계에서도,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남들이 다 어떤 특별한 기질을 타고 나서 쉽게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처음엔 작은 문제에도 크게 신경 쓰고 미묘한 변화에도 상처를 받았지만, 계속 하다 보니 그냥 좀 덤덤하게 되었을 뿐더러 일정한 패턴을 발견해 그 패턴을 응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저는 누군가를 사귀기 부족한 면이 많은데 사귀면서 고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걸 고쳐야지 누군가와 사귈 수 있을까요?”

 

뭐가 먼저든 해봐야 는다. 대인관계 경험이 별로 없다면 상대가 “응”대신 “ㅇㅇ”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마음이 없어서 성의 없이 대답을 하는 건가?’하며 시무룩해지겠지만, 계속 부딪히다 보면 이쪽에서도 “ㅇㅋ”라고 적어 보낼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당일에 만나자는 제안을 했는데 상대가 선약이 있다는 얘기를 한다면, 지금처럼

 

‘날 만나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건가? 나라면 선약을 취소하고 날 봤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아, 일찍 말해둘 걸 그랬구나. 하긴, 주말인데 집에만 머물며 언제든 날 만날 준비를 하고 있을 순 없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고 말이다.

 

B군은 현재 이 부분에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난 이걸 누구에게 기대거나 털어 놓으려고만 하지 말고 B군이 스스로 좀 개척했으면 한다. B군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 중엔 조금만 친해져도 상대에게 자신의 약점을 고해성사하며 상대가 너른 이해심과 보살핌으로 돌봐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 잘 된 전례가 없다.

 

계속해서 자신의 약점을 털어 놓으며 상대에게 의존하려는 사람들은, 결국 그 상대에게도 무시당하게 되거나, 나중엔 ‘처음으로라도 되돌리고 싶다’며 징징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B군이 현재 하고 있는 행동만 하더라도, 상대에게

 

“나중에 제가 밥이라도 사고 싶어요. 연락하면 씹지 마요.”

“내일 시간 괜찮으면 얼굴이나 봐요.”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딱 물어주니 좋네요.”

“일요일 날 시간되면 얼굴이라도 봐요.”

“싫은 거 아니면 봐요.”

 

라는 얘기를 반복해서 하다 보면, 상대는 결국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멘트 하나 잘 던지거나 상대가 혹할만한 이벤트를 준비해서 연애로 이어갈 생각을 하기 보단

 

- 내가 상대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며, 상대는 아마도 날 싫어할 것.

 

이라는 생각을 지우는 게 먼저다.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란 믿음도 없는데 어떻게 상대에게 확신을 주며 자신을 어필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B군은 내게

 

“누나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여행을 다니고 친구들이랑도 만나는데, 이걸 완곡한 거절로 봐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데, 아직 뭘 한 것도 없으면서 벌써부터 마음 접을 생각부터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B군과 상대가 한 연락이라곤, 카톡 열 몇 번 한 게 전부 아닌가.

 

호감이 있다는 티를 낸 뒤 고백할 생각만 하지 말고, 당장 고백 안 한다고 징역 살게 되는 것 아니니 전화통화도 하고, 상대가 여행 다녀왔다고 하면 사진도 보여 달라고 하며 먼저 대화를 많이 하길 권한다.

 

대화를 할 때에는 지금처럼 ‘기-승-전-시간 돼요?’로만 갈 게 아니라, 대화 자체에 집중하는 게 좋다. 또, 뭔가 확인 하려 들거나, 위로 받으려 들거나, 도움을 받으려는 대화 대신, 그냥 상대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쪽의 ‘긍정적인’ 일상 이야기도 하는 게 좋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힘든 일을 토로한 뒤 위로 받곤 감사인사 하지 말고, 그냥 좀 즐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 ‘어디에 놀러 가봤더니 좋더라’, ‘어디서 파는 뭘 먹었더니 맛있더라’ 등의 많은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좀 B군이 행복했던 기억들을 꺼내 상대에게 소개해야지, 상대가 엄마도 아닌데 자꾸 토닥토닥 해주길 바라며 어리광을 부리면 곤란하다.

 

“그냥 이대로 가다간 평범한 지인관계가 될 것 같아서요….”

 

그렇게만 되어도 성공인 거다. 내 생각은 B군과 달라서, 난 이대로 가다간 상대가 B군의 연락을 피하게 될 거라 본다. B군은 생각이 너무 많은 나머지 혼자 염려하던 부분을 부풀린 후 뜬금없이 상대에게 사과를 하기도 하던데,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만나서 놀자. 미안하면 디저트로 진짜 맛있는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면 된다. 그러니 상대가

 

“우리 이제 안 보는 거야? 갑자기 왜 이런 말 하고 난리?”

 

라며 황당해하는 ‘이상한 사과’는 하지 말고,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와 좀 활기찬 모습으로 상대를 대하길 바란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으면, 상대를 B군이 아끼는 사촌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며 대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꾸 기대려 하거나 위로를 바라는 일은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파이팅!

 

 

도착하는 사연들을 나도 빨리 읽곤 매뉴얼로 발행하고 싶은데, 사연 도착하는 속도가 읽는 속도의 세 배가 넘는 까닭에 물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엔 연애매뉴얼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글들을 많이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사연이 계속 밀려 재촉이 시작되면 마음이 조급해져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도착한 사연만으로도 연말까지 매뉴얼 발행이 가능한 까닭에 연말까지 사연을 받지 말까 하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여하튼 일단, 부지런히 읽고 발행해야겠다. 전부 다 텍스트로 된 사연이 1메가가 넘어가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데, 짧고 다루기 수월한 사연부터 좀 모아서 간략히 소개할까 싶기도 하다. ‘100KB 미만 사연 모음’ 뭐 그런 식으로….

 

여행기 2부도 올려야 하고, 새끼고양이 까망이 찾아 온 동네를 밤새 돈 이야기도 올려야 하고, 단독 사연들도 읽어야 하고, 니콘 서비스센터도 다녀와야 하니, 오늘 배웅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하자. 다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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