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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더는 설레지 않는다며 헤어지자는 여자, 진짜 이유는?

by 무한 2015. 4. 25.

입사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A씨는, 회사로부터 이번 달까지만 일하는 걸로 하자는 얘기를 들었다. 왜일까? 추측해 볼 수 있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A씨의 업무능력이 회사가 기대한 것에 못 미친다.

ⓑA씨가 회사에 적응을 못 해 사내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A씨 보다 월급을 적게 받고 일을 하겠다는 사람을 구했다.

ⓓ회사 사정상 A씨를 계속 고용할 수 없게 되었다.

 

설레지 않는다며 차이는 남자들의 경우 역시, 위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들로 차이곤 한다. 위의 비유들은 연애에서의 경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하나하나 함께 살펴보자.

 

 

1. 업무능력?

 

분명 사귀는 사이이긴 한데, 아무래도 그냥 '아는 사이'정도의 느낌만 드는 경우다. 아직 두 사람이 밥을 함께 먹는 것도 어색할 정도로 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사귀기로 했을 때 이런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극단적인 예로, 어제 버스에서 처음 본 이성에게 연락처를 물어본 뒤 번호를 얻어 통화하다 고백했다고 해보자. 상대는 엉겁결에 그 고백을 받아들였다. 때문에 둘은 아직 서로의 생일도 모르지만, 연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온갖 약속을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사랑하는 척'을 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점층법을 사용해 상대에게 다가가고, 또 공감대를 찾아가며 가까워지면 관계가 잘 형성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안 될 경우, 둘은 '은행직원과 손님' 정도의 서비스를 서로에게 베풀어가며 마음이 동하지도 않는 대화와 만남을 의무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내가 왜 여기서 지금 이 사람과 이러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법이고 말이다.

 

상대에 대한 관심 보다 연애에 대한 관심이 큰 경우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예전 매뉴얼에서 소개한 적 있는 대화를 하나 보자.

 

남자 - 퇴근했어?
여자 - 네. 지금 정류장이에요. 나얼 노래 듣고 있어요. ㅋ
남자 - 내일 뭐해?
여자 - 내일은 친구네 집에서 책 좀 가져오려고요. 맡겨둔 책이 있거든요.
남자 - 친구네 집이 어딘데?
여자 - 행신동이요.
남자 - 몇 시쯤 집에 오려고?
여자 - 글쎄요. 저녁 먹고 돌아올 것 같아요.
남자 - 그렇구나. 난 너 내일 한가하면 영화나 볼까 했는데….

 

저녁은 먹었는지, 무슨 노래 듣는지, 어떤 책을 빌려준 것인지, 그 친구는 어떤 친구인지 등을 전혀 묻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같이 영화 보는 것'인 까닭에 언제 시간이 비는지만 계속 물을 뿐이다.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해도, 저런 '오로지 만남만이 목적인 듯한 대화'에서 벗어나질 못 하는 사례들이 있다. 그럼 상대 역시 필연적으로 '이 사람은 내 시간이 언제 비는지 말고는 나에 대해 궁금한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이별을 진진하게 생각하곤 한다. 

 

위의 경우와 달리 여자가 '철벽녀'인 까닭에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연애는 시작했지만, 상대에게선 만나거나 대화 할 생각이나 의지가 안 보이는 것이다. 상대는 말을 걸면 겨우 대답하는 '철저히 수동적인 모습'으로만 연애에 임하며, 먼저 연락을 하는 일도 없거니와 약간의 속마음이라도 터놓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상대의 이런 방어적인 태도 때문에 이쪽에선 서운함을 표시하거나 화를 내게 되기도 하는데, 그럼 상대는 "우린 그냥 친한 사이였을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아는 사이'로는 잘 지내다가도 '연인'이 되면 폐쇄적으로 변하는 사례가 꽤 많은 까닭에, 남성대원들은 내게 '피기도 전에 져버린 꽃 같은 연애'에 대해 하소연을 해오곤 한다.

 

 

2. 사내 분위기? 

 

이게 좀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우선 '제발 그 말을 하려는 건 아니길'이라고 생각하는 말을 정확히 꼭 해버리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대화를 하나 보자.

 

여자 - 내 친구 중에 선미라고 있거든. 진선미.

남자 - 진선미? 미스코리아 진선미?ㅎㅎㅎㅎㅎㅎ

여자 - ….

 

이래버리면 참…, 방법이 없다. 그냥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미리 다 읽혀 버리는 거라고 할까. 새로 사귄 남친이 오글거리는 말들만 너무 많이 해 괴롭다는 사연이 종종 있었다. 남친이 '클리셰'라고 불리는 진부한 표현들로만 자꾸 애정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같이 좀 유치해지며 닭살 커플 놀이를 할 수 있는 관계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닐 경우 남자가

 

"신이 우리 사이를 반대한다면, 난…."

