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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사귀기로 한 이후 점점 달라진 남자, 결국…. 외 1편

by 무한 2015. 7. 9.

'기본적으로 배려가 몸에 밴 남자'같은 건 없습니다. 특별한 계기로 이타적인 삶을 살기로 작정한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든 남이 할 일을 내가 대신 해주는 건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지요.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음식을 덜어주고, 외투를 벗어주고,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일을 하는 건 친절과 호의입니다. 그가 원래 그러도록 태어난 인간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거지요.

 

그럼 저걸 좀 알아주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이쪽에선 어떤 식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하는 건데,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며, 그저

 

"섬세한 배려는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연락이 불성실했다는 겁니다."

 

라며 다른 부분에 대한 불평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러면 정말 상대 입장에선 인건비도 안 나오는 겁니다.(응?) 모시러 가고, 모셔다 드리고, 하고 싶다는 거 해주고, 나름대로 배려한다고 신경을 쓰고, 또 하루 종일 일상과 관련한 대화도 충실하게 나눴는데, '먼저 연락'을 안 했다거나 '전화로는 연락을 안 한다'고 컴플레인 걸면, 진상으로 보게 되는 거지요.

 

"전 정말 쉽게 마음 못 여는 성격인데도, 짧은 시간이지만 진심으로 그 사람을 대했는데…."

 

'진심으로 대했다'는 게, 뭘 얼마나 어떻게 했다는 건지요? 되짚어보면, 실제로 한 건 별 게 없습니다. 조급증을 내며 불만족을 표출한 것이 대부분이지요. 밤낮 없이 일하는 오빠 생각하다 백화점 들러 영양제 하나 샀다고 얘기하며 선물했으면 상대는 가슴이 뭉클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이런 상황에서,

 

"오늘 오빠 일해서 못 만나네. 나 친구랑 백화점 왔어. 보다가 들어갈 거야. 이번 주말엔 쉴 수 있는 거지? 주말에 같이 놀자. 나 놀다가 들어갈게."

 

따위의 '불만 섞인 멘트'만을 던지기 마련이지요. 저건 '그냥 한 말'이지 어떻게 '불만 섞인 멘트'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우리사이에 그렇게 훼이크 쓰면 안 되는 거지요.

 

 

1. 사귀기로 한 이후 점점 달라진 남자, 결국….

 

L양이 열기 쉽지 않은 마음 열었고, 또 상대를 정말 진심으로 대했다는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그건 L양 입장에서만 생각한 거고,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애초에 그건 연애 시 당연한 듯 전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얘긴지 잘 모르시겠다면, 아래와 같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L양과 제가 친구인데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합니다. L양은 원래 퇴근하면 집에서 쉬는 걸 선호하는 타입이고,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만남이 L양에겐 큰 선심을 써서 승낙하는 것이었고, 제가 불러냈으니 당연히 계산도 제가 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제가 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L양과 '친구'로 만나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이고, 분위기 같은 건 서로 그 만남에 집중하면 누가 띄우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밥값이 3만원 나오면, 제가 2만원 정도는 부담할 생각은 있고 말입니다.

 

L양과 상대가 속된말로 '나가리'가 된 것은, 두 사람이 위와 같은 '서로 다른 생각'으로 연애에 임했기 때문입니다. 남자 입장에선 잘 한다고 하는데도 의무가 계속 늘어만 가니 짜증나지요.

 

"예전 제 남친들은 데이트 후에는 여친을 집에 '당연히' 데려다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길들여진 저는 이 사람도 저를 계속 데려다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의 집과 저희 집은 차로 한 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데도…."

 

바로 그겁니다. 벅차요. 밖에서 만나는 날에는 모시러 갔다 모셔드려야 하는데, 그것만 네 시간 넘게 걸립니다.(데리러 가고, 나오고, 데려다 주고, 돌아오고) 물론 연애 중엔 만나러 가는 순간엔 설레고 돌아오는 순간엔 여운이 남으니 무조건 지루한 시간만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상대도 기계가 아닌 사람인 까닭에, 그게 계속되면 힘들거든요. 그래서 나중엔 차라리 L양 집 근처에서 보자고 합니다. 그럼 4시간 넘게 걸리던 이동시간이 두 시간 정도로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L양 집 근처에 가면 L양이 먹고 싶거나 하고 싶은 거 말하고, 남자는 그걸 다 한 뒤 돌아옵니다. 물론 돈도 대부분 남자가 지불하고요. L양은 신청서에

 

"돈에 대한 농담이 한 번 이었으면 저도 별 생각이 없었을 텐데, 그가 자꾸 돈과 관련된 농담을 하니까 돈 문제에 예민한 사람인가 싶기도 했어요."

