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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연하남들에게 휘둘리는 여자 유형 세 가지

by 무한 2015. 5. 22.

상대는 연하지만 분명 그 또래들 보다 성숙하고, 생각이 깊으며, 단순한 연상연하의 관계로만 만났던 건 아니라는 거 잘 알겠다. 그런 얘기, 그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왔다. 연하남과 관련된 레퍼토리가 다들 얼마나 비슷한지, 이젠 사연을 읽다가

 

'이제 연하남이 A라고 말한 뒤에, B처럼 행동하겠지.'

'잠수 신호네. 3일 내로 잠수함 해치가 닫히겠구만.'

'아, 이건 누나동생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기 위한 떡밥이라 물면 안 되는데.'

 

라는 예측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연하남 문제로 지인이 도움을 요청해 왔을 때, 그녀의 카톡대화를 함께 보며 다음에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내가 다 맞추는 걸 보며, 그녀보다 내가 더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사람의 비겁함과 책임회피는 한 조상으로부터 유전되었는지, 그들의 멘트는 전부 비슷비슷했다.

 

그래서 오늘은 연하남들의 그 레퍼토리들을 분석해서 이야기 할까 했는데, 이걸 이야기 해봐야 연하남을 왜 부정적으로 보느냐는 둥 그는 보통의 경우와 다르다는 둥의 변호인들만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그럴 가능성은 86.41%이상이다. 하여, 역발상으로 '연하남들에게 휘둘리는 여자'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너무 상세하게 적으면 연하남에게 한 번 상처받은 여성대원을 내가 두 번 죽이는 모양이 될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쓸 예정이다. 출발해 보자.

 

 

1. 자존심 높고 고지식한, 또는 보수적인 여자.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연애하기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공부나 관심사에만 몰두 하던 연상녀, 그리고 초중고 12년을 놀기만 하며 보낸 연하남의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여자의 친구들이

 

"정말? 네가? 연하남을? 그것도 그 스펙의 남자를? 왜?"

 

라며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한데, 그것보다는 대개 비밀로 사귀거나 이런 연애 이야기를 털어 놓을 만큼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 혼자만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오늘 이야기 할 세 가지 유형 중 이 유형이 가장 막장까지 간 경우가 많으며, 여자의 밀도 높은 자존심이 전부 집착이나 오기, 객기로 치환되어 심각한 문제들을 발생시킨 사례가 가득하다.

 

이 유형에 속하는 대원들에게 상대는'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계'가 된다. 그래서 그 세계를 만끽하며 살아있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처음 반려동물을 키워보는 사람처럼 상대의 작은 반응에도 큰 걱정을 하거나 온통 마음을 쏟곤 한다. 그러다 남자가 사실 큰 애정은 없었다는 본색을 드러낸다거나, 관계에 흥미를 잃어 떠나가려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순서나 그 정도가 좀 다르긴 하지만, 부재중 전화 서른두 통, 상대를 저주하는 메시지,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얼굴은 보고 헤어져야겠다는 고집, 네가 지금 잠시 흔들리는 거라는 회유, 넌 나를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게 한 사람이라는 예찬, 내가 너 쓰레기인 거 진작 알고 있었다는 폭언, 뭐 이런 것들이 등장하며 '열탕과 냉탕사이(응?)'를 오가게 된다.

 

꼭 상대의 변심으로 인해서만 헤어지는 건 아니다. 통계를 보자면, 여자 쪽에서 남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동시에 뭔가가 결핍된 사람처럼 느껴 닦달하다 헤어지는 사례가 더 많다. 예컨대 입사 축하한다며 상대에게 명품 허리띠를 선물로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제 사회생활 시작해서 언제 결혼할 수 있을지, 또 언제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을지에 대해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이다. 본인은 부모님께 허락을 받거나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 현실적인 걱정을 하고 있는데, 반면 상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사는 것 같으니 그것으로 인해 늘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놓여있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서 남자의 자존심을 짓밟거나 남자를 개조시키려 하다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이별 후 이들은 '빠른 반성'을 한 후 재회를 요청하는데, 그 모습이 '상대 개조'의 연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았어. 앞으론 그렇지 않도록 노력할 거야. 그러니까 다시 내게 기회를 줘. 저녁에 회사 근처로 갈게. 얼굴 보고 얘기해.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대답 안 하면 넌 진짜…."

 

열연을 펼치는 두 배우가 되진 못 하고 남자 주인공과 여자 감독이 되고 마는 문제, 어쩌면 좋을까.

 

 

2. 과거의 영광을 못 잊는, 인기 많던 여자.

 

매뉴얼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례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연의 주인공들이

 

-76 용띠, 77 뱀띠, 78 말띠

 

였는데, 최근엔

 

-80 원숭이띠, 81 닭띠, 82 개띠

 

로 점점 나이대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들 중에는 과거에 명문대 오빠, 부자 동기, 변호사 남친 등과 사귀거나 썸을 탔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많은데, 현재 만나는 연하남을 보면 다단계 판매원, 취업 준비생, 한 달 일하고 두 달 노는 유목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에 대해 이 대원들은

 

"과거엔 내가 조건을 봤지만, 이젠 그런 게 다 필요 없다는 걸 알았다. 이젠 그 사람에 대해 본다. 나에 대한 애정이나 연애에 대한 열정을 본다."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금사빠'이거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들이대는 상대에게 휘둘리곤 한다.