 

따위의 이야기를 했을 때, 여자는 기겁하고 마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사실 나도 저런 문장을 볼 때면 깜짝 놀라, 신 대신 내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사귈 수록 '깨는 모습'이 많이 보여 마음이 급속도로 식는 경우도 있다. 남자 딴에는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말이나 행동이지만 여자가 보기엔 철없어 보인다든지, 어떤 부분에서 남자의 좀 부족한 모습을 보게 된다든지, 여자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남자가 하고 있다든지 하는 경우다. 여기엔 맞춤법과 관련된 사례도 꽤 많이 포함되는데, 남자가

 

"어제 얼굴 봐서 기분이 좋왔어. 아뭏든 오늘도 화이팅!"

"내가 습기가 좀 없어서 그래."

"아깐 내가 확김에 그런 것 같아. 확김에 한 말이니까 용서해줘."

 

등의 이야기를 해 여자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사례가 있다.(나도 습기가 좀 없는 편이라 습기를 보충하려 요즘 물을 많이 마시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확인 받으려 하는 까닭에 여자가 질려버리는 사례도 있다.

 

"돈가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아니고? 다른 거 먹을래? 돈가스 말고 국물 있는 거 먹을까? 돈가스 정말 괜찮아?"

"그럼 다섯 시에 보기로 할까? 너 바쁘면 주말에 봐도 되고. 음, 아무래도 너 바쁠 수 있으니까 주말에 보기로 하자. 괜찮다고? 아냐. 주말에 편하게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화났어? 화났지? 솔직히 화 조금 났지? 약간 기분 안 좋은 거 아니야? 기분 안 좋은 것 같은데? 기분 풀어. 기분 풀렸어? 진짜 풀렸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연애하고 있으면서, "그녀에게 물어봐가며 제가 리드하는 편이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남성대원들 때문에 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저건 아무리 봐도 '리드'라기 보다는 '짜증유발'에 더 가까운 행동인데 말이다.

 

남자가 잘못하는 사례와는 반대로, 여자가 '연애에 대한 너무 큰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여자 쪽에선 연애만 시작하면 모든 게 달라지며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고, 또 그간 자신을 힘들거나 외롭게 만들었던 모든 일들이 다 사라질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듯이, 그녀의 그런 기대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깨지게 되고, 그 결과 그걸 '상대가 나와 맞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기도 한다.

 

 

3. 새로운 사원 고용?

 

이건 여자 쪽에서 '어장관리'를 하고 있을 때 주로 발생하는 일이다. 이쪽이 'A'라고 하면, 그녀는 A와 B사이에서 고민하다 A와 사귀었는데, 막상 사귀고 보니 A에게 불만인 점들도 생기고 B와 만나지 않은 게 아쉽기도 해서 환승하는 경우다. 사례에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한데,

 

-A와 사귄다고 하자 B가 더욱 들이대는 경우.

-A와 사귄다고 하자 B가 등을 돌려 아쉬워진 경우.

-A와 사귀는 것에 대한 불평을 하다 B와 더 가까워진 경우.

-A와 사귀긴 하지만 어장에 대한 미련이 남아 솔로전향을 희망하는 경우.

-A와 사귀며 보게 된 A의 단점 때문에 B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경우.

-A와 사귀며 부족한 것을 B에게서 채우다 갈아타는 경우.

 

등의 사례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경우, 보통 연애 중 티가 나곤 한다.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어느 오빠와 잠깐 만나 밥을 먹겠다고 한다든지, 아니면 진짜 말 그대로 '그냥 친구'인 이성과 어디를 함께 다녀오겠다고 한다든지, 또는 '인맥'의 범위 내에 있는 이성들과 어울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전부 다 환승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불 가까이 있는 나무가 더 타기 쉬운 것처럼 이 지점에서 사고가 나곤 한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보통의 경우 남친과 더 하고 싶어할만한 일을 '아는 이성'과 하겠다며 동의를 구하는 사례가 많다. 내가 이 매뉴얼을 쓰게 된 사연의 주인공인 H군의 사례만 보더라도, H군의 여자친구는 H군과 사귀는 도중

 

"진짜 그냥 아는 선배오빠 있는데, 나 그 오빠랑 야구장 다녀와도 돼? 야구장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그 오빠가 표 있다고 해서."

 

라는 이야기를 했다. 보통 연애를 시작해 서로에게 빠져있는 경우 가까운 지인들과의 연이 거의 끊길 정도로 멀어지며 연인과의 시간을 보내기 마련인데, H군의 여친은 깨가 쏟아질 '연애 시작 50일'에 다른 남자와 놀러 가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게다가 저 말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녀가 그 '그냥 아는 선배 오빠'와 연락을 하며 지낸다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연애를 시작했지만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일이 없다거나, 사귀는 걸 비밀로 해주길 요구한다거나, SNS에 연애 중이라는 걸 밝히기 꺼린다는 특징들도 있긴 하다. 그런데 이것 역시 이런다고 해서 전부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거니와, 상황에 따라 다른 이유로 이런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자.

