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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나이가 들며 점점 짧은 연애만 하게 된다는 여자

by 무한 2015. 10. 30.

이십대 초중반일 때만 해도, 명절에 친척들 만나면 친척 어른들이 용돈 주고 그러잖아요. 친척 누구의 행사가 있으면 그냥 입만 가져가서 먹어도 되고, 어친 친척동생이 입학을 하거나 졸업을 하면 그저 축하 정도만 해주면 되고 말예요.

 

하지만 이십대 후반, 삼십대가 되면서 부터는 많은 것들이 바뀌죠. 그 나이가 되도록 용돈을 기대하고 있으면 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고, 행사가 있을 때에는 이젠 이쪽에서도 돈이나 선물을 챙겨줘야 되기도 하잖아요. 몇 달 전엔 저희 외할머니 생신이셨는데, 그땐 저보다 두 살 많은 친척 형이 밥값을 전부 계산하더라고요. 할머니 용돈도 드리고요.

 

여하튼 우린, 이제 애가 아니잖아요. 나이가 들며 사회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 해야 하는 것처럼,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이십대 초중반 연애할 때의 모습에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채 나이가 든 후에도 그런 연애를 하려고 하면, 상대에게

 

- 철이 덜 든 사람.

- 함께하면 많은 애로사랑이 꽃필 것 같은 사람.

- 반려자가 아니라 내가 키워야 할 것 같은 사람.

- 같이 살다 작은 갈등만 생겨도 집 나간다고 할 것 같은 사람.

 

등으로 여겨질 수 있어요. 예를 하나 들어 말하자면, 서른이 다 되어

 

"제 친구들 중엔 남친이랑 매일 만나는 애도 있는데, 저희는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안 만나요."

 

라는 불평만 하고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불만을 가진 채 상대를 시험해 보려 하고, 넌 나를 덜 사랑하는 것 같다고 투정을 부리고, 그걸 내가 참고 있으니 다른 것으로라도 보상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애에 임하면, 그 연애가 종말을 맞는 건 시간문제가 되고 말거든요.

 

오늘은 사연모음을 발행해야 하는 날이긴 한데, 제가 골랐던 사연들이 다 너무 긴 까닭에 일단 J양의 사연만 다루도록 할게요. 저런 태도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발생시키는지 함께 보자고요.

 

 

1. 남자도 사람이거든요.

 

제가 누군가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종종 막히는 게 바로 이 지점이에요.

 

"여자는 남자가 그래주길 원하거든요?"

"남자친구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연인이니까 그런 건 이해해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상대 몫까지 이쪽에서 다 판단한 후, '그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면 답이 없어요.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상대도 사람이잖아요. 그럼 상대에게도 바라는 게 있을 텐데, J양은 상대가 바라는 걸 다 충족시켜주고 있나요? 아니잖아요. 그럼 이건 상대에게 '불공평한 일'로 느껴지는 거예요.

 

매번 가정을 해서 상대를 평가하는 것 역시 위험해요.

 

'상대가 나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다쳤어도 상대는 이랬을 거다. 지금 하는 걸 보니 그럴 것 같다.'

'더 노력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도 상대는 안 한 것이다.'

 

저 영역으로 들어가서 생각한 후 상대에게 책임을 물으면, 상대는 숨 막히게 되어 있어요. 사람이 어떻게 매번 100%의 긴장과 100%의 힘을 다 쏟으며 살겠어요. 역시 반대로 J양에게도 저런 기준을 들이대며 평가하기 시작하면, J양 역시 숨 막힐 걸요.

 

- 연락 안 한다고 잔소리는 엄청 하면서 손편지 한 번을 안 쓰네.

- 쿠키 만드는 것 정도는 배워서 해줄 수 있는 건데 배울 생각도 안 하네.

- 오가는 길에 사서 날 줄 수 있는 건데도 그러겠다고 말을 안 하네.

- 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하라고 하면서 건강식품 한 번을 안 챙겨주네.

- 자기 가방은 기십만 원짜리 사면서 내 낡은 지갑에는 신경도 안 쓰네.

 

제 이런 얘기에, J양은 아래의 말로 반박할지도 모르겠네요.

 

"제 구남친 중엔 저런 바람도 다 들어줬던 남자 있었거든요. 그 사람은 정말 제게 잘 해줬다고요."

 

그건 어릴 때 얘기잖아요. 그에겐 여자나 연애에 대한 환상도 있었고요. 몇 번의 이별을 경험한 그를 지금 다시 데려다 같은 걸 요구해 보세요. 세 달도 지나지 않아 이별하게 될 확률이 높아요. 게다가 그가 J양을 떠나간 것 역시, 자신이 밑 빠진 독에 헌신을 붓고 있는 느낌이라 지쳐 떠나간 거잖아요.

