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과여행/강아지와고양이

집냥이 다 된 길냥이 까망이(조니), 두 달째 이야기

by 무한 2016. 6. 25.

어제 발행한 매뉴얼 댓글에 까망이의 근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시길래, 조금 전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들과 함께 까망이 소식을 좀 전할까 한다.

 

동물병원에서 구충제(혹시 나처럼 가격을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 3,000원)를 사다가 먹였고, 코스트코에서 모래(15kg – 14,990원), 그리고 이마트에서 화장실(의류정리용박스 – 10,900원)을 사다가 배변훈련까지 완료시켰다. 다만, 신문지 위에서 볼일을 보던 습관이 있어 아직까진 좀 혼동하곤 한다.

 

 

 

‘괭이’가 들어가는 닉을 가지신 노멀로그 애독자 분께서, 고양이 장난감, 습식사료, 영양제, 헤어볼 관련 용품 등을 보내주셔서 까망이가 호강하는 중이다. 내가 구입한 통조림을 먹을 땐 별 소리를 안 내는데, 애독자 분께서 보내주신 참치와 연어로 구성된 습식사료를 먹을 땐 앙냥냥냥 거리면서 먹는다. 녀석도 비싸고 좋은 걸 아는 건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갑자기 참치가 먹고 싶어져서, 사람용 참치 통조림 하나를 뜯어서 먹기도 했다.

 

 

 

이제 막 두 달째에 접어든 지금은 이빨이 간지러운지, 집안의 전선과 휴지, 밥상 다리, 매트, 수건, 옷, 이어폰 등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중이다. 강아지들은 혼내면 겁을 먹고서라도 다시 근처로 안 오는데, 고양이들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앞에서 박수를 쳐도 안 놀라고, 손으로 밀면 손을 물려고 달려든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까망이가 물어봤자 별 느낌이 안 났는데, 지금은 좀 아프다. 손가락이나 손바닥 같은 곳은 물려도 참을 수 있지만,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다른 발가락이나 연한 팔뚝 안쪽 살 같은 곳을 물리면 통증이 있다. 이빨이 많이 튼튼해졌는지, 이젠 사료를 불려주지 않아도 고개를 흔들어가며 아작아작 씹어 먹는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다 보면, 저 사진에서처럼 까망이와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누워서 한참 장난감을 잡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눈이 마주치는 건데, 그러면 까망이는 아래와 같은 표정을 짓는다.

 

 

 

“지금까지 날 가지고 논 게, 전부 너였어….”라는 듯한 표정이다.

 

 

 

지금까지 장난감을 휘둘러댔던 게 바로 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저런 표정을 지으며 내 손만 유심히 쳐다본다. 그러면서 점점 자세를 낮추고, 내 손을 향한 공격 준비를 한다. 손으로 달려드는 건 그래도 참을 수 있는데, 한참 놀다가 갑자기 내 발가락을 공격하는 건 솔직히 좀 무섭고 아프다. 그래서 이제는 공격 준비 자세만 보여도 내가 알아서 피하는데, 공격 준비 자세는 아래 사진과 같다.

 

 

 

눈빛만 봐도 뭔가 심상찮은 감정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자꾸 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건진 모르겠는데, 여하튼 입맛을 다시며 달려들 준비를 할 때에는 얼른 다시 다른 장난감을 집어 들고 놀아줘야 한다.

 

 

 

지금도 만드는지 모르겠는데, 초등학생 때 많이들 신발 끈으로 만들어 쓰던 열쇠고리다. 난 저걸 만들 줄 몰라서 동네 누나에게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누나는 자기한테 500원에 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자매 중 첫째였는데, 그 누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독 있는 두꺼비처럼 생긴 누나였는데…. 여하튼 난 까망이 장난감을 손수 만들어 주기 위해 이번에 저 열쇠고리 만드는 법을 동영상으로 배웠고, 지금까지 세 개 만들었으며 앞으로 색깔별로 끈 사서 몇 개 더 만들 예정이다. 신발끈 열쇠고리에 대한 한이 풀리는 느낌이다.

 

 

 

까망이는 고양이용 장난감으로 나온 기성품보다, 내가 만든 열쇠고리에 더 집착한다. 그래서 난, 손수 만들어준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노는 아이를 바라보는 흐뭇한 아빠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귀찮아서 반만 만든 건 아니고 뭔가 문어발 느낌을 주고 싶어 중간에서 저렇게 마무리를 했는데, 그게 또 완벽히 취향을 저격했는지 열쇠고리의 몸통도 물고, 발도 물고 하며 잘 논다.