 

여하튼 H군의 여자친구는 위에서 말한 모든 경우에 해당되었고, H군에게 "오빠를 만나도 설레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로 이별통보를 한 후 '그냥 아는 선배오빠'와 사귀는 중이다. 이건 H군이 뭔가를 잘못했다기 보다는 그녀가 연애 중 양다리를 걸쳐둔 채 저울질 했던 것으로 보이니, 너무 자책하진 말길 권한다.

 

 

4. 회사 사정?

 

다음 주 토요일에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오늘 어머니께서 쓰러지셨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제주도 여행으로 들떠 있던 마음은 남의 마음인 것처럼 사라져 버리고, 당장 앞에 놓인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연애를 시작하긴 했지만, 이쪽이나 상대에게 '다른 사정'이 생겨 마음이 떠버리는 경우도 있다. 둘 사이에 굳건한 신뢰와 애정이 형성되어 있으면 '동반자'의 심정으로 함께 해결하려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 그만큼 가깝지 않은 '동행인' 정도의 느낌이라 겉돌다 헤어지고 마는 사례가 있다.

 

방학동안 잠시 알바를 하다 만난 관계, 또는 회사 비수기에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성수기가 찾아온 관계 등에서 이런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이 알바를 할 때에야 당연히 매일 마주치고, 또 데이트 약속을 잡거나 서로의 생활패턴이 비슷하기에 연애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개강을 해 한 쪽의 생활패턴이 바뀌면 다른 한 쪽이 서운해 하거나 집착할 수 있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생활패턴을 가지게 될 경우에도 전과 다른 그 상황 때문에 관계에 소원해질 수 있다. 내가 일산 살 땐 바로 뒷집에 사는 친구와 매일 만나다가, 파주로 이사 온 이후 한 달에 한 번쯤 보는 것처럼 말이다.

 

또, 성수기가 찾아왔을 땐 과중한 회사 업무에 연애까지도 일로 여겨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태도가 전과 달라졌다며 상대가 불평을 하거나 집착할 경우, 이도저도 해줄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괴로워하며 점점 마음이 식을 수도 있고 말이다. 더불어 한 쪽이 집착을 할 땐 상대적으로 다른 한 쪽이 '갑이 된 기분'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결과 오만함이 살찌거나 상대에게 흥미를 잃게 되어 마음이 떠버릴 수 있다.

 

정신을 차리고 생활을 돌아보니, '정리해야 할 대상 1호'가 연애인 까닭에 이별통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안타깝지만 연애나 상대에게서 비전을 볼 수 없다든지, 이 연애가 그저 소모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든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에 연애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든지 하는 경우다. '데이트 메이트'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지 못 하는 관계, 한 쪽이 다른 한 쪽만을 바라보고 있는 관계, 한 쪽의 인간성에 실망하거나 함께하기엔 너무 큰 단점을 보게 된 관계 등이 이에 속한다.

 

 

끝으로 하나 더.

 

"전 정말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그녀에게 헌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먹고 싶다는 거 먹으러 갔고, 그녀가 끝날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갔고, 그녀가 하고 싶다는 건 무리를 해서라도 같이 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런데 그녀는 제게 더는 설레지 않는다면서 헤어지자네요. 대체 왜 그런 걸까요?"

 

라는 질문을 하는 남성대원들이 있었다. 난 그 대답으로, 매뉴얼에서 몇 번 소개한 적 있는 문장을 다시 한 번 소개할까 한다.

 

나는 최 서방의 조카를 깨워가지고, 장기를 한 판 벌이기로 한다.
최 서방의 조카와 열 번 두면 열 번 내가 이긴다.
최 서방의 조카로서는, 그러니까 나와 장기를 둔다는 것 그것부터가 권태다.
밤낮 두어야 마찬가질 바에는 안 두는 것이 차라리 나았지.
-그러나 안 두면 또 무엇을 하나? 둘 밖에 없다.
지는 것도 권태이거늘 이기는 것이 어찌 권태 아닐 수 있으랴?
열 번 두어서 열 번 내리 이기는 장난이란 열 번 지는 이상으로 싱거운 장난이다.
나는 참 싱거워서 견딜 수 없다.

 

- 이상, <권태> 중에서.

 

'이쪽의 맹목적인 헌신이 왜 상대를 권태에 빠뜨리는가?'에 대한 좋은 답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든 불러서 같이 웃으며 떠들고 싶을 정도로 화창한 토요일이다. 마우스에 들어가는 AA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사러 가야 했는데, 망원경 옮기다가 새 AA배터리 4개를 발견해서 더욱 기분 좋다. 나란 남자, 이런 사소한 것에 행복해 하는 남자. 독자 분들도 날씨만큼이나 화창한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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