 

그래도 세 유형 중 가장 걱정이 안 되는 유형이긴 하다. 이 대원들의 연애가 대개 100일 미만으로 짧기도 하거니와, 이별 후에도 크게 휘청거리지 않고 금방 회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건 절반 이상 마음을 쏟는 일 없이 어딘가에 또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는 건데, 그런 까닭에 계속 이성을 '정류장 지나듯' 만나기만 하는 게 아닐지는 좀 염려가 된다.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여성대원들에겐 '여자 감독'의 비유를 들었는데, 이 유형에 속하는 대원들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단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출연분량이 적고 대사가 없어도 '연애'라는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더 의의를 두겠다고 말하는 상황. 이 대원들에겐, 필모그래피가 늘어갈수록 세월도 함께 지나간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또, 좋은 작품만 고르느라 영화 한 편에도 출연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인 것처럼, 무슨 영화인지 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섭외 오는 대로 다 출연하는 것 역시 문제라는 것도.

 

 

3.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는 여자.

 

첫 유형의 대원들이 그 과격함으로 인해 막장에 이르는 경우라면, 이 유형에 속하는 대원들은 상대에게 완전히 세뇌당해 막장에 이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연하남에게서

 

"내가 거짓말 했다고 말하지만 말고 내가 왜 그렇게 말했을지를 생각해 봐라."

"넌 모든 부분에서 좀 떨어진다. 내가 지금 이런 얘기를 해도 분노만 할 줄 안다."

"넌 너무 겁이 많고 꽉 막혀있다. 즐길 줄도 모른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

 

라는 헛소리를 듣고도

 

"그래. 미안해. 알았어."

 

라는 이야기밖에 못 하는 대원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 대원들의 연애는 연하남의 폭풍들이댐과 칭찬세례로 시작되곤 하는데, 이후 이 대원들이 상대에게 기대거나 자신의 약점, 또는 허물에 대해 고해성사 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게 상대에겐 '칼자루'가 되어 마음대로 휘두르곤 한다.

 

또, 이 대원들은 '궤변을 늘어놓는 남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난 그게 이쪽의 순진함으로 인해 상대가 궤변남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이 대원들은 상대가 조금만 위협해도 금방 겁을 먹고, 화를 내면 곧바로 불안해하며, 조건을 걸어 말하면 그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그 조건을 맞추려 노력한다. 상대가 연애는 일단 잠시 보류하고 '누나동생'으로 지내보고 결정하자는 이야기를 해도 쉽게 넘어가는 것이다. 심한 경우, 상대가

 

"내가 대답하지 않아서 카톡을 보내기 싫으면 보내지 마. 내가 보내라고 강요한 적 없잖아. 단, 카톡을 보내지 않으면 나 역시 너에 대한 마음이 커지진 않을 거야. 그러니 변화 없다고 나중에 탓하지 마. 내가 어떻게 하느냐는, 네가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어."

 

라는 궤변을 늘어놓아도 매일 물 떠다 놓고 빌듯 착실히 대답 없는 카톡을 보낸다.

 

헤어진 이후에도, 상대가 그저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 연락해 스킨십을 시도했을 뿐인데, 그걸 이 대원들은

 

"만나서 걸을 때부터 그애가 손을 잡아 줬어요. 손을 잡고 걸으며, 우리가 사귈 때의 그 마음이 다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죠. 그애도 그랬나 봐요. 함께 술을 한 잔 하고 나서는 오늘 같이 있고 싶다고…."

 

라며 낭만적으로 받아들인다. 역시 심한 경우, 상대가

 

"우리가 헤어져 있는 동안 내가 다른 여자를 안 만나게 하려면, 네가 노력해야 한다. 남자는 다 욕구가 있어서 네가 그 욕구를 풀어주지 않으면 난 다른 여자를 만날 것이다. 내가 그러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지금 내가 말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서…."

 

라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아 잠깐만, 이건 너무 수위가 높아지니 이쯤에서 설명을 접도록 하자. 난 이 대원들에게, 세상은 무서운 곳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렇게 찍어서 보낸 사진이나 영상이 전국에 퍼진다면 그땐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불어 지금은 그렇게 노력하면 상대와 이어질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더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약속했는데 지금의 그 연하남이 사진과 영상들로 협박한다면? 바로 앞만 보며 가느라 고난과 역경의 길로 유인당하지 말고, 멀리까지 보길 권한다.

 

비유의 각운을 맞추기 위해선 이 유형의 대원들 역시 영화에 비유해야 할 것 같은데, 음, 이 대원들은 '출연사기'를 당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로 하자. 출연료를 받고 출연하는 게 아니라, 출연 시켜줄 테니 뭐든 상납하라는 말에 넘어가 버린 거다.

 

"제가 이제 그만 할 거라고, 나도 더는 희망이 없을 것 같아 다른 사람 만난다고 하니까 화내고 질투하던데요? 소개팅 한다고 한 날에는 저에게 전화 걸고 카톡까지 보내면서 소개팅 하나 안 하나 확인하고…."

 

대체 뭘 먹으면 이렇게까지 순진해질 수 있는 건지, 난 참 궁금하다.(궤변에 역습하는 방법에 대해선 나중에 관련 매뉴얼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세 유형의 여성대원들 모두에게, 자신보다 '연하남'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맹목적인 이해를 하진 말길 권해주고 싶다. 상대의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이 없다면 놓는 게 맞는 거다. 이건 '내 친구가 나를 이렇게 대한다면, 난 그 친구를 만나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친구가 될 수 없는 관계라면, 연인이나 부부가 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걸 잊지 말자.

 

이번 주엔 외부 연재를 제외하곤 이 매뉴얼을 포함해 두 편의 매뉴얼 밖에 못 다뤘다. 독촉을 받은 원고들을 먼저 좀 보내느라 매뉴얼을 쓰지 못했는데, 연휴도 끼어있고 하니 주말 내내 하얗게 불태워야겠다. 밀린 사연 읽으러 곧장 가야 할 것 같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작별하자.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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