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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과거 연애로 인한 불안, 집착, 조급증. 전 어쩌죠?

by 무한 2015. 10. 28.

L양이 만난 남자들은 참 별로였습니다. 대표적인 몇 명만 소개하자면, 남친 A는 자신의 자취방에 다른 여자의 흔적이 있는 걸 L양이 보게 만들었습니다. 또 남친 B는 당시 군인이었는데 L양을 속이고 휴가를 나와 다른 여자들과 놀았습니다. 그리고 남친 C는 L양과 사귀는 와중에 같은 모임의 다른 여자와 썸을 탔습니다. 이런 건 참 살면서 한 번 겪기도 힘든 일인데, 이십대에 접어들며 이런 남자들을 경험한 까닭에 L양은 불안과 집착, 조급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L양은 남자를 쉽게 믿지 않으며, 상대의 모든 말과 행동에 담긴 거짓을 찾아내려 합니다. 더불어 강력한 보호막도 쳐두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이젠 급하게 들이대거나 처음부터 호감을 앞세워 들이대는 남자들을 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쁜 남자를 피하려고 여러 겹 쳐둔 보호막이 결국 L양까지를 가리게 만들고, 그런 와중에 그 보호막을 뚫고 들어오려고 하는 건 연애나 여자가 급한 남자들이니, 계속해서 별로 좋지 않은 인연들만 만들어 지는 거라고 할까요.

 

'나에게 강력하게 들이대는 사람이 아니라면 애정이 없는 것이다.'

 

정도의 생각을 가진 채 사람을 만나다 보니, 그냥 처음부터 맹목적으로 잘해주고, L양을 위해주며, 계속해서 호감을 어필하는 사람들만 만나게 된 거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밀도가 높은 곳으로 저는 친목모임이나 만남어플, 그리고 사교 동호회 등을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L양의 연애도, 저 곳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L양의 이야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가벼운 마음으로 타는 썸?

 

이게 L양의 가장 큰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L양의 연애를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썸을 타다 어찌어찌 연애까지 이어지곤 하는데, 그렇게 이어진 후 L양은

 

- 진짜 사랑

- 변하지 않을 마음

- 진중한 관계

 

등을 기대합니다. 그냥 채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몇 마디 주고받다가, 상대가 대화 리드도 잘 하고 이쪽에 호감을 보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고, 그러다 연애까지를 시작한 이후 위의 것들을 기대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웃음 많고 장난 잘 치는 남자가 조금만 적극적으로 다가와도 L양과 사귀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서두에서 분명 L양은 이제 남자를 쉽게 믿지 않으며 상대의 모든 말과 행동에 담긴 거짓을 찾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는데 말입니다.

 

여기서 잠깐, L양이 저 '탐색기간' 동안 상대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먼저 보겠습니다.

 

- 나에게 하는 말과 그가 SNS에 올리는 글이 일치하는가?

- 그가 SNS에 올린 글 중 욕설이나 비속어는 없는가?

- 그의 인맥의 문제는 무엇이며 인맥 중 여성의 비율은 어떠한가?

 

역시나 또,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는 L양이 정말 까다로운 조건으로 상대에 대해 파악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SNS를 체크한 후 합격점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건 신중한 게 아닙니다. 그냥 L양이 좀 더 숨는 것일 뿐이며, 숨어서 상대의 뒷조사를 좀 더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L양은 상대를 겪어본 것도 아니면서 저런 것들로 합격점을 준 후, 상대를 일단 '남자친구'의 자리에 앉힙니다. 그런 후 다시 또 상대의 모든 것을 시험해보고, 자신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까지를 살펴봅니다.

 

미안하지만, 이런 이상한 방식으로 연애를 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L양의 연애가 괴로운 겁니다. L양이 연애에 임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정말 신중하게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안 뒤 연애를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이 상대에게 바라는 것만큼 자신도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연애에 빠지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일단 연애를 시작해 버리니, '급한 남자'를 만날 가능성만 높아지며, 어쩌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 해도 L양이 마음을 열지 않아 헤어지게 되는 겁니다.

 

이걸 먼저 좀 어떻게 해야 합니다. 상처 받기 싫어서, 또는 처음부터 너무 마음 많이 주면 나중에 힘들까봐 어정쩡하게 시작하는 연애. 이러면 죽도 밥도 안 되고 맙니다. 상대가 초반 L양에게 보이는 적극성과 그의 SNS을 기준으로 해 연애를 시작하지 마시고, 정말 L양도 상대가 좋을 때 연애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연애는 결국 가벼운 마음으로 헤어지게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2. 이번에 사귄 남친은 어떤 사람일까요?

 

늘 얘기하지만 저는 상대의 말 보다 행동을 봅니다. 상대와의 만남, 그리고 이후의 데이트, 또 사귀게 된 이후로 어땠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 어플에서 만남. 상대가 적극적으로 다가옴.

-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상대는 밝은 모습을 보이며 리드하고 어필함.

- 상대가 옛날 영화 함께 보자고 해서 DVD방엘 감.

- DVD방에서 스킨십. 나와서 L양이 추궁하다 사귀기로 함.

- 이후 다시 또 DVD방엘 가서 스킨십 진도 나감.

 

이렇게 사실만 적어두고 보니, 마냥 순수하게만 볼 순 없는 패턴이지 않습니까? 물론 저런 일들엔 다 이유가 있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 게 아닌데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DVD방 가자. 남들 눈을 피해 둘이 있는 곳에서 만나고 싶어."

 

라고 말할 사람은 없으니 말입니다. 대개는 놓친 영화이야기를 하며 권하거나, 그 영화 아직 안 봤냐며 가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때문에 위와 같은 경험을 한 여성대원들은 다들

 

"저희는 그런 거 아니거든요? 진짜 대화하다가 어찌어찌 연결되어 간 거예요. 순수하게."