 

라고 적었는데, 그는 L양을 만날수록 '연애하는 기분' 보다는 '접대하는 기분'이 들었던 겁니다. 또, 그가 그런 기분을 갖게 된 것엔 L양의 바람직하지 못한 멘트도 한 몫 했을 겁니다. L양은

 

"저희 집 근처로 오시는 거니까,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라고 말하거든요. 이게 좀 듣는 사람에 따라선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조건부 같거든요. 여기다 자세히 적지 말라고 하신 부분들이 많아 다 옮기진 못 하겠는데, 그가 가진 뭔가에 대해 말한 것도 그렇습니다. 상대 입장에선 '내가 좋다는 거야, 이게 좋다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L양이 상대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보면, 저 역시 L양에게 '그 사람'이 필요한 건지 '남자친구'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상대 역시,

 

'이 여자에겐 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연애 할 남자가 필요했던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이후에 벌어진 일들도 L양이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남친상'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모습이었으니까요.

 

얘기하는 김에 하나만 더 말하자면, L양은 보통의 여자들보다 많이 진지한 편입니다. 연애 중 남자가

 

"어허~ 어른 먼저 챙겨야지. 내가 오빠니까 어른이잖아. ㅎㅎㅎ"

 

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누가 봐도 장난이거든요. 그런데 L양은 저기에 발끈합니다. 저런 농담들에 대해 가르치려 들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불편한 농담을 했다고도 생각하더라고요. 죄송하지만 전 이게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 농담을 잘 못 받아들이는 그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여하튼 높은 자존심 때문에 대접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듯 여기며, 본인이 먼저 연락하거나 본인이 먼저 전화해야 하는 것에는 못 견뎠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희망하시는 재회는, 안타깝게도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L양이 이별통보 할 때 너무 강하게 했어요. 비유하자면 그건 눈앞에서 상대의 말도 들어보기 전에 따귀 때리고 문 쾅 닫아버린 것과 같은데, 그런 취급을 받고 다시 돌아올 사람은 없습니다. 마지막 멘트도 매뉴얼엔 옮기지 말라고 하셔서 옮길 수가 없긴 한데, 전부 다 '네 탓'이라고 말하는 것에 상대는 경악했을 겁니다. '남자친구'에 맞는 대우를 해준 적도 없으면서 L양 혼자 상처를 받았다느니 진심이었다느니 하는 모습에 기가 찼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다음 번 연애를 할 땐 상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냐만을 보기 보다는 내가 상대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함께 생각하며(응?), 그렇게 '함께' 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2. 남친은 무슨 마음으로 저랑 만나는 걸까요?

 

안녕 현주씨. 현주씨 사연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뭔가 큰 사건이 있다기보다는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내용들이라, 뭔가를 콕 찝어서 이야기하기에도 어렵고 말이야. 그래서 현주씨의 사연은, 내 여동생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가 들려줄 법한 이야기를 좀 적어둘게.

 

우선, 내 생각은 현주씨 어머니 생각과 좀 비슷해. 어머니께서

 

"걔는 우유부단하고 리드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잖아. 거기에 대해선 나도 공감해. 단,

 

"걔는 널 결혼상대로 생각하며 만나는 게 아니라, 그냥 연애나 하려고 만나는 것 같다."

 

라는 생각엔 반대야. 현주씨이기 때문에 연애상대로 만난다기 보다는, 그가 처한 상황을 봤을 때 '결혼할 생각' 자체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사실, 그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 아직 학업을 다 마치지 않은 상태.

- 집안의 경제력은 있지만 개인적인 고정적인 수입 없음.

- 결혼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이후에 하는 거라는 생각함.

 

위와 같은 답이 나오거든. 때문에 현 상황에서 그에게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 중학생에게 어느 대학 갈 생각이냐고 묻는 것과 비슷해. 또, 상대만 상황이 저런 게 아니라 현주씨 역시 현재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 시험도 준비하고 있고 말이야.

 

이런 와중에 현주씨는 '이러다 그냥 연애로만 끝나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함을 가지게 되었어. 그렇다고 상대가 막연한 약속을 해주거나 실제로 결혼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현주씨의 불안함을 더 커지게 되었지.

 

더불어 남친에겐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문제'가 있기도 해. 이건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종종 벌이는 문제이긴 한데, 이쪽도 만족시키고 싶고 저쪽도 만족시키고 싶으니 다 승낙 하는 거야. 때문에 가족들과 약속을 잡고 현주씨와도 약속을 잡으면, 갈팡질팡하다가 현주씨에게

 

"나 가족모임 있어서 가야 할 것 같은데…, 음, 너도 같이 갈래?"

 

라는 이야기를 하고 마는 거지. 가족들이랑 문화생활하는 것도 현주씨에게 얘기하면 서운해 하거나 섭섭해 할 게 뻔하니까 일단 같이 가자는 식으로 말을 꺼내기는 하는데, 정말 같이 가게 되면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거란 걱정이 되니까 괜찮겠냐고 되묻거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 기분 상하게 만드는 거고.