 

전에도 얘기했지만, 삼십대 남자들의 연애나 여자에 대한 환상은 많이 부서진 상태예요. 연애만이 구원이 아니라는 것도 경험했고, 정말 헤어지면 죽을 것 같지만 헤어져보니 또 멀쩡히 잘 살아진다는 것도 경험했어요. 때문에 위와 같은 불공평한 상황이 찾아오거나 자신만 맹목적으로 헌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겁먹어 무릎부터 꿇기 보단 포기를 선택해요. J양의 연애가 점점 짧게 끝나고 마는 것 역시, 강요로 인한 '불공평한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2. 함께 찾는 여자 VS 화를 내는 여자.

 

사귀며 둘이 어디 함께 놀러간 사연을 받아 보면, 비슷한 나이의 비슷한 조건인 두 커플이 하는 여행이라고 해도 좀 많이 다를 때가 있어요.

 

A커플이 제주도에 갔다고 하면, 남자는 운전을 하고 여자는 그동안 폰으로 함께 가기로 한 곳을 검색해요. 두 사람이 여행 전부터 와서 뭐 하고 놀지를 정하긴 했지만, 여행이란 게 계획과 달라질 수 있으니 다시 정해보는 거예요. 중문 쪽에서 밥 먹기로 한 걸 접고 더 가서 먹기로 하는 동안, 남자는 운전하고 여자는 검색을 하는 거죠.

 

그런데 B커플을 보면, 남자가 운전하는 동안 여자는 화가 나 있어요. 빠듯한 일정 때문에 계획을 좀 바꾸게 된 건데, 여자는 그것에 짜증이 난 거예요. 제주도에 오기 전 여행계획을 전부 짠 건 남자였고요. 여자는 조수석에 앉아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계속 침묵하며 가다가 딱 한 마디 했는데, 그게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건데?"

 

였어요. 남자는 일단 자신도 뭐가 좋을지 모르니 가서 생각해 보자고 답했는데, 여자는 또 거기에 화가 났어요. 그래서 또 침묵으로 복수하고 있다가, 배도 고파지니 다시 말을 꺼냈어요.

 

"저녁 뭐 먹을 건데?"

 

남자도 결국 짜증이 났죠. 그래서

 

"지금 가고 있잖아. 일단 거기 도착해야 뭐가 있는지 아는 거고."

 

라고 대답했고, 여자는 남자가 짜증을 내니 더 화가 나서 일찍 돌아가자고 까지 말해요. 이러려고 온 여행이 아닌데 와서는 싸움만 하게 되는 것 같다고. 그냥 돌아가자고.

 

더욱 황당한 건, B커플과 같은 연애를 하던 여성대원들 중 일부가 상대를 탓하는 사연을 보낸다는 거예요. 자신은 손톱만큼도 협조하지 않고 짜증만 냈던 사람이, 상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거죠.

 

"그는 좀 더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제게 찾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더라면 저도 찾았을 겁니다."

"정말 미안하니 이해해달라고 했다면 저도 짜증을 내진 않았을 겁니다."

 

라면서 말예요.

 

이게 무슨 재판 같은 거고, 제가 사연을 보낸 의뢰인을 도와 변호해야 한다면 저도 어떻게든 정당화와 합리화를 해가며 돕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요. 이건 누가 더 잘못하고 덜 잘못했는지를 가리자는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를 알아보자는 거잖아요. 그걸 알아야 이번 연애에서 한 실수를 깨달을 수 있고, 그래야 다음 번 연애에서 같은 잘못을 다시 저지르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혼자서 여행갈 줄 모르는 사람과 여행을 함께 가게 되면, 가서는 그 사람의 몫까지 다른 사람이 다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건 연애나 결혼에서도 마찬가지라, 어딘가에 기대지 않고 혼자서 살 수 없는 사람과 만나게 되면 버거울 수 있어요. 얼마 전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그런 사람은 자신의 외로움, 심심함, 슬픔, 괴로움, 허전함 등을 모두 상대의 탓이라 생각해버리고 말거든요.

 

제가 매뉴얼을 통해 지겹도록 '혼자서 설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스스로 설 수 있는 두 사람이 -여행에 비유하자면 둘 다 혼자서도 여행할 수 있는 두 사람이- 함께 해야 즐거울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안 되는 상황에서 상대가 다 알아서 해주길 바라고 있으면 둘 다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J양도 친구가 J양 집에 머물면서 "오늘 저녁 뭐 먹을 거야?", "영화 다운받아 줄 거야?", "같이 치맥 한 잔 하고 싶은데 일찍 올 거야?" 등의 질문만 하며 세 달을 머물면, 그 친구를 내쫓고 싶어지지 않겠어요? 그것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3. 성에 차는 사람을 만나세요.

 

결혼까지 생각하며 상대를 만나는 거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들 중엔, 상대를 '꿩 대신 닭'이라 생각하며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애초에 그 연애 기반에 '불만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라고 할까요. 지금 상대와 연애는 하고 있는데 외모나 스펙, 연봉, 성격 뭐 어느 부분에든지 시작부터 불만족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J양이 상대와 사귈 때 가졌던 감정처럼 말이에요. J양이 한 말을 잠시 볼게요.