 

라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건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벌어진 일들만 놓고 보면, 또 '꼭 그래야만 했나?'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정말 아주 자연스러운 진행은 아니잖습니까? 종종 어떤 여성대원은

 

"오빠는 '이상하게 생각되면 안 가도 돼. 이상한 의미로 가자고 한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요."

 

라며 항의를 하기도 하시는데, 끼니로 주로 뭘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그런 식단을 먹으면 다시 순수해질 수 있을까요?

 

더불어 L양과 상대의 카톡대화도 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서 '관심'이 보이십니까? 저는 난시가 심해서인지 '관심'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L양이 상대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상대가 L양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건 잘 못 보겠습니다.

 

L양은 그가 대답 안 하거나 연락 안 하는 일 없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당연한 겁니다. 사귄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잠수를 타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과거의 남친들이 떠나갈 때 보인 모습과 상대의 현재 모습을 단순비교 하지 마시고, 현재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둘의 대화가 그저 영혼 없이 '웃는 얼굴'을 한 채 얘기만 주고받는 것 같아 보이는데, L양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정도면 "이번에 사귄 남친은 어떤 사람일까요?"라는 L양의 질문에 충분한 대답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3. 전 심각한가요? 뭘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죠?

 

L양에겐 크게

 

- 방관하며 관찰하는 문제

- 상대에 대한 의심을 상대보고 풀어달라고 하는 문제

 

라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방관하며 관찰하는 문제'라는 건, L양이 상대의 요청에 일단 응한 후 상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DVD방의 경우를 보시기 바랍니다. L양은 그의 제안에 별 망설임 없이 승낙하며

 

'그곳에 가면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물론 그게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만, L양 자신의 의사라고는 표현하지 않으며 자신을 그저 '상대를 테스트하는 미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연애는 둘이 하는 건데, L양은 상대의 제안에 일단 맹목적으로 따르며 그것에 대한 책임을 모두 상대에게 물으려 하지 않습니까? 이래버리면 'L양'이란 사람은 그 연애에 그저 관찰자나 실험대상으로만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 L양 본인의 의사를 밝히지 않고 함정수사 하듯 상대를 두고 보기만 하는 것인지 전 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나아가 L양은 상대를 먼저 자극하는 듯한 말까지 합니다.

 

"잘 잤어? 야한 꿈 꿨어? ㅎㅎㅎ"

 

저런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L양이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오해할 것입니다. 저것도 L양의 함정수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어떤 남자를 만나든 L양이 저렇게 자극을 하면 상대는 L양에 대해 오해하며 본능에 더욱 충실하려 할 것이고, 그 와중에 L양이 '일단 다 따르며 상대의 행동을 평가하기'라는 기술을 발휘하면 관계는 난장판이 되고 말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의심을 상대보고 풀어달라고 하는 문제'는, L양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걸 말합니다. 대화를 잠시 보겠습니다.

 

L양 - 응~ 수고했어.

상대 - 너도 수고했어 ㅎㅎ

L양 - 나랑 더 말하기 싫어?

상대 - 응?

L양 - 왜 '너도 수고했어 ㅎㅎ' 하고 더 얘기를 안 해?

상대 - 아니, 난 네가 수고했다고 해서 수고했다고 대답한 건데.

상대 - 그럼 수고했다고 먼저 말한 너도 더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야?

L양 - 봐봐. 지금 넌 더 말하기 싫어서 그랬다는 걸 인정한 거야.

상대 - 뭐?

L양 - 나보고 더 말하기 싫어서 내가 그랬다며.

상대 - 무슨 소리야? 네가 수고했다는 말 먼저 했다는 얘기를 한 거지,

상대 - 더 말하기 싫어서 그랬다는 게 아니잖아.

L양 - 아무튼 난 네가 한 말이 대화를 끝내려는 것처럼 느껴졌어.

 

전혀 갈등이 없었던 상황에서도 L양은 갈등을 만들어버립니다. 물론 이번 상대와의 관계에서는 L양도 상대의 '영혼 없음'을 느낀 까닭에 저런 말을 꺼내게 된 것이라 볼 수 있긴 한데, 만약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저런 태도를 보인다면 그건 분명 L양에게 문제가 있는 겁니다.

 

"뭐 하는데 연락 안 해? 나한테 연락하기 싫어?"

"나 이제 싫은 거야?"

 

등의 얘기는 평생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길 권합니다. 계속해서 저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그냥 찌질하거나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상대가 돌봐주지 않으면 아무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구는 것, 이제 내가 싫어진 거냐며 계속해서 확인받으려는 것 등은 관계에 1g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L양의 어떤 친구가 계속해서 L양에게 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제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L양이 신청서 말미에 적어둔 말이, 연애에 임하는 L양의 태도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좀 더 적극적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방어적으로만 상대를 대하며 반응만 살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적극적이기엔 불안하고, 겁나고…. 그랬다가 나중에 멀어지면 어떡하나요. 휴우."

 

마음 안 주고 적당히 살피기만 하면, 결국 상대도 그것과 비슷한 태도로만 L양을 대하게 됩니다. 그러니 초반에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사람에게 일단 '남자친구'의 자리를 내어준 후 관찰만 하지 마시고, L양이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마음껏 좀 썸을 타든 연애를 하든 하시길 권합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나에게 하루에 몇 번 연락하는가?'라는 것만 체크하며 사랑을 확인하지 않고, 정말 풍덩 빠져 진하게 사랑하실 수 있을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대충 담근 채 멀리 두고 관찰하지 마시고, 정말 좋은 사람과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자,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불금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으니 다들 불금맞이 준비 잘 하시고, 손이 시릴 정도로 추워졌으니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늘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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