 

또, 남친은 본인 형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집안에서 며느리에 대해 극심하게 반대했던 것을 목격했으니까, 현주씨가 본인 집에 가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거야. 그래서 되도록이면 현주씨와 부모님을 마주치게 하지 않으려 하는 걸 수도 있고. 당장 부모님 뵈러 가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실 텐데, 그때 잘 꾸며 대답한다 해도 좀 부족할 수 있겠다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 반대로 남친도 현주씨에게 들어 현주씨 부모님에 대해서도 아니까, 본인이 고정수입 없는 가운데 와서 인사드리고 뭐 하기가 어려운 것일 수 있고.

 

현주씨는 시험에 붙는 것을, 또 남친은 학업을 마치고 직장을 갖는 것을 목표로 두고 만나봐. 현주씨는 현재 공부하려해도 남친이 계속 불러낸다며

 

"둘 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할 상황인데, 그러지 못 하고 만나서 놀기만 합니다. 심각성을 깨닫고 둘이 원칙을 정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얼마 못 가고 그냥 다시 만나서 노는 걸로…."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고 계속 똑같이 살면 미래라고 달라질 게 없는 거지. 오히려 나이가 늘어가는 만큼 더 조급해 질 거고, 둘 사이의 갈등 역시 더 깊어질 뿐이고 말이야. 때문에 지금, 둘 중 하나는 중심을 잡아야 해. 이걸 그저 감정적으로만 해석해 '내게 확신이 없어서 그러는 것인가? 나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건가?'하는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상황 자체를 두 사람이 가정을 꾸려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만들어 가봐. 현주씨 올해 시험 떨어지고 남친도 이렇다 할 고정수입을 얻지 못 하면, 내년 이맘때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오직 연애 하나만이 현주씨의 구원이 되지 않도록 다른 즐거운 것들도 찾아. 연인이 힘이 되고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는 것도 좋지만, 연인만이 그 모든 걸 다 하면 나중엔 상대도 지칠 수 있거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건 물론 좋은 일인데, 상대 말고 아무 것도 없으면 곤란해. 친구도 있어야 하고, 아는 언니나 후배, 또는 같은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 회사 동료,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해 둘 필요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아기 새가 입 벌린 채 어미 새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으로 전락할 수 있거든. 그럼 결국 상대에게만 더 많이 기대하게 되고 더 많이 기대게 되어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돼. 이렇게 되어버리면, 결혼한다고 해서 결코 행복하기만 하진 않을 거고 말이야. 결혼을 종착역이라 여기며, 거기에만 도착하면 다 되는 거라 생각하면 곤란해. 결혼이 뭔가를 해결해 주기 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숙제들을 내주는 경우가 많으니까, 결혼에 목 매달고 있기 보다는 지금부터 둘이 걸어갈 길을 잘 설정하는 것에 더 힘을 쏟길 권할게. 화이팅.

 

 

연애 중 너무 화가 나 당장이라도 헤어지고 싶을 땐, 우선 당장 배를 채우고 샤워를 한 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마음이 좀 잔잔해진 뒤 생각해 보면, 그게 그리 화를 낼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때도 있고, 같은 상황일 때 상대는 넓은 마음으로 여러 번 이해해 준 적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화가 풀리지 않고 도저히 잠을 못 이루겠다면, 그땐 저주의 말과 상대 탓을 뺀 '내 심정'만을 토로하길 권한다. 많은 이들이 실수하는 것처럼

 

"이렇게 연락 안 하고 서로 각자 시간 보낼 거면 왜 사귀자고 한 건지 모르겠네. 오빠한테 난 잡은 고기라서 더는 관심을 안 주는 것 같은데,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지 마. 똑같은 사람 만나서 한 번 당해보면 알 거야. 난 오빠 다신 안 봤으면 하니까, 이 시간 이후로 연락하지 마."

 

라며 쏟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내가 연락하기 전까진 오빠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난 내 친한 친구가 날 내버려 두고 다른 친구랑 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돼.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 내가 속 좁은 것 같고 그냥 있자니 답답해서 힘들다. 계속 이러지 않도록 나도 이젠 내 삶을 찾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것들에게 관심을 줘야겠지. 내 기대를 내려 놓는 게, 우리를 포기하는 게 되는 건 아니었으면 해."

 

정도로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아리까리하게. 앞으로 고민은 걔가 하도록, 헤어지겠다는 건지 계속 사귀겠다는 건지 모를 정도로 애매하게 보내보자. 단, 이걸 배웠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축축 쳐지는 메시지를 보내면 '원래 저러는 애'라고 인식되어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과용이나 남용은 하지 말길 권한다. 내가 늘 여기서 그대를 응원하고 있으니, 언제든 고민이 있을 땐 moohan@normalog.com 으로 사연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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