 

"그 전의 사귀었던 사람들보다는 조건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외모와 성격에서는 그 사람들보다 나았기에, 절 좀 더 받아줄 거라 생각하며 사귀었죠. 결혼까지 생각하거나 뭐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가볍게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사귀었어요."

 

시작부터 핀트가 나간 거 보이시나요?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상대를 존중할 수 있겠어요. 때문에 상대가 J양과 사귈 때 계속해서 지적을 한 게 바로

 

"예의 없는 행동을 한다."

"그런 건 아랫사람한테 하는 표현이다."

 

라는 부분이거든요. 상대를 가볍게 생각하며 존중하지 않는 마음은, 결국 어떻게든 태도로 드러나요. 상대가 기다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거나, 상대에게 접대 받기만을 원한다거나, 상대가 하는 헌신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거나 하는 것들로요. 이건 정말 아무리 잘 감춰도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J양은 별로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전부 상대에게 공개가 되고 말았죠.

 

남친이 헤어질 때 한 말을 잠시 보세요.

 

"넌 더 자상한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

"넌 남자한테 대접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

"넌 해도 되고 남친은 하면 안 되는, 그런 게 네겐 너무 많다."

 

이 연애가 '노예 계약'이었다는 걸 상대도 눈치 챈 거거든요. 상대는 자신이 더 잘 하고 친해지면 다 해결되는 건 줄 알고 몇 달 노력해 본 건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에겐 의무만 늘어갔잖아요. 게다가 앞서 말한 '존중의 결여'도 여러 방면에서 들러나고 말았죠. 예를 하나 들어 말하자면, 상대가 힘들게 늦게까지 일을 하고 전화를 하면, J양은 수고했다는 말 대신 왜 늦게 연락하냐고 화부터 냈죠.

 

J양도 이런 본인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조건이 성에 안 차면 진지하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만나다 보면 또 정은 들어서 좋아하게 되고…. 적당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건가요."

 

포기하고 보상을 덜 바라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J양이

 

- 상대가 지금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와 함께해주는 건 큰 은혜를 베푸는 일

 

이라는 걸 경험해 봐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건 J양이 좋아하는 상대로부터 냉대를 당하면서 느끼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J양이 이런 이별을 반복하면서 점점 깨달아 갈 수도 있어요. 가장 불행한 형태는, 이제 더는 이성이 먼저 연락을 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게 황폐화 된 이후에 깨닫게 되는 것이겠죠. 더는 소개팅을 부탁할 만한 지인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철저한 외로움을 느끼다 자각하게 되는 거요. 뭐, 그렇게 된 이후에도 욕구의 밀도가 높은 곳 찾아다니며 여왕벌 놀이 하거나 의학적 경계를 넘어가시는 분들이 계시긴 한데, J양은 그러지 않으시길 바라며 전 이렇게 매뉴얼을 작성했어요.

 

완벽한 한 남자를 만나 접대 받는 게 연애가 아니에요. 부족한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게 연애죠. 저도 겨우 저 같은 사람 따위를 사랑해주는 공쥬님(여자친구)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계속 더 사귀기엔 내가 더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찾아오는 게 이별인데, J양은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연애를 시작했잖아요. 때문에 이별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끝으로 J양의 질문을 하나 더 볼게요.

 

"친구들을 보면, 헤어진 이후 남친이 연락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저는 진짜 단 한 번도 헤어진 남친에게 연락온 적이 없어요. 이게 정말 궁금해요. 제가 그렇게 최악이라서 연락을 안 하는 걸까요?"

 

남친이 감동할만한 일을 단 한 번도 해준 적 없기 때문에 그래요. J양이 연애를 하며

 

"지금 호빵 먹는데 오빠 생각이 났어. 이따가 호빵 사가지고 갈게 잠시 집 앞으로 나올래? 팥이랑 야채 중에 무슨 맛 좋아해?"

 

라고 물은 적 있었다면, 분명 연락이 한 번이라도 왔을 거예요. 그런데 J양은 그런 일들을 하는 대신, 자신에 대한 남친의 접대가 성실하지 못하다며 꾸짖기만 했죠.

 

이대로 끝내면 정이 없는 것 같으니까, 하나 더.

 

"풀어줄 줄 알았는데…."

 

라는 말이나 생각은 앞으로의 연애에서 절대 하지 마세요. 연애 중 전투를 벌여 이겼다고 주장한 후 전리품처럼 상대의 헌신을 받으려 하거나, 상대가 잘못한 게 있다고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 후 포로로 삼아 고문하려 들면, 강철로 된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J양을 떠나고 말 거예요. J양이 남친이 아닌 타인을 대하는 것의 딱 절반만큼이라도, 남친을 위해 베풀고 관심을 써주세요. J양이 좋아 옆에 와있는 사람을, 파괴하지 말고 품어주세요. 그러면 바로 그때, J양이 바라는 그런 연애를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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