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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전 평생 연애도 결혼도 못 할 것 같아요. 외 1편

by 무한 2015. 11. 28.

제가 얼마 전에 이 얘기를 했는지, 아니면 적었다가 지웠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제 지인 중에 외국인이 하나 있습니다. 언젠가 그와 '한국인의 영어공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내게 영어를 알려달라고 하는 한국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런데 그들에게 내가 무엇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냐고 물으면, 영어로 된 그 어느 컨텐츠도 공부하고 있지 않으면서 그냥 영어만 잘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읽고 있는 원서도 없고, 독해 중인 영화 대본도 없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솔로부대원들로부터 연애에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 특히 모태솔로부대원들의 질문을 받을 때 저런 기분이 듭니다. 그들은

 

"괜찮은 남자는 어디 가서 만나야 하죠?"

"제대로 된 연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저는 왜 지금까지 연애를 한 번도 못 한 거죠?"

 

라며 막연한 질문들만을 하곤 하는데, 그럼 저도 막연한 대답들 밖에는 할 게 없습니다. 'month'와 'months'의 발음차이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질문이지만, '영어 발음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은 막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또, 바로 위의 예에서 전자는 대부분 현재 영어를 잘 못해도 분명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이지만, 후자는 '잘 하고 싶은 마음만 있을 뿐 딱히 어떤 공부를 하고 있진 않은'사람들의 질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혼자 앉아서 생각만 하는 막연한 걱정은 그만 두고, 일단 나가서 누구 다리라도 걸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셨으면 합니다. 일단 뭐라도 심어야 싹도 트고 뭔지도 알아볼 수 있는 거지, 누가 대신 알아서 다 심어 길러주거나 간절히 바란다고 저절로 뭔가가 자라나는 게 아닙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게 그 시작이라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1. 전 평생 연애도 결혼도 못 할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저 위에 나온 이야기들을 계속 한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괜찮은 남자는 어디 가서 만나야 하죠?"

"제대로 된 연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저는 왜 지금까지 연애를 한 번도 못 한 거죠?"

 

그럼 그 사람과의 대화는 며칠 안 되어 재미없어 질 것이고, 계속 부정적인 생각과 신세한탄만 하는 것에 질리고 말 것입니다. 예의상 처음에야

 

"곧 만나실 거예요. 서른 중반이 되어 첫사랑을 시작하신 분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도

 

"그런 얘기 8년 전부터 들었어요. 전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라 연인이 필요한 거예요 ㅠ.ㅠ"

 

라는 이야기만을 한다면, 상대도 결국

 

'이 사람과 대화하면 기 빨리는 느낌만 드네. 나보고 뭘 더 어쩌라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며 점점 대화를 피하게 될 것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인 K양에겐 자신이 연애 못 하고 있다는 신세한탄을 하는 게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저런 느낌이 든단 얘깁니다.

 

"저도 재미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전 진짜 심각해서 그런 얘길 한 거예요."

 

재미가 있든 없든, 알게 된 모든 이성들에게 그렇게 신세한탄하고 있으면 곤란하다는 겁니다. K양의 소개팅을 보시기 바랍니다. K양은 처음에는 애프터 신청을 받을 정도로 잘 흘러가지만, 이후엔 영문도 모른 채 상대에게서 버림받는 느낌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대화를 하면 할수록 계속 K양이 우울한 얘기만 하고, 징징거리듯 신세한탄을 하니 그렇게 되는 겁니다. 처음 알게 되었을 때 K양은 자신의 비전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이후 어떻게든 연애 이야기나 결혼 이야기로 방향을 튼 뒤 암울한 얘기를 하고 맙니다. 게다가 이어서 심심하다, 외롭다, 재미없다, 특별할 게 없다, 난 계속 이럴 것 같다, 남들이 부럽다 등의 말들까지 해버리니 상대에겐 K양이 점점 짐처럼 느껴지고 만 겁니다.

 

조금 친해진 것 같다고, 아니면 친한 사이라고 해서 막 기대면 안 됩니다. 기대더라도 평소에는 자신의 다리로 서 있다가 너무 힘들 때 기대야 하는 거지, 그냥 막 다짜고짜 날 좀 업으라는 식으로 매달리면 안 됩니다. 더불어 대화를 할 땐, 내가 어떤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처럼 불우하고 외로웠던 시절과 날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말입니다.