 

 

 

사진으로만 보면 까망이의 무서움을 잘 모를 수 있지만, 저렇게 발톱까지 세워가며 열쇠고리의 몸통을 공격하다가, 갑자기 내 발가락으로 달려들 때가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무섭기에, 난 까망이와 놀 때면 발을 방석이나 수건 등으로 싸서 보호한다.

 

 

 

한참 놀다 보면, 저렇게 행동이 소극적으로 변할 때가 있다. 난 그걸 흥미를 잃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데, 그럴 땐 5분 정도 쉬었다가 열쇠고리 몸통과 다리를 바꿔서 놀아주면 또 잘 논다. 친척누나가 와서 까망이랑 한참 놀아주다 돌아간 적 있는데, 다음날 담이 결려서 며칠 고생했다고 한다.

 

 

 

아직 어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혹시 지능이 강아지보다 낮은 건지, 열쇠고리를 거꾸로 들었을 뿐인데 저렇게 바로 다시 반응한다. 열쇠고리 발은 다리가 네 개나 되어서인지, 저걸 갖다 대고 흔들면 누워서 저렇게 잡으려 앞발을 휘두른다. 한참 놀다가 귀찮을 때도 한 자리에 눕거나 앉아 앞발만 휘두르곤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혀를 내미는 것으로는 마이클 조던이 유명한데, 까망이도 저렇게 힘을 쓸 때 혀를 내밀곤 한다. 한참 놀고 나면 나도 팔 아프고, 목 아프고, 등 아프긴 한데, 저렇게 놀지 않으면 자꾸 전선을 물어뜯거나 우다다다 거리며 뛰어다녀서 지칠 때까지 놀아주고 있다.

 

 

 

다 놀고 난 뒤에는 발과 몸 구석구석을 혀로 핥아가며 씻는다. 고양이들은 기분전환을 위해서도 저런 그루밍을 한다고 하던데, 나도 글을 쓰다 잘 안 풀릴 때 손을 씻고 오곤 한다.

 

 

그러고는,

 

 

 

 

잔다. 잘 때는 다양한 자세를 취하는데, 사진에서처럼 완전히 드러누워 잘 때도 있다. 아무 걱정 없이 다리까지 쭉 뻗은 채 만사태평하게 자는 모습이다.

 

 

 

그러다 또, 저렇게 앞발을 올리거나 발을 올려가며 혼자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잠잘 때는 만져도 잘 모르는데, 그러다 깨면 “뭐야? 지금까지 날 만진 거야?”하며 놀라서 자세를 바로잡는다.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마치 웃고 있는 표정처럼 보인다. 핑크빛 찹쌀떡 같은 발바닥이 귀엽기도 하고 촉감도 좋아 난 가끔씩 일부러 만지곤 한다. 발바닥을 살짝 누르면 숨겨져 있던 발톱이 나오는데, 그건 좀 무섭다.

 

 

 

 

다음에 또 보자며 ‘바이바이’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하겠다.

 

 

여기까지 쓰다 갑자기 또 까망이가 보고 싶어 거실에 나갔다 왔는데, 만들어 준 집에도, 안에서 놀라고 둔 박스에도, 친척누나가 사준 고양이 집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 고양이들은 그냥 한 번도 발각되지 않았던 곳을 집으로 삼는 건지, 볼 때마다 없어져서 찾기가 어렵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알 수 없는 곳에 올라가 있기도 하고, 기막히게 몸을 숨길 수 있는 좁은 구석을 찾아 자고 있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히 먹이를 줄 때마다 “까망아~”라고 불러 각인시킨 까닭에, 어디서든 이름을 부르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긴 한다. 그냥 부르기만 해서는 잘 안 오고, 바닥이나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긁어가며 소리를 내야 놀자고 달려온다. 눈치는 빠른지 사료나 간식 냄새를 맡으면 한 번만 불러도 달려온다.

 

수의사가 쓴 책을 보니 9주차에 첫 예방접종을 맞추라고 하던데, 까망이는 7월 말쯤이 9주차니 그때 예방접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유 떼고 사료를 먹을 때쯤 되면 분양하려고 했는데, 접종까지는 마친 뒤 분양을 보내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이러다 혹시 계속 키우게 되는 거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집에 전자제품이 많은데, 선을 다 물어 뜯어서 좀 힘들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캣타워는 하나 만들어서 실컷 놀게 해줘야 하니, 다음 주부터는 캣타워 구상을 해봐야겠다. 자 그럼,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하트 버튼과 좋아요 버튼 클릭은 까망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