 

K양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는 사람의 입장에선, K양이 하는 모든 말들이 그대로 K양의 이미지가 되기 마련입니다. K양이 어느 식당에 밥 먹으러 들어갔는데, 식당 사장이 여기 맨날 파리 날리고 옆집이 장사 더 잘 되서 배 아프다는 얘기를 하면, 그 식당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지긴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버리면 손님 입장에선 음식을 맛있게 먹고도 뭔가 찜찜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 K양은 우선 그 모습부터 내려 놓으셨으면 합니다.(K양은 '모태솔로 한 번에 탈출하는 방법'같은 걸 원하셨을 텐데, 이런 부분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2. 군대 갔다 와서 연애세포 다 죽은 것 같은데요.

 

연애세포가 죽은 게 아닙니다. 김군의 연애세포는 원래 없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예전에 대시해서 성공한 적이 있었던 건,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얻어걸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연애세포 부활'을 희망하기 보다는, ABC부터 돌아봤으면 합니다.

 

A. '연애' 말고 '관계'부터 맺어보자.

 

힘을 빼야 합니다. 이제 서로 연락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사귈 기회'만 노리고 있으면 상대를 알아갈 기회를 모두 잃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고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상대를 만나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긴커녕 계속 침만 삼키게 될 것입니다.

 

당장 연애를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과 함께 마음 속 음란마귀를 모두 몰아내시고, 순수하게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스킨십을 내년 봄에나 할 거라는 생각만 하셔도 보다 차분해질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김군이 가진 마음으로는, 운이 좋아 상대와 사귀게 되더라도 '다음 진도'에만 집착하다 한 달 이내에 이별하게 될 수 있습니다. 타 중대 아저씨와 같이 경계근무를 서며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대화하면, 더 많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을 겁니다.

 

B. 드립은 적당히 치자.

 

김군도 이제 이십대 꺾이지 않았습니까? 그럼

 

"아 사진 예쁘네. 너 말고 배경이."

 

같은 드립에서 졸업해야 하는 겁니다. 이십대 초반에 써먹던 걸 그대로 써먹으면 안 된다는 얘깁니다. 뭐, 사람이나 상대에 따라 저런 드립이 먹히는 경우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김군의 카톡대화를 보면 상대가 할 말 없어 하는 게 좀 보입니다. 그러니 드립 다섯 개 던져서 하나 성공시키려 하지 말고,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웃어주는 거. 그거 김군이 선배니까 웃어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카톡으로 김군이 드립을 칠 때에는 상대가 "ㅋㅋㅋㅋㅋㅋㅋ"라며 리액션 해줬지만, 만나서 드립을 쳤을 때에는 좀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습니까? 누구든 할 말 없을 때는 "ㅋㅋㅋㅋㅋㅋ"를 적어 보내기 마련이니, 그걸 상대가 웃은 거라 생각하며 한 발 더 나가지 말고, 한 번의 대화에 한두 번의 드립만 치시길 바랍니다. 계속 그래버리면, 대화가 산만해지고 결국 상대는 질리게 될 것입니다. 상대 입장에선 김군의 드립이, 부장님 개그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C. 떠보지 말고 만나자.

 

이건 위의 드립과도 연관된 얘긴데,

 

"아 그런데 너 오늘 왜 이렇게 귀엽냐 ㅋㅋㅋㅋ"

 

라며 막 던지면 곤란합니다. 기껏 약속 잡고 만나서 좋게 밥까지 먹었는데, 그걸 상대 마음 한 번 떠보려는 드립으로 망치면 억울한 것 아니겠습니까? 만나거나 연락할 때마다 상대도 이쪽에 마음이 있나 없나만 떠보려는 것에서 벗어나시길 권합니다. 일단은 김군에게 호감이 아예 없지 않으니 만나고 또 밥 먹는 것이고, 긍정적인 마음이 있으니 계속 연락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감은 그러한 '사실'에서 찾으시고, 상대를 떠보는 건 그만두시길 바랍니다.

 

하나 더. 상대도 스무 살 넘은 어른입니다. 학교에선 김군이 선배고 상대가 후배니 상대가 존대를 하고 또 어려워하겠지만, 상대 역시 김군만큼 생각할 줄 알고 김군만큼 모든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걸 잊으면 안 됩니다. 복학생들이 후배를 대할 때면 사장이 말단직원 대하듯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랬다간 전부 망칠 수 있습니다. 복학생이라고 대단한 거 아니니, 살짝 허세를 부리고 싶어질 때에도 꼭 참으셨으면 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종종 상대보다 선배이고 이쪽보다 후배인 누군가에 대해 허세 섞어 까듯이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말고 늘 젠틀할 수 있게 노력하시길 권합니다. 그게 쎈 척 하는 거라는 거 상대도 분명 알 테니 말입니다.

 

 

자,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우리는 월요일에 다시